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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대한체육회의 이중 처벌 규정은 국제적인 망신"

국제 중재 전문가가 본 박태환 사건의 문제점

[취재파일] "대한체육회의 이중 처벌 규정은 국제적인 망신"
리우 올림픽이 이제 70여 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4년의 결실을 맺기 위해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하는 이 시점에 수영선수 박태환과 체육회는 대화를 통해 의견을 모으지도, 중재 재판으로 가지도 못하고 계속해서 평행선을 달리고 있습니다.

이번 박태환 사건의 진짜 문제와 법적인 해결책은 무엇인지 알아보고 제소 절차와 과정에 대한 법률적인 자문을 얻기 위해 임성우 국제 중재 전문 변호사를 만났습니다.
임 변호사는 싱가포르 국제중재법원 상임위원과 법무법인 광장의 국제 중재팀장을 맡고 있는 국제 중재 전문가로, 이달 초 ‘서울 스포츠 중재 컨퍼런스’에서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의 윌리엄 스턴하이머 사무부총장과 리처드 파운드 전 세계 반도핑 기구(WADA)의장 등 국내외 스포츠중재 전문가들과 이 문제로 토론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임 변호사는 먼저 이번 사건이 박태환 개인이 아닌 대한체육회의 잘못된 규정 문제라며, 이를 바로 잡지 않으면 대한민국이 국제 스포츠계에서 망신을 당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임 변호사와 인터뷰를 통해 이번 사건의 진짜 쟁점이 무엇인지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인터뷰 내용 중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굵은 글씨로 표시했습니다.)
 
* 대한체육회 국가대표 선발규정 5조 6항
체육회 및 경기단체에서 금지약물을 복용, 약물사용 허용 또는,
부추기는 행위로 징계처분을 받고 징계가 만료된 날로부터
징계 기간이 끝나고 3년이 경과하지 아니한 자는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

Q. 대한체육회의 이중 처벌 규정은 잘못된 것인가요?

도핑이라는 문제는 그 자체가 매우 특수한 부분이어서 전 세계적으로 통일된 규율을 적용 하고 각 국가의 올림픽 위원회가 개별행동을 하지 아니 한다고 (WADA와) 약속을 한 부분입니다. (WADA - 금지약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위해 1999년 국제올림픽위원회 IOC 산하로 창설된 기구로 동ㆍ하계 올림픽을 비롯한 주요 국제대회는 물론 대회 기간 이외에도 수시로 약물검사를 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는 스포츠 도핑에 관한 모든 것을 총괄하는 국제 기구) 

세계 모든 선수들이 다 도핑 문제는 있을 수 있어요. 왜냐하면 자기도 모르게 약물을 섭취하거나 감기약을 먹었다 그러면 도핑 테스트에 걸리고 처벌을 받습니다. 매우 엄격한 무과실 책임(고의로 한 과실이 아니어도 책임을 지는 제도)이니까요. 그래서 처벌을 받는데 그 처벌 이후에는 처벌 받았다는 사실을 이유로 또 다른 처벌을 하는, 이중처벌은 안 된다는 게 여러 차례 중재 법원에서 확인됐습니다.

그래서 (도핑에 적발된) 다른 선수들, 다른 외국선수들은 한 번 처벌을 받은 이상 그 다음에 이중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정해진 원칙에 따라서 (올림픽에) 참여할 수 있는데, 박태환 선수만 참여를 못 한다는 이게 스포츠 공정성에 역행하는 것 아닙니까?

Q. 비슷한 사례가 외국에서도 있었나요?

그렇습니다. 오사카룰 같은 규정들은 원천 무효다. 이것은 WADA규약에, 일사부재리 원칙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니까 원천 무효라는 결정이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 있었다는 말이죠. (오사카룰 - 도핑에 걸린 선수는 징계 이후 바로 다음에 열리는 올림픽에 출전할 수 없다는 IOC 규정으로 ‘이중처벌’이라는 CAS의 판결에 따라 2011년에 없어짐)

그리고 모든 국가의 스포츠 단체가 거기에 다 따랐습니다. 왜냐하면 서명을 했기 때문에 (WADA 규약에) 따르겠다고, 우리는 따르겠다고 서명을 했는데 지금 그것을 안 지키겠다는 겁니다. 국제사회에 대해서 우리가 서명한 내용을 우리는 안 지키고 독자행동을 하겠다고 하는 게 지금 현재 상황 아닙니까?

