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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진의 SBS 전망대] 약자인 여성을 살해하는 '페미사이드'란?

* 대담 : 이택광 경희대 교수(문화평론가)

▷ 한수진/사회자:
 
여성 혐오. 이 단어 하나로 지금 우리 사회가 뜨거운 논쟁에 빠져들었습니다. 누군가는 터질 게 터졌다, 때가 됐다는 반응을 보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불편함과 함께 거부감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떤 이는 이 단어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모른 척 피해버립니다.

강남역 여성 살해사건이 우리에게 던져준 화두는 무엇일까요? 우리는 이 사건에서 무엇을 봐야 하고 우리 사회는 또 어떤 답을 찾아 나아가야 하는 걸까요? 문화평론가 이택광 경희대 교수와 자세한 말씀 좀 나눠보겠습니다. 이택광 교수님?
 
▶ 이택광 경희대 교수(문화평론가):
 
안녕하십니까.
 
▷ 한수진/사회자:
 
안녕하세요. 어떻게 보세요. 경찰은 강남역 살인사건에 대해서 정신질환에 의한 묻지마 범죄다. 이런 유형에 부합한다고 밝혔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 이택광 경희대 교수(문화평론가):
 
그렇죠. 이른바 경찰은 수사를 했기 때문에 자기들이 가지고 있는 프로파일링 메뉴가 있을 겁니다. 거기에 맞춰서 이 범죄를 증오 범죄가 아니다. hate crime이 아니라고 결정을 내린 것 같고요. 유형적인 측면에서 이건 증오 범죄로 분류될 수가 없다, 이건 조현병 환자가 보여준 정신질환자가 보여준 무차별 묻지마 범죄에 해당된다고 결정 내렸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것에 대해서 우리가 그게 아니다 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고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이 여성 문제, 한국에 만연돼 있는 여성 차별에 대한 문제와 연관되어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범죄가 설령 묻지마 범죄라 하더라도 이 범죄를 계기로 해서 터져 나온 여러 여성들의 분노들은 분명히 의미가 있다고 보고 있죠.

경찰들은 비평가들이 아니기 때문에 이 사건에 집중해서 이 유형은 증오 범죄로 분류될 수 없다고 말한 것 같고요. 우리가 사실 혐오 범죄라는 말을 쉽게 쓰고 있지만 엄연히 증오라는 개념과 혐오라는 개념 구분이 됩니다. 영어로 보면.
 
▷ 한수진/사회자:
 
구분이 된다?
 
▶ 이택광 경희대 교수(문화평론가):
 
증오라는 건 hate에 해당되는 것이고요. 이것은 이른바 경멸이라든가 차별이라든가 이런 식의 방식으로 대상을 무시하는 그런 감정이라고 볼 수 있고요. 혐오라는 것은 disgust라고 해서 말 그대로 역겨움입니다. 동성애라든가 인종이라든가 장애인이라든가 이런 사람들 자체를 아무 이유도 없이 싫어하는 거예요.

그래서 대화 자체를 하지 않으려고 하는 이런 것들이 있는데 그런 차이들이 좀 있죠. 그래서 이걸 잘 구분해서 써야 하지만 한국은 두 개가 다 섞여서 증오든 혐오든 다 혐오로 번역되는 그런 모습이 좀 있어요. 그래서 한국에 아직까지 익숙하지 않은 작명법이라는 생각이 들고 이런 것 때문에 더 많은 혼란이 야기되고 있는 거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듭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교수님 지금 일부에서는요, 여성들이 자꾸만 여성 혐오 이슈로 몰아가려고 한다. 이러면서 불편한 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사실 이 문제는 남성이 범죄 행위자인 사건에서 여성이 그 범죄의 피해자로 선택되었다는 그 사실에 있는 것 같고요. 또 이런 문제 제기가 사회로부터 거부되고 있다는 것이 지금 여성들을 어떻게 보면 더 분노하게 만드는 것 같은데요. 교수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 이택광 경희대 교수(문화평론가):
 
저도 그렇게 생각하는데요. 이 사건과 별개로 여성들의 반응들은 고민해야 한다고 봅니다. 기본적으로 그런 차별들이 일상화되어 있었고 특히 굉장히 제가 이번 계기로 놀랐던 것이 많은 여성들이 실질적으로 자신들에게 가해졌던 공포라든가 폭행이라든가 폭력이라든가 또는 성희롱이라든가 또 여성 차별적 대우들을 증언하고 나섰거든요.
 
