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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반달가슴곰이 사는 곳…지리산 1천400미터 능선

이용식 기자 yslee@sbs.co.kr

작성 2016.05.24 11:14 수정 2016.05.24 19:00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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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갈나무와 층층나무의 울창한 숲이 파란 하늘을 가렸습니다. 강렬한 햇살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어 시원한 그늘이 만들어졌습니다. 연한 신록은 어느새 엽록소양이 많아져 짙은 녹색으로 바뀌고, 잎사귀도 두꺼워졌습니다. 평평한 능선 땅바닥위에 키 작은 조릿대가 군락을 이룬 곳, 지리산 해발1천400미터 고지대에 반달가슴곰이 살고 있었습니다.

반달곰을 만나러 간 것은 지난20일, 탐방로를 따라 출발은 쉬었습니다. 잘 닦아놓은 길을 걸은 지 1시간 반, 잠시 숨을 돌리고 본격 산행에 나섰습니다. 얼마 전 내린 비에 계곡에는 물이 꽤 불어났습니다. 바위에 부딪히며 시원스레 쏟아져 내리는 물소리는 맑고 가벼웠습니다. 탐방 길을 벗어나 크고 작은 나무들이 우거진 비탈은 길 없는 숲, 풀과 잔가지를 헤쳐 가며 오르고 또 올랐습니다. 걷다 쉬다를 반복하기 1시간, 마침내 반달곰 생포 장비인 드럼통 덫이 눈앞에 들어왔습니다.캄캄한 통 안에 갇힌 반달곰은 외부로부터 빛이 들어오자 민감하고 사납게 반응했습니다. 숲속에서 자란 야생 곰다운 모습이었습니다. 반달곰을 가까이에서 자세히 볼 수 있던 것은 마취를 시킨 뒤였습니다. 덫 속에서 빼낸 반달곰 가슴에는 반달모양의 흰털이 선명했고, 몸을 감싼 검은 털도 윤기가 자르르 흘렀습니다. 야생에서 잘 살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주변에 널린 조릿대 새순을 뜯어 먹고, 큰 나무에 기어올라 놀기도 하면서 말입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 소속 수의사는 반달곰 가슴에 청진기를 대고 심박수부터 체크했습니다. 이어서 체온을 재고, 혈액과 분변을 채취하고, 마취에서 깨기 전에 발신기 교체까지 일을 마쳐야 해서 팽팽한 긴장감이 돌았습니다. 반달곰의 몸무게는 33kg, 발육과 건강은 아주 양호하다는 판정이 내려졌습니다. 더운 날씨에 덫 속에 갇혀 자칫 몸에 수분이 부족할 수 도 있기에 수액도 맞혔습니다.이 반달곰은 지난2천14년 지리산 숲에서 태어나 만 2년 된 암컷입니다. 아빠, 엄마 곰은 지난2천7년 야생에 방사돼 그동안 여러 차례 새끼를 낳은 개체로 확인됐습니다. 반달곰 연구팀은 방사된 개체들과 야생에서 태어난 새끼들의 유전자분석을 통해 반달곰 가계도를 만드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반달곰을 생포하는 목적도 이런 유전자원관리와 생태연구를 위해서입니다.
야생 곰을 안전하게 잡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 끝에 만든 게 드럼통 덫, 생포 트랩입니다, 드럼통 3개를 이어 만든 덫 천장 에는 공기구멍을 뚫어놓고, 한쪽 입구에 철문을 달았습니다.곰을 유인하는 미끼는 꿀과 와인, 꽁치를 섞어 만듭니다. 대접 안에 미끼를 담아 통속에 넣어두고 반달곰이 먹이를 먹으러 들어올 경우 철문이 닫혀 생포하는 방식입니다.지리산에 설치된 생포트랩은 90개, 트랩마다 발신기를 달아놓아 야생동물이 잡힐 경우 연구팀에게 신호를 보내도록 돼 있습니다. 늘 반달곰이 잡히는 것은 아닙니다. 때에 따라 오소리와 담비 등 다른 동물도 여럿 포획됐습니다.반달곰 생포에는 수의사를 포함 연구원 7~8명이 한조로 움직입니다. 물과 식량, 갖은 장비를 배낭에 담고 반달곰을 만나러 떠납니다. 반달곰 생포에 대한 기대를 하고 3~4시간을 걸어 험한 산에 오른 연구원들은 다른 동물이 포획될 경우 다리에 힘이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헛걸음 하는 일은 없습니다. 덫에 갇힌 다른 동물을 풀어 주기 때문입니다.

지난 20일에는 남원과 산청 두 곳에서 반달곰 2마리가 덫에 생포됐습니다. 지난4월 올 들어 처음 반달곰 1마리가 포획된 뒤 3마리째입니다. 산청에서 생포된 반달곰은 100kg이상 되는 덩치 큰 곰입니다. 양쪽 귀에 발신기 단 흔적이 남아있는 것으로 보아 그동안 발신기가 떨어져나가 생사가 불분명했던 곰입니다. 지난해에는 12마리가 생포돼 발신기를 달고 자연으로 돌아갔습니다.지난 2004년 첫 방사이후 지리산에 사는 반달곰 식구는 44마리로 늘었습니다. 위치추적 결과 지리산 권역을 벗어난 개체는 없습니다. 먹이활동과 번식에 부족함이 없기에 덕유산 등 백두대간 다른 숲으로 이동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국립공원 관리공단은 2020년까지 지리산 반달곰 수를 50마리로 늘린다는 목표입니다. 해마다 2~3마리의 새끼가 태어나기 때문에 무난히 목표를 달성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 다음 방사예정지는 설악산입니다. 지리산과 설악산에서 자연 번식한 반달곰이 백두대간을 서로 오르내리며 한반도에서 사라진 반달가슴곰을 복원 시키겠다는 꿈입니다.
 
종복원기술원 연구원들이 묵묵히 흘리는 땀방울이 그 꿈을 영글게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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