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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취재파일] '일반실' 타는 이근면 처장…공직자의 처신 그리고 명분

[CEO취재파일] '일반실' 타는 이근면 처장…공직자의 처신 그리고 명분
◇ 일반실 타는 '장관급' 공무원

5월 17일 오후 5시 47분, 서울행 KTX 열차가 오송역으로 들어왔습니다.

이 시간이 되면 오송역은 정장을 입은 사람들로 가득찹니다. 정부세종청사에서 일하는 공무원과 세종청사에서 용무를 보고 이동하는 사람 등이 뒤섞여 있습니다. 인파 속에서 한 사람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단순히 '안면'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가 서 있는 '위치'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7호차 대기선 앞에 서 있었습니다. 그는 장관급 고위공직자입니다. 장차관급 공직자들은 '특실'인 2호~5호차 대기선 앞에서 기다립니다. 7호차는 '일반실'인데 그 대기선 앞에 선 '낯익은' 이는 이근면 인사혁신처장이었습니다. 그는 왜 '일반실' 앞에서 기다리는 것일까 궁금했습니다.

이 처장도 특실에 탈 수 있습니다.

대통령령인 공무원 여비 규정에 따르면 인사혁신처장은 '1호' 대상자입니다. 1호에는 대통령, 국무총리, 부총리, 국무위원 등이 포함돼 있는데 KTX를 비롯한 철도의 경우 '특실' 탑승이 가능합니다. 인사혁신처에 물었습니다. 처장이 평소에도 그러냐고. 돌아온 답변은 이랬습니다. "비행기로 출장을 갈 때도 일반실에 탑승합니다."

◇ '성과주의 확산'…그리고 '명분'

올 들어 이 처장은 '공무원' 성과연봉제 확대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습니다.

'힘들고 중요한 업무'를 하거나 '성과가 우수한' 사람에게 많은 보상이 돌아가게 하는 '성과주의 인사관리'가 공직사회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이 처장의 생각입니다. 이게 우선 정착돼야 일명 '철밥통'으로 불리는 공직사회의 경직적 '문화'를 바꿀 수 있고 그래야 '정책' 따로 '현실' 따로...혹은 '탁상 행정'이라는 현실과의 괴리감을 줄일 수 있다는 게 이 처장의 판단인 듯 합니다.

그의 이런 생각은 공직사회에 적잖은 '불편'함을 가져왔습니다. 익숙해져 있는 것에 대한 변화는 '기득' 혹은 '익숙'함에 대한 변화를 강요하는 것이어서, 설령 타당해도 당사자로선 웬지 '귀찮고' '거부감'을 일으킵니다. 그래서 '명분'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아무리 타당한 '명분'일지라도 어느 한순간 들이민다고 상대가 납득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아닙니다. 꾸준히 그리고 몸으로 보여주면서 '서서히' 처음에는 '불쾌한 감정'을 넘어 그다음엔 '반대 논리'까지 넘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이를 주도하는 사람은 이런 지난한 과정 동안 '엄격한 비판의 칼날 위'를 살얼음 걷듯 걸어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알면서도' 안하고, '두려워서' 못하기도 하는 이유입니다.

◇ "서는 곳이 바뀌면 (보이는 혹은 볼 수 있는)풍경도 달라진다"

웹툰 '송곳'에 나오는 대사입니다.

단순한 물리적 위치를 넘어 행동이나 사고의 전환, 혹은 접근법의 변화 등을 아우를 수 있는 말이라 생각합니다. 사회적 자원의 거의 대부분을 사실상 정부가 주도해 분배하는 시스템을 가진 우리사회에서 고위공직자의 생각이나 행동은 드러난 권한 이상의 파급력을 갖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어떤 방향에서 정책을 보고 어떤 눈높이에 정책을 맞추는가는 전혀 다른 양상의 과정과 결과를 가져옵니다.

이 처장에게 전화를 걸어 일반실에 타는 이유를 물었습니다.

"다 국민 세금인데, 서울까지 거리도 얼마 안되고...실용적인 것이 합리적인것 아닙니까"

이 처장이 '특실'을 이용할 수 있는데도 '일반실'을 이용하는 것 자체가 그가 추진하는 정책의 정당성과 타당성이라는 '명분'을 담보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그가 생각하는 '실용'과 '합리성'에 대한 '실천적 표현'으로써의 '밀알'이 될 수는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사진=게티이미지/이매진스) 
(SBSCNBC 권세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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