▷ 한수진/사회자:
 
지금 그런 증언들이 쏟아지고 있어요.
▶ 이택광 경희대 교수(문화평론가):
 
이건 정신질환자가 여성을 살해한 문제와 달리 그것을 계기로 여성들이 나도 그런 일을 당했고 그런 험한 꼴을 당하고도 내가 살아남았다는 증언들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이것은 명백하게 한국 사회에 만연해 있는 여성 문제들, 여성 차별 문제들을 각성시키는 것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그래서 경찰의 그런 진단이라든가 수사 발표와는 관계없이 굉장히 흥미롭게도 발표를 하신 프로파일러들이 이런 문제는 인정을 하시더라고요. 저희들이 경찰관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런 건 이야기하겠지만 사실 이런 문제도 있다고 말씀하시는데 그것이 아예 그런 정신질환적인 문제와 무관하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특히 망상증이라는 것은 그 사회의 상징적 구조와 무관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하필이면 정신질환 범죄자가 여성을 대상으로 해서 범죄를 했다는 것은 대단히 상징적이라는 생각이 들고요. 사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이걸 혐오 범죄로 분류를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페미사이드라는 그런 범죄의 유형이 있습니다.

이건 여성 살해 범죄라고 부르는 건데 이건 정신질환의 문제가 아니고 정상적인 남자라 하더라도 왜 여성들을 살해하는가 라는 문제 제기에요. 그건 여성이 약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죠. 사회적으로 봤을 때. 약자로서의 여성들을 살해하는 페미사이드를 거치면서 보더라도 아무리 범인이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다 치더라도 모든 건 한국사회의 문제가 되는 것이고 한국 사회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되는 것이죠.
 
▷ 한수진/사회자:
 
사실 이 혐오 발언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제대로 심각성을 느끼고 있을까요? 지금 그런 생각도 좀 들더라고요?
 
▶ 이택광 경희대 교수(문화평론가):
 
특히 제가 놀란 반응들은 남성들인데요. 사실 일베 회원들이 강남역에 가서 웃지 못 할 그런 일들을 했는데 이런 사람들의 입장에서 봤을 때 지금 왜 여성들이 이렇게 큰소리를 치느냐 이런 식의 태도를 보이더라고요. 그런 것들이 제 입장에서는 잘 이해가 안 되고요.

왜냐하면 실질적으로 남녀 차별이라든가 남녀의 위계적 구조라는 것은 너무나 많이 목격해 오지 않았습니까. 특히 남녀의 임금 차등 문제라는 것은 일제 식민지 시대부터 내려오는 관습이에요. 악습이죠. 이것이. 똑같은 일을 하는데도 왜 여성이기 때문에 차별 적용을 받아야 하는지를 납득할 만한 이유가 없습니다.

예전 같으면 가정을 돌봐야 한다 이런 것도 있었지만 지금은 반드시 그런 것도 아니거든요. 많은 여성들이 사회 진출을 한 상태에서 남성과 동등하게 일을 하는데 임금 차별을 받는다든가 이런 것들이 누적돼 있어서 이 문제가 터진 거예요. 남성들 입장에서는 여성들의 차별이 안 보일 수가 있습니다. 그러면 당사자들이 이야기하는 것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성숙한 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매너라고 볼 수 있죠.
 
▷ 한수진/사회자:
 
그렇죠. 이러다가 이성간에 혐오 공방으로 번지고 있어서 그 점도 걱정이 되더라고요. 우리 사회가 아직 이것 밖에 안 되나 그런 생각도 들고 말이죠.
 
▶ 이택광 경희대 교수(문화평론가):
 
사실 이런 혐오와 관련된 사실 혐오라는 것은 앞에서 제가 말씀드렸던 증오가 아닌 disgust라고 부를 수 있는 역겨움을 동반하는 혐오라는 것은 대화를 차단하는 것이거든요. 그런데 사실 남녀라는 것은 생물학적으로 보더라도 보십시오. 어떻게 남자가 여자를 혐오하고 여자가 남성을 혐오할 수 있겠어요.

사실 그건 거의 불가능하죠. 남성이 만약 여성을 진짜 말 그대로 역겹게 생각한다면 그것은 문제가 있는 것이죠. 그 남성에게. 그래서 이런 문제들은 어떻게 보면 문화적인 가치를 가지고 싸우는 것이라 볼 수 있는데 문제는 이러한 혐오 담론들이 너무 과장되고 심화되게 되면 말 그대로 정말 증오 범죄가 도래할 수도 있는 거죠. 그런 것들을 사실 전문가들이 우려하고 있는 것이고요.

