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인 사업가에게 팔렸던 미국 시카고 도심의 유명 건축물을 미국 부동산개발업체가 시카고 시의 개입 하에 다시 사들이면서 이미 사망한 사람과 매매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18일(이하 현지시간) 시카고 트리뷴에 따르면 지난 12일 초대형 부동산 시카고 구(舊)중앙우체국 건물 건물을 매각한 지 하루 만에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됐던 영국 부동산개발업자 윌리엄 데이비스(80)가 사실은 계 5일여 전에 이미 숨진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데이비스는 지난 2009년 경매를 통해 한때 '세계에서 가장 큰 우체국'이던 1903년산 아르데코 양식의 이 건물(25만㎡·14층)을 헐값에 사들인 후 7년째 개발을 않고 묵혀둬 시카고 시와 마찰을 빚었다.
람 이매뉴얼 시카고 시장은 데이비스가 오는 6월 1일 전까지 개발 계획을 내놓거나 건물을 매각하지 않으면 '토지 강제 수용권'(Eminent domain·정부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사유재산을 압수할 수 있는 권한)을 발동해 강제 압수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시카고 시는 지난 12일 데이비스가 뉴욕에 기반을 둔 부동산개발업체 '601W'와 1억3천만 달러(1천550억 원)에 매매를 성사했다고 발표하면서 총 5억 달러(6천억 원)가 투자될 재개발사업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이어 다음날인 13일 현지 언론은 데이비스가 매매 계약서에 최종 서명한 지 하루 만에 숨을 거뒀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트리뷴은 "17일 사망 증명서를 확인한 결과, 데이비스는 지난 7일 영국 리버풀 인근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시카고 시장 대변인은 "13일 데이비스 변호인단으로부터 사망 소식을 전해 들었으나 사망 시점에 대해서는 들은 바 없다"고 말했다.
3개월 전까지 데이비스의 메신저 역할을 한 마틴 멀라이언은 데이비스가 급성 폐렴으로 사망했다며 "거래에 문제가 없게 하려고 사망 후 일주일간 모두 '쉬쉬'했다"고 털어놓았다.
데이비스의 대변인은 매매계약이 최종 성사된 지 16시간 만에 모호한 표현으로 데이비스 사망 사실을 발표했고, 개발업체 '601W'측과 시카고 시 모두 사망 시점에 대해 입을 열지 않았다고 트리뷴은 전했다.
이어 데이비스가 계약서 서명 전 사망한 사실이 법적으로 문제가 되거나 재산 상속자들이 이의를 제기하면 1990년대부터 빈 채로 방치돼온 이 초대형 건물의 재개발이 또다시 지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601W' 측은 "계약서 서명 날짜는 12일이지만 거래 합의는 데이비스의 법정 대리인들에 의해 7일 이전 이뤄졌기 때문에 큰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시카고 지역 유언검인 전문 변호사 벤 네이버거는 "변호인의 권한은 의뢰인이 살아있을 때만 인정된다"며 "시카고 구 우체국 소유권이 귀속돼있던 데이비스의 회사 '인터내셔널 프로퍼티 디벨로퍼스'(International Property Developers) 임원이 권한을 위임받았을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美시카고, 죽은 영국인에게서 유명 건축물 재매입…효력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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