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AI 피아노, 거장 리히터 명연주 '재현'… 슈베르트 '송어' 협연

AI 피아노, 거장 리히터 명연주 '재현'… 슈베르트 '송어' 협연
인공지능(AI)이 인간과 호흡 맞춰 음악을 연주하는 획기적인 도전이 시작됐다.

AI가 바둑과 장기 프로기사를 이기고 문학상 공모 1차 심사를 통과한 데 이어 가장 창조적 영역으로 꼽히는 예술 분야에서 인간의 능력에 도전하는 시도다.

24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따르면 지난 19일 도쿄(東京)예술대학 음악 홀에서 AI 피아노와 세계 굴지의 오케스트라인 베를린 필하모니 관현악단의 현역 연주자 4명(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콘트라베이스)의 합동 연주회가 열렸다.

연주곡은 슈베르트의 피아노 5중주곡 '`송어(제4, 5악장)'.

AI 피아노는 마이크로 다른 4명의 음악가가 연주하는 음과 리듬을 듣고 연주자 앞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연주자의 팔의 미묘한 움직임 등을 파악하면서 인간과 호흡을 맞춰 슈베르트의 아름다운 선율을 연주했다.

제5악장의 첫머리 부분에서는 음악가 4명이 연주해 내는 음에 완벽하게 타이밍을 맞췄다.

사람에 비해 음이 딱딱하다는 느낌이 들고 완급의 차이가 큰 소절에서 템포가 조금 어긋나는 실수는 있었지만 약 20분에 걸친 AI의 피아노 연주가 끝나자 놀랍다는 탄성과 함께 환호성이 터졌다.

AI 피아노 개발을 주도한 야마하의 다무라 모토이치(田邑元一) 제1 연구개발부장은 "AI와 인간의 첫 공동연주치고는 좋은 연주였다"고 평가했다.

이날 연주에 등장한 AI 피아노에는 20세기 피아노의 거장인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터(1915-97년)의 연주 데이터가 수록됐다.

80년대 '송어' 명연주 때의 음의 강약과 악구 표현을 최대한 정확히 재현하고 이를 토대로 AI가 음과연주자의 영상을 읽으면서 인간과 앙상블을 이루도록 했다.

음악에서는 그동안 주로 작곡에 AI를 활용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가장 창조적인 영역으로 꼽히는 분야인 만큼 인간에 육박하는 성과는 올리지 못했다.

이에 피아노메이커인 야마하가 수많은 음악가를 배출해온 도쿄예술대학과 손잡고 인간과 협주할 수 있는 AI 개발에 나선 것.

도쿄예술대학 부총장인 작곡가 마쓰시타 이사오(松下功) 교수는 "그동안 AI연구는 이공계 대학이 중심이었지만 음악을 연주하는 것은 인간인 만큼 음악가가 주체가 되는 연주시스템 개발을 목표로 하고 싶다"고 말했다.

베를린 필 하모니 측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

마쓰시타 부총장이 친구인 콘트라베이스 연주자에게 AI와의 협주를 제의하자 처음에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으나 곧 해보자며 응했다고 한다.

연주에 앞서 공연 전날에도 AI에게 인간의 세세한 움직임을 읽는 훈련을 시키는 한편 연주자 4명의 특징을 연주회 직전까지 기억시켰다.

처음에는 AI가 타이밍을 제대로 맞추지 못했으나 연습을 거듭하는 동안에 4명의 연주자와 호흡을 맞추게 됐다.

AI연주는 음악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마쓰시타 부총장은 "지금까지 실현하지 못했던 전설적인 음악가와 현대 연주가의 협주가 가능해져 새로운 예술이 탄생할 것"이라고 기대를 표시했다.

이번 연주만 해도 4명의 연주자가 리히터와 협연한 적이 없기 때문에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첫 협연"이 이뤄진 셈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현대의 명문 악단과 AI가 피아노 협주곡을 협연하는 것도 더는 꿈이 아니다.

다만 아직은 AI가 거장의 연주에 얼마나 가깝게 다가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남겼다.

세세한 점에서 동떨어진 부분이 있었고 단 1곡 협연이었는데도 갑작스러운 템포변화에 대처하지 못하는 등 순발력에서도 문제점이 드러났다.

야마하와 도쿄예술대학은 1~2시간의 긴 협연도 할 수 있는 AI 시스템 개발을 추진하기로 했다.

"음악사에 전례가 없는 장대한 실험"(마쓰시타 부총장)이 시작된 셈이다.

(연합뉴스/사진=연합뉴스/니혼게이자이 신문 온라인 화면 캡처)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