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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공사, 66년간 광부 1천562명 목숨 잃었다

1979년 10월 27일 오전 6시 40분께 경북 문경시 대한석탄공사 은성광업소 갱도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불이 난 곳은 갱도 입구로부터 2천250m 지점이었다.

현장에서 작업하던 광부 126명 중 44명이 유독가스 질식 등으로 숨졌다.

모 일간지는 1979년 10월 29자 '사투의 참사 역력히…'라는 제하 기사에서 '생존자와 시체가 나올 때마다 500여 가족의 한성과 통곡이 엇갈렸다'라고 당시 현장 모습을 전했다.

은성광업소 화재사고는 석탄공사 역사상 가장 큰 재해로 기록됐다.

채탄, 운반 등 석탄생산 작업은 대부분 지하에서 이루어진다.

단순한 지하가 아니라, 땅속으로 실핏줄처럼 이어진 갱도 안이다.

갱도 길이만 수 킬로미터다.

재해가 발생하면 탈출하기도, 구조하기도 어렵다.

인명 피해가 다른 산업현장 재해보다 큰 이유다.

'석공인이 흘린 피와 땀, 불굴의 정신은 민족 활로를 열고 조국 번영의 밑거름이 됐다'라는 석공 50년사 발간사 내용처럼 석공 설립 이후 각종 재해로 수많은 광부가 목숨을 잃거나 다쳤다.

1950년부터 2015년까지 66년간 사망, 부상 등 재해자 수는 6만2천735명이다.

한 해 평균 1천 명에 가까운 숫자다.

사망자만 1천562명이다.

재해는 작업여건이 열악했던 설립 초기부터 연탄 한 장이 아쉬웠던 1970년대까지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석탄 증산이 국가적 과제였던 1960∼1979년 20년간 953명이 숨졌다.

전체 사망자의 61%다.

탄광 재해는 대부분의 작업 과정에서 발생했다.

탄맥이 있는 곳까지 굴을 뚫는 굴진과 탄을 캐는 채탄 그리고 석탄·자재를 운반하는 과정이 특히 위험하다.

굴진·채탄과정에서 발생하는 재해 원인은 갱도 천장에서 암석이 떨어지는 낙반과 굴이 무너지는 붕락이다.

1967년 12월 27일 장성광업소 낙반·붕락 사고로 9명이 목숨을 잃었다.

운반은 주로 '광차'(鑛車) 사고다.

1986년 4월 4일 장성광업소 광차 사고로 3명이 숨지고, 19명이 다쳤다 재해 원인 중 낙반·붕락과 운반이 각각 29%와 27%를 차지했다.

한국은 석탄생산을 위해 국영기업(석공)까지 설립했지만, 법·제도적 근로자 안전장치 마련은 늦었다.

법·제도적 장치인 광산보안법은 석공 설립 13년 후인 1963년에 제정됐다.

광산보안법 제정 배경도 1958년 영월광업소 가스폭발(13명 사망), 1961년 영월광업소 가스폭발(9명 사망) 등 석탄공사 근로자들의 잇따른 희생이었다.

석탄공사 관계자는 26일 "안전업무 강화, 시설·장비 기계화, 채탄법 개선 등으로 재해 발생이 눈에 띄게 줄었지만, 탄광은 아직도 가스, 출수, 화재 등 위험이 곳곳에 도사린 산업현장"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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