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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주지 못해 미안"…강남 피살여성 추모 전국 확산

"지켜주지 못해 미안"…강남 피살여성 추모 전국 확산
서울 강남역 인근 상가 화장실에서 아무 이유 없이 정신질환자에게 살해된 여성을 추모하는 분위기가 전국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서울 강남역에서 시작된 '메모지 추모'는 대전·울산·부산 등 곳곳으로 퍼지고 있습니다.

대전도시철도 시청역 출구는 추모 메모지로 뒤덮였습니다.

한 대학생이 지난 19일 추모의 벽을 만든 이후 시민의 추모 행렬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나일 수도 있었지만 男(남)일 수는 없었다', '가해자는 남성 6명을 지나쳤습니다' 등 물리적 약자인 여성을 범행 대상으로 삼은 가해자에 대한 분노를 드러내는 글도 많았습니다.

이곳에서는 사비를 털어 추모의 벽에 쓰일 메모지와 펜, 테이프를 제공하는 이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이날 새벽 극우성향 인터넷 사이트인 '일간베스트' 회원이 추모의 벽에 붙어 있던 메모지를 대부분 떼어내고 사이트에 인증샷을 올려 논란이 일었지만, 시민들은 훼손된 추모의 벽을 다시 정비하고 추모를 이어갔습니다.

부산의 주디스태화백화점 인근 하트 모양의 조형물에도 고인의 죽음을 애도하는 메모지가 빼곡히 붙었습니다.

이 조형물에는 사건 발생 하루 뒤인 18일부터 애도 메모지와 추모의 국화 다발이 놓이기 시작했습니다.

울산에서도 현대백화점 벽천분수대에 마련된 추모공간에 추모 메모지 700여 장이 붙었고, 수원의 경기대와 경북 영남대 등 대학가에도 추모 열기가 이어졌습니다.

17일 사건 발생 직후 SNS에서 촉발된 애도 움직임은 오프라인으로 퍼져 강남역을 기점으로 전국으로 퍼지는 양상입니다.

추모 운동이 공감을 얻는 것은 허술한 사회 안전 시스템 때문에, 여성을 포함한 사회적 약자의 두려움과 불안감이 폭발하면서 가능했다는 분석입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흔히 강력범죄는 극단적 장소나 상황에서만 발생한다고 생각하지만, 밥 먹다 자연스럽게 화장실에 가는 일상행위로도 죽을 수 있다는 것은 여성들에게 충격일 것"이라며 "누구나 언제든 피해자가 될 수 있고, 이를 자기 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추모가 이어지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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