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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대학가, SNS로 외친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대학가, SNS로 외친다
"전통이랍시고 술에 뭘 섞어서 뿌렸다는데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네요…학우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예비군 도시락을 왜 여성 후배가 싸야 하나요?"

"교수님 정말 참을 수가 없습니다…"

대학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커뮤니티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갑론을박의 장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부산의 모 대학 동아리 행사에서 선배들이 신입생에게 오물을 섞은 막걸리를 뿌리는 가혹 행위를 했다는 사실이 이 학교 SNS를 통해 알려졌습니다.

가혹 행위는 피해를 본 신입생의 형이 SNS에 실태를 고발하는 사진을 올렸고, 사진이 공개되면서 학내에서는 비난의 목소리와 추가적인 제보가 빗발쳤고, 학교 측은 뒤늦게 진상조사에 나섰습니다.

한 달 전 강원도의 모 국립대에서는 선배들 예비군 도시락을 여성 후배에게 싸게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학내가 시끄러웠습니다.

학내 커뮤니티에 모 학과에서 선배들 예비군 도시락을 여성 후배의 의지와 관계없이 싸게 하는 일이 관행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는 글이 올라오면서 해당 학과 비난과 자신의 학과 내용이라고 주장하는 댓글이 속속 올라왔습니다.

이 학교 관계자는 "대외적으로는 창피한 일이었지만 이후 학내 악습을 철폐하는 계기가 됐다"며 "여학생들 사이에서는 학교생활이 편해졌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최근에는 강원도 모 대학 미술교육과 교수가 전공 수업 실기 과목 지도 시 여학생들이 불쾌감을 느낄 정도로 신체를 상습적으로 만진 사실이 학내 SNS를 통해 알려졌습니다.

익명성을 담보하는 SNS와 학내 커뮤니티의 제보 글은 부조리를 공론화하고, 바로잡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만 미확인 사실은 갈등을 조장하거나 피해자를 발생시키기도 합니다.

최근 모 대학 A 교수는 학내 커뮤니티에 올라온 성차별 논란 발언 글 때문에 홍역을 치렀습니다.

글쓴이는 "수업 시간에 A 교수님이 3가지 소원을 꼭 정하라고 말해 한 여학생이 취업 얘기를 꺼내니 '취업은 무슨, 일하느라 아이 망치지 말고 남자가 벌어오는 돈으로 집에서 애나 봐라'"고 말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해당 교수는 "수업 시간에 유대인 얘기가 나와 유대인 여성은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 휴직을 하고 육아에 신경을 쓴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학생들이 오해한 것 같다"고 해명하고 다음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사과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같은 수업을 들었던 다른 학생들은 "교수님 말씀은 그런 뜻이 아니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이 교수는 "주로 1학년이 듣는 교양수업에 4학년 여학생이 들어왔는데 수업과 관계없는 이야기를 하니 짜증이 나 글을 올린 것 같다"고 당시를 떠올렸습니다.

전문가들은 대학에서 SNS를 마케팅 도구로만 가르칠 것이 아니라 '잘 활용하는 방법'도 가르치는 윤리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노기영 한림대 미디어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공중도덕을 지키듯이 SNS 에티켓과 관련한 윤리 교육이 꼭 필요하다"면서 "학내 SNS나 커뮤니티 운영자 역시 '신뢰할만한 정보만을 올리겠다'는 등의 윤리관념을 정립하고, 자발적으로 실천하는 자율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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