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처음으로 밍크고래 유전체 정보와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초위성체(microsatellite)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몸집이 큰 대형 포유류가 암에 잘 걸리지 않는 이유를 밝혀냈다.
암은 세포분열 과정에서 일어나는 돌연변이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에 세포분열이 많이 일어날수록 암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
따라서 이론적으로는 세포 수가 많을수록 수명이 길수록 암 발생률이 높아야 하지만 코끼리, 고래와 같은 대형 포유류는 인간보다 세포수가 월등하게 많은데도 암에 잘 걸리지 않는다.
암 연구자들이 동물원이나 야생에서 죽은 코끼리를 부검해보니 암에 걸린 개체의 비율이 5% 미만이었다.
1970년대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리처드 페토 박사가 이런 현상에 의문을 제기했고, 과학자들은 이를 '페토의 역설'(Peto's paradox)로 부르며 원인을 규명하고자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다.
수산과학원 생명공학과는 서울대학교 내 생물정보분석 전문 기업인 ㈜조앤김 제노믹스 연구팀과 함께 밍크고래의 초위성체에 주목했다.
초위성체는 유전체 내에서 염기가 2~6개 단위로 연속해서 반복되는 구간을 말하며 돌연변이 비율이 높아 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진은 밍크고래의 유전체와 초위성체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코끼리, 하마, 사람, 쥐, 개, 소, 말, 고양이, 판다 등 다른 포유류 30종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연구대상 포유류 동물의 덩치와 초위성체는 마이너스(-)의 상관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수산과학원 생명공학과 박중연 연구팀장은 18일 "이론적으로는 세포수가 많아 덩치가 큰 포유류에 초위성체가 더 많아야 하지만 분석결과는 반대로 나왔다"며 "덩치 큰 동물일수록 초위성체가 오히려 적어 반비례 관계를 보였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사람은 성인 평균 체중 65kg을 적용하면 약 60만개의 초위성체가 있으나 밍크고래는 몸무게가 70배인 5천kg을 넘는데도 초위성체는 약 46만개로 오히려 사람보다 적었다.
이는 대형 포유류가 진화하면서 돌연변이 발생률이 높은 초위성체의 양을 조절해 암 발생을 효과적으로 억제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연구진은 밝혔다.
이러한 유전체와 초위성체의 연관성은 암의 발생과 관련 있다고 알려진 대사율 및 체온 등 다른 변수를 보정했을 때에도 달라지지 않았고, 진화적 거리를 고려한 분석모형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박 연구팀장은 "밍크고래를 비롯한 대형 포유류들은 진화과정에서 암을 발생시키는 초위성체의 양을 줄여나가는 조절능력을 가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 4월 29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연합뉴스)
밍크고래 등 대형 포유류는 왜 암에 잘 안 걸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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