말 그대로 증오 범죄라는 것은 문화적 가치와 관련된 범죄인 것이고, 목적의식적이고 또 그와 관련된 굉장히 계획적이고 기획적인 차별의 완성으로서의 범죄거든요. 이런 것들이 정말 나타날 수가 있다 우려하는 분도 있는데 그런 것들도 틀린 진단은 아니겠지만 이런 혐오들이 가중되었을 때는 정작 해결해야 할 여성 차별 문제라든가, 위계 문제라든가, 가부장제 문제라든가 이런 것들을 대화로 해결할 수 없게 돼버립니다.

문화적 가치라는 것은 대화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볼 수 있는데 이런 것이 차단이 돼버리면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거죠. 그러면 말 그대로 미봉책으로 남녀 공용 화장실 안전을 도모한다든가 남녀 공용 화장실 없애버리고 남자와 여자 화장실 분리하고 이런 식으로 미봉책으로 끝나버릴 수 있다는 거죠.
 
▷ 한수진/사회자:
 
미봉책일 뿐이다. 결국은 전반적인 사회 구조적인 문제를 제대로 들여다봐야 한다 이런 말씀이신 것 같습니다.
 
▶ 이택광 경희대 교수(문화평론가):
 
이번을 계기로 해서 이런 여성 차별과 관련된 문제들의 공론화가 시급하다는 생각이 들고요. 이런 공론화를 토대로 해서 사회적인 인식이 바뀌어야 합니다. 어떤 제도하고 여러 가지 해결책을 내놓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는 거기에 의미가 없다는 뜻은 아니에요. 중요하다고 보는데 그것과 더불어서 전반적인 사회 인식이 바뀌어야 하는 것이죠. 세상의 절반으로서의 여성 또는 사회적 약자로서의 여성에 대한 생각들이 바뀌어야지만 제가 봤을 때는 이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이 되는 거죠.
 
▷ 한수진/사회자:
 
그런 얘기를 하면 귀 기울여줘야 하는 거고요. 엉뚱한 소리들 하지 말아야 하는 거고요. 그런데 혐오 발언의 기저에도 보면 결국은 어떤 사회적인 불만이 깔려 있는 거 아니겠어요?
 
▶ 이택광 경희대 교수(문화평론가):
 
그렇죠. 남성들 입장에서도 그런 식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더라고요. 자기들도 차별을 많이 받는데 왜 여성들이 특별대우를 받아야 하느냐 하는데. 사실 저는 출발선 자체가 다르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운동장이 기울어져 있는 것이고 그리고 여성의 차별 문제가 개선되었을 때 그것이 남성에 이득이 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없어요. 그러니까 다시 말하면 남성이 자기가 차별을 받고 있는 남성이 여성의 차별이 개선된다고 자기에게 불이익이 올 리가 없거든요.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거죠.
 
▶ 이택광 경희대 교수(문화평론가):
 
그렇죠. 그렇게 생각을 해버리게 되면 여성을 차별하는 문제와 자기들이 차별받는 문제가 별개의 것으로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죠. 그런데 사회 구조적인 차원에서 본다면 그 차별이라는 것이 사실 남녀를 가리지 않고 동등하게 제기되고 있는 것이고 여성이 가지고 있는 차별의 문제들이 해소되면 역시 남성들도 평등한 조건들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거죠. 이런 식의 사회적인 합의들이 이뤄져야 한다고 보는 겁니다.
 
▷ 한수진/사회자:
 
여성이 죽는다 그러면 남자도 죽는데 이럴 게 아니라 여성이 죽는다고 호소를 하면 같이 문제를 풀어보자 그게 우리 모두가 같이 잘 사는 그런 사회를 만드는 거다. 하는 인식이 필요하다는 말씀이신 것 같습니다.
 
▶ 이택광 경희대 교수(문화평론가):
 
여성 차별 문제를 없애는 문제는 남성들이 해주는 것이 아니에요. 여성들이 주장하는 것이고 남성들이 함께 그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가져야지만 해결되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이것은 여성만의 문제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오늘 여기까지 말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이택광 경희대 교수(문화평론가):
 
감사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이택광 경희대 교수와 말씀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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