영국올림픽 위원회에서도 똑같은 일이 있었습니다. 영국 올림픽위원회에서 (우리와) 똑같은 기준으로 도핑 전력이 있는 선수는 올림픽에 못나간다 이런 규정이 있었지 않습니까? 그 규정에 대해서 WADA가 시정해라 지시를 했는데 (영국 올림픽위원회가) 안 따르겠다고 했어요. 그래서 그것이 중재 법정(CAS)으로 갔거든요.

중재법정에 가서 따라야 된다고 (판결이 났고) 그렇게 해서 영국올림픽위원회가 따랐습니다. 그래서 지금 (영국에도 이중 처벌 규정이) 없는 거고요. 국제적으로 없는 기준을 우리 박태환 선수에게만 적용을 해서 우리는 특별히 너를 더 가중 처벌하겠다 이렇게 하는 게 그게 무효라는 겁니다.

Q. 대한 체육회는 왜 이중 처벌 규정을 만들었을까요?

(왜 이런 규약을 만들었는지) 저도 지금으로서 사실 납득하기가 어려워요. 이미 한 번도 아니고 여러 차례 (이중처벌) 이슈가 국제 스포츠계에서 공론화 되어서 (이중처벌을 없애기로) 이미 결정이 다 난겁니다. 재론의 여지가 없어요. 그런데도 그 규정을 검토를 하지 아니한 채 이 규약을 만들었다, 이게 제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는 거죠. 제 생각에는 애당초 (대표)선수 선발규정을 만들 때 WADA 규약과의 관계를 제대로 점검하지 않은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WADA 코드 규약의 의미와 내용 그것이 도핑 규제와 관련해서 어떤 의미를 가지느냐 이것에 대한 공부나 연구가 없었다는 거죠.

Q. 그렇다면 체육회의 이중 처벌 규정을 당장 바꾸어야 할까요?

일단 이런 규정이 만들어지고 난 다음에 문제점이 발견되니까 만든 입장에서는 당혹스럽겠죠. 그래서 지금 현재 규정은 규정이다. 고치기 전에 차별취급은 없다(라고 하는데 이것은) 차별취급이 아니거든요. 원래 WADA 규약에 반해서 원천무효인 것을 정상상태로 돌리는 겁니다.

(대한체육회의) 선수 선발 규정 전체가 무효라는 게 아닙니다. 선발 규정 중에서 도핑에 관련된 독자행동을 하겠다라고 했던 조항(이중 처벌 규정)만 걷어내고 정리하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만약에 걷어내지 않고 그 규정을 그대로 두고 있을 때는 국제기구인 WADA 입장에서 가만히 있을 리가 만무하죠.

그리고 대다수의 국민들이 (체육회의 규정이)  WADA 규약에 위반된 규정이다 하는 사실을 잘 몰라요. 그래서 원천무효다 하는 사실을 모릅니다. (국민들은) 박태환 선수가 우리나라의 스포츠 영웅인데 (올림픽에) 보내줘야 되지 않느냐 하는 여론만 70%입니다. 근데 체육회 규정 자체가 WADA 규약에 반해서 무효인 규정을 적용해서 못나간다 이걸 알았을 때는 70% 뿐이겠습니까? 어느 누구가 (체육회 규정에) 수긍을 하겠냐 이 말이죠.

Q. CAS에서 판결을 내려도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도 있던데?

판정이 나와도 구속력이 없다, 이런 말이 나와서 저는 깜짝 놀랐어요. 중재 판정은 확정 판결과 같은 효력이 있거든요. 법적 구속력은 당연히 있고요. 확정 판결과 동일하게 법적 구속력이 있지만 판결도 마찬가지지 않습니까?

판정이 내려졌는데 “너는 판결해라 나는 따르지 않겠다. 배 째라” 그런 입장을 보일 경우에는 결국은 법원에 가서 구제 수단을 받아서 집행할 수밖에 없는데 (박태환 선수의 경우) 그 때는 이미 올림픽 게임이 끝나고 난 다음이 되지 않습니까? 대표팀 엔트리에서 배제를 시켜 버리고 나서 시합 끝나고 나면 네가 무슨 판정을 받아오든지 나는 관계없다, 이것이 갑의 횡포가 아니고 뭐겠습니까?

저는 그래서 중재 법정에서 내려진 결정도 구속력이 없다 이런 말이 나오는 건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포츠 공정을 논하는 자리에서 그런 이야기가 나올 수는 없는 이야긴데 그런 이야기가 버젓이 나온다는 게 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Q. 올림픽 엔트리 제출까지 두 달도 남지 않았는데 지금 제소하면 늦지는 않을까요?

