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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단독] 대한체육회, 박태환 막기 위해 정관 급조했나?

[취재파일][단독] 대한체육회, 박태환 막기 위해 정관 급조했나?
수영 스타 박태환의 리우올림픽 출전과 관련된 대한체육회 정관 조항이 급조된 사실이 SBS 취재결과 드러났습니다. 정관이 바뀐 시점이 박태환의 징계가 끝난 이후여서 그 효력의 정당성을 둘러싸고 논란이 거세질 전망입니다.    

박태환은 '도핑 징계 만료 이후 3년이 지나지 않으면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는 현 국가대표 선발 규정에 묶여 오는 8월 리우올림픽 출전의 길이 막혔습니다. 이렇게 되자 박태환은 최후의 수단으로 지난 4월 26일 국제 스포츠계의 '대법원'으로 불리는 스포츠 중재재판소(CAS)에 항소했습니다. CAS는 2011년 도핑으로 인한 징계가 끝난 뒤에도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하게 한 이른바 '오사카 룰'을 무효라고 판결한 바 있습니다.

박태환의 항소 이후 CAS는 대한체육회에 공문을 보내 이 안건에 대한 대한체육회의 입장을 밝혀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대한체육회는 지난 17일 밤 마라톤 회의 끝에 "박태환의 중재 신청서는 최종적인 의사 결정이 없었기 때문에 이 시점에서 중재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답변을 CAS에 보냈습니다.

대한체육회는 "박태환으로부터 해당 규정을 개정해달라는 공식적인 의견을 받은 바 없으며 박태환의 리우올림픽 참가에 대해 최종적인 결정을 내린 바 없다. 박태환 선수의 중재 신청서는 이와 관련한 최종적인 의사 결정이 없었기 때문에 이 시점에서 중재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본다"고 밝혔습니다.

쉽게 말해 대한체육회의 입장은 이 안건이 CAS가 중재할 사안 자체가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CAS가 심리할만한 사안이 되지 않으면 각하되는 것이고, 이렇게 되면 박태환의 리우올림픽 출전은 사실상 좌절됩니다.
 
대한체육회가 이렇게 답변한 근거는 현 <대한체육회 정관 제65조 2항>입니다. 이 조항에 따르면 '최종적인 결정에 대해 항소하려는 경우에는 스포츠 관련 중재규정에 따라 분쟁을 명백하게 해결할 수 있는 CAS에만 항소할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대한체육회의 '최종적인 결정'이 아닌 사안으로는 CAS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 조항을 놓고 국내 체육계에서는 일종의 '꼼수'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CAS가 본격적으로 박태환 항소 건을 심리할 경우 박태환이 승소할 가능성을 우려해 대한체육회가 정관 제65조를 들고 나와 아예 항소 자체가 안 된다며 강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조항이 생긴 시점입니다. 저는 이 조항이 오래전에 만들어져 지금까지 유지돼온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취재 결과 지난달에 급조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통합 대한체육회는 지난 3월 7일 발기인총회를 개최해 정관을 확정했습니다. 아래에 나와 있는 정관을 보면 보칙 제64조 이후에 바로 부칙으로 넘어갑니다. 즉 이때까지만 해도 제65조는 없었습니다.
이로부터 약 한 달 뒤인 지난 4월 5일 대한체육회는 창립총회를 열어 수정된 새 정관을 통과시켰습니다. 개정된 정관에는 제65조와 제66조가 새로 포함됐습니다. '대한체육회의 최종결정이 있어야만 CAS에 항소할 수 있다'는 문제의 제65조가 바로 이 때 생긴 것입니다.
박태환의 자격정지 징계는 이 조항이 만들어지기 한 달 전인 지난 3월 3일에 이미 풀렸습니다. 대한체육회는 박태환의 징계가 끝난 지 한 달 뒤에 자신들이 급조한 정관의 조항을 근거로 박태환의 항소가 CAS의 중재 대상 자체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대목입니다.

대한체육회 추천인원이 다수 포함된 <통합준비위원회>는 2015년 6월부터 올해 3월까지 무려 9개월 동안 통합 대한체육회 정관 제정 작업을 해왔습니다. 그 긴 시간 동안에 가만히 있다가 최근에야 갑자기 제65조를 새로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요? 대한체육회 한 관계자의 말은 이렇습니다.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가 통합하면서 갈등 현안이 워낙 많아 솔직히 박태환 건은 관심 밖이었다. 그런데 박태환이 3월 3일에 징계가 풀리면서 리우올림픽 출전 여부가 큰 이슈가 됐다. 그래서 이미 만든 정관을 자세히 살펴보니 스포츠분쟁에 관한 조항이 없었다. 박태환이 CAS에 항소할 경우 대한체육회가 어떻게 해야 한다는 법적 규정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제65조를 급히 만든 것이다."  

대한체육회는 선수를 위해 존재하는 기관입니다. 만약 국제 규정이 대한민국 선수에게 불리할 경우 이와 싸워야 할 주체가 대한체육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체육회는 오히려 한국이 낳은 수영스타의 앞길을 막고 있는 셈입니다. CAS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도핑 징계 선수의 '이중 처벌'을 무효라고 판단한게 이미 5년이나 지났습니다.

대한체육회는 이미 최종 결정을 내렸습니다. 2014년 7월에 만든 현 국가대표 규정이 사실상 최종 결정인 셈입니다. 지난 4월 7일 대한체육회 산하 스포츠공정위원회가 "특정인을 겨냥하기 위한 규정 개정은 없다"고 공식 발표한 것은 또 무엇이란 말입니까? 말장난을 계속 하면서 시간 끌기에 나서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대한체육회 정관은 일종의 헌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정관을 급조하면서까지 박태환의 리우올림픽 출전을 기어이 막으려는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대한체육회는 제65조 조항을 왜 급조했는지, 또 누가 급조를 주도했는지를 공식적으로 밝히기 바랍니다.     

[ '대한체육회 정관 개정' 관련 반론보도문 ] 

 본 보도는 2016년 5월 23일자 '[취재파일][단독] 대한체육회, 박태환 막기 위해 정관 급조했나?' 제하의 보도에서 대한체육회가 박태환 선수의 리우올림픽 출전을 막기 위해 정관을 급조해 개정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대한체육회는 해당 정관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통합준비위원회, 대한체육회(KOC) 간 수차례 논의 끝에 IOC의 수정 권고안을 그대로 반영해 정관 제 65조를 추가 제정한 것일 뿐, 특정 선수의 올림픽 출전을 막기 위해 급조한 것이 아니라고 밝혀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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