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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터뷰+] '클린' 디젤에서 '더티' 디젤로 전락한 진짜 이유?

[人터뷰+] '클린' 디젤에서 '더티' 디젤로 전락한 진짜 이유?
몇 년 전만 해도 디젤 엔진을 쓰는 경유차가 '친환경 차'로 인식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휘발유 차량에 비해 적다 보니 지구 온난화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논리였죠. 그런 분위기를 타고 경유차는 유럽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졌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180도 달라졌습니다. 미세먼지와 공기 질, 즉 환경오염에 대한 염려가 커진 것입니다.이산화탄소만 빼면 오염 물질이 압도적으로 많이 나오는 경유차는 이제 '클린 디젤'에서 '더티 디젤'이란 오명을 뒤집어썼습니다. 

경유차는 왜,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전락해버린 것일까요? SBS 취재진은 자동차 명장 박병일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1971년부터 자동차정비 기술을 익혔던 박 명장은 2002년 정부 공인 1호 자동차 명장으로 인정받았습니다. <편집자 주>


(기자) 먼저 휘발유(가솔린)와 경유(디젤)차의 차이부터 설명해주세요. 연료가 다른 것 말고도 어떤 차이가 있나요?
 
(명장) 엔진 구조가 가장 큰 차이죠. 가솔린 엔진은 분사된 연료에 불꽃을 튀기는 점화 장치가 있지만, 디젤은 엔진 자체의 열로 연료를 태우는 구조로 돼 있습니다.

(기자) 주변에 경유차를 사신 분들은 연비가 좋기 때문이라던데요?

(명장) 네, 디젤 엔진은 연료를 직접 태우는 방식이다 보니 가솔린 엔진보다 연비가 좋아요. 가솔린은 1ℓ로 10㎞를 뛸 수 있다고 하면 디젤은 13㎞, 약 30% 정도 효율이 높다고 볼 수 있죠.

(기자) 그럼 단점은요?

(명장) 매연이 많이 나온다는 거예요. 제조사가 매연을 줄이려고 여러 장치를 달았어도 연료 특성상 한계가 있거든요.

(기자)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명장) 그동안 디젤 엔진은 많이 발전했죠. 지금의 디젤 엔진은 과거 형태를 개량한 '커먼레일' 방식의 엔진이에요. 엔진 제어를 기계식에서 전자식으로 바꾸고, 고압 펌프와 인젝터 등을 통해 출력을 향상시켰어요. 반면, 소음은 줄었어요. 진동이 적어진 거죠. 이젠 가솔린 엔진하고 비슷해졌어요. 그런데 문제는 아무리 엔진을 컴퓨터화하고 발전시켜도, 매연이 나오는 건 어찌할 수가 없었던 거예요.
(기자) 기술적으로 매연을 줄일 순 없나요?

(명장) 물론 기술자들이 매연을 거르는 필터 격인 DPF라는 장치를 달았죠. 불완전 연소를 하면 그을음이 생기잖아요. 그랬더니 흡기구 쪽에 그을음이 끼고, 배출가스 쪽에 단 DPF에도 그을음이 끼는 거예요. 그런 상황이 지속하면 출력과 연비가 떨어지는 현상이 생기죠.

(기자) 그럼 디젤 엔진은 계속 쓰면 안 좋아지는 거네요?

(명장) 네, 그래서 제조업체 측이 언제 디젤 엔진을 점검해야 하고 어떤 때는 수리가 필요하다고 소비자에게 말해줘야 해요. 그런데, '어, 디젤차는 별로 안 좋은 차구나!'라고 여길까 봐 그런 말을 못 하는 현상이 생긴 거죠. 

(기자) 디젤 엔진에서 배출되는 매연 성분은 뭐죠?

(명장) 압축력이 좋을수록 출력도 높아지지만, 엔진 온도도 올라가죠. 특히 엔진 온도가 뜨거울수록 배출 가스 중에서 질소 산화물의 비중이 높아집니다. 이 질소 산화물은 먼지와 스모그의 원인으로 대기를 오염시킬 뿐만 아니라,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죠.