중재 시스템이라는 게 굉장히 효율을 중시하거든요. 스포츠 중재는 신속한 분쟁 해결이 생명입니다. 그러니까 사안에 따라서 굉장히 급한 판정이 필요하다 그러면 중재 판정부가 급히 판정을 내려줄 수도 있습니다.
Q. 대한체육회에서는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 CAS에 답변했는데, 제소가 쉽지 않을 수도 있나요?

(체육회의 답변은) 박태환 선수 출전을 금지시킨다고 하는 처분을 종국적으로는 내리지는 않았다 그리고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러니까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기다려달라 그런 취지의 내용처럼 보이는데 종전의 체육회 입장에서는 한발 물러난 것 같아요.

안 되는지 되는지를 좀 기다렸다가 판단해보고 결정할 테니까 그때 가서 보자 하는 이야기인데, CAS에서 이미 여러 가지 객관적인 정황과 규정상 (박태환이 올림픽) 예비 엔트리에서 제외되고 이런 상황들도 다 있고 한데 단지 (체육회가) 시간벌기 위해서 아직까지 최종적인 결정을 안 내렸으니까 나중에 새로 중재하자 이렇게 하는 이야기를 받아들일지 그것은 장담을 못하죠.

Q. CAS가 체육회의 답변을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인가요?

박태환 선수가 CAS에다가 제소를 한 것은 중재거든요. 일반적인 중재 절차에 따라서 진행이 되는 겁니다. 양쪽 이야기를 다 듣고 그 다음에 형식이 어떻게 되든 실제 내용이 어떤지를 보고 그리고 CAS가 판단을 하겠죠. 중재 절차라는 게 당사자가 신청을 하면 그 다음에 피 신청인이 답변을 하고 그 신청인과 피 신청인의 주장을 양쪽 다 비교를 한 다음에 그 다음에 이제 판단을 하는 것이죠. 중재 판정부가.

Q. 체육회의 이번 답변이 시간끌기를 위한 것은 아닐까요?

제 생각에도 이미 대표선발 엔트리에서 박태환선수가 제외된 상태에서 아직까지 우리가 최종결정을 하지 않았다 이렇게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시간 끌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당장 이 케이스가 중재 법정에서 다뤄질 경우에는 이미 여러 차례 걸친 판결이 있기 때문에 (체육회에) 불리한 결정이 나올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하고서는 어쨌든 좀 연기시키자 미루자, 미룬 다음에 어떻게든 시간을 좀 끌어서 리우 올림픽 바로 직전에 어떤 결정을 해서 박태환선수가 법적인 조치를 취하는 기회를 사실상 막아보자 이런 의도가 있지 않은가 그런 의심도 듭니다.

그런데, 지금 만약에 새로 중재(신청)를 한다 해도 이 사건은 똑같습니다. 중재를 지금 제기해서 판단을 받는 것이 떳떳한 것이지 지금 아직까지 최종적인 입장이 정리가 안됐으니까 정리된 다음에 나중에 하자. 그래서 올림픽 바로 직전에 그런 결정을 내린다, 그렇게 하는 것은 정당한 과정은 아니지 않겠습니까?

Q.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해주신다면..

스포츠라는 것은 모든 선수가 같은 룰을 동일하게 적용받는다고 하는데서 출발하는 것인데, 박태환 선수만 그 룰에서 벗어나서 가중처벌을 하겠다는 것은 국제무대에서 공정하고 타당한 결론이 아니지 않습니까?
바로 그런 것을 막기 위해서 WADA라는 규약이 전 세계적으로 도핑 문제에 관해서는 일률적으로 해결을 하려고 하는 것이거든요. 

그런데, 우리나라만 독자 행동을 하겠다. 국제사회에서 내가 서명한 규약이지만 나는 지키지 않겠다. 이렇게 지금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랬을 때 국제 스포츠계에서 우리 위상, 위신 이런 것도 생각을 해야 되거든요. 망신이죠. 그리고 공정하지도 않고요.

스포츠 공정 위원회는 공정한 룰을 만들어야 되잖아요. 국제적으로 공정한 룰을 만들어 놨는데, 그 공정한 룰에서 벗어나서 독자 행동을 하면서 스포츠 공정을 논할 수가 있느냐 그런 문제입니다. 이것은 박태환 선수 개인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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