▼ 디젤차에 장착된 오염물질 저감장치는 많습니다. 필터 역할을 하는 DPF 외에도 배기가스를 다시 연소시키는 EGR, 또 미세먼지 규제 강화 이후 요즘 나오는 디젤차에 장착되는 SCR 등이 그것이죠. 문제는 이 장치들이 디젤의 장점인 출력과 연비를 떨어뜨린다는 겁니다. 여기서 디젤 차량 제조사들이 피할 수 없는 딜레마가 생긴다고 박 명장은 설명합니다.

(기자) 옛날에 디젤 엔진은 트럭이나 버스에만 썼죠?

(명장) 그렇죠.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대형차들, 짐을 많이 싣는다든가 사람을 많이 태운 상태로 언덕을 오르내리는 차들에만 썼어요. 일단 연비가 좋으니까요. 그리고 엔진이 개량돼서 출력이 더 좋아졌잖아요. 어, 그러니까 에너지 경제성 측면에서 디젤 엔진이 주목받기 시작했죠.독일 차들에 디젤 엔진이 많다 보니까, 유럽도 디젤차 많이 타니까 우리도 쓰면 되겠다고 앞다퉈 도입했죠. 

(기자) 디젤 엔진의 매연 문제에 대해서 선진국도 알고 있었죠?

(명장) 그렇죠. 그래서 오염물질 관련 법규를 엄격하게 규정했죠. 문제는 그런 법규는 매년 강화시키는데 현실은 기계적으로나 공학적으로나 따라갈 수 없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조작 사건이 만들어졌다고 봅니다.

(기자) 어떻게 조작을 하죠?

(명장) 간단해요. 한 마디로 컴퓨터한테 거짓말 신호를 하게 몰래 프로그래밍하는 거죠. 어떤 조건이 되면 너 거짓말 좀 해라, 어떤 조건이 되면 너 똑바로 얘기해라. 그런 식의 조작을 통해 현재 폴크스바겐이나 도요타 사건이 발생한 겁니다.
(기자) 디젤 엔진의 매연은 현재 기술로  불가능한 건가요?

(명장) 오죽했으면 세계 최고 기술을 가진 독일 폴크스바겐이 조작하는 사건을 저질렀겠어요? 만약 기술적으로 완벽하면 조작이라는 건 필요가 없는 거죠. 그만큼 기술이 법규를 쫓아가지 못하니까 조작이라는 게 나온 거고요. 그만큼 완벽하지 않은 엔진이 디젤엔진이라는 거죠.

(기자) 아니, 앞서 말씀하신 저감장치들 있잖아요. 그걸 좀 더 개발하면?

(명장) 저감 장치들도 영원한 게 아니에요. 그런 저감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건 2년 정도고요. 2년이 넘어가면 저감 기능이 떨어져서 5년쯤 지나면 옛날 디젤 엔진이나 지금의 커먼레일 엔진이나 큰 차이가 없어집니다. 그러니까 환경을 계속 오염시킬 수밖에 없는 것이 디젤차의 한계죠.

▼ 현재 오염물질 저감장치의 기술개발 속도가 환경 규제 강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한계. 그렇다면 앞으로 이런 한계를 어떻게 풀어야 하는 것일까요? 

(기자) 명장님, 디젤차는 이대로 끝입니까?

(명장) 사실, 디젤 엔진이 현재 가솔린만큼 완벽하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앞으로도 그 문제는 그렇게 쉽게 풀릴 문제는 아니죠.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현재 나와 있는 디젤차, 그동안 판매된 차의 매연을 줄이려면 어떡해야 하느냐? 일단 정비나 관리 방법이라든가 아니면 제어계통을 진단하고 하는 방법들을 널리 알려야 합니다.
(기자) 디젤차를 산 소비자들만 속은 거군요.

(명장) 네, 소비자들이 그런 지속적인 관리나 비용이 들어간다고 알았으면 안 샀을지도 모르죠.

(기자) 그럼 앞으로 어떡해야 하나요?

(명장) 지금이라도 그런 매연을 줄일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 정부 지원이라든가,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서 정부와 제조사가 나서야 합니다.그렇지 않으면 소비자가 모든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지금이라도 문제를 툭 터놓고 논의하면서 풀어가는 게 제일 중요합니다.   

취재: 정호선 기자 / 구성 : 임태우 기자 / 디자인 : 김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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