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긴장 상황이 여전한 가운데 한국과 러시아 전문가들이 한반도 문제 해결 방안을 놓고 열띤 논쟁을 벌였다.
국민대 유라시아 연구소와 러시아 대통령 행정실 산하 전략연구소가 17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공동 주최한 '동북아의 지정학적 격변과 한-러 관계'를 주제로 한 국제세미나 자리에서다.
글렙 이바셴초프 전(前) 주한 러시아 대사는 이날 발표에서 "핵을 정권 유지 수단이자 대내적 선전 수단으로 생각하는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 회복과 정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안전 보장 없이 핵무기를 스스로 포기할 가능성은 없다"면서 북한과의 협상을 강하게 주장했다.
그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보다는 북한이 현재 보유한 핵전력을 동결하기 위한 협상이 진행돼야 한다면서 북한의 핵동결에 대한 대가로 한국과 미국은 연합훈련 중단과 북한 체제 안전 보장 등을 약속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문가들에 따르면 현재 북한은 10~15개의 핵탄두를 가진 것으로 평가되며 북한 군사 전문가들은 핵탄두를 100~150개로 늘린다고 해서 핵억지력이 10배로 늘어나는 것이 아님을 알고 있다"면서 "북한이 이미 기본적 핵억지력을 확보한 상태이기 때문에 핵동결 협상에 응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난 3월 채택된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 2270호도 2005년 9.19 공동성명에 기초한 6자회담의 재개 필요성을 규정하고 있다면서 조속한 회담 재개를 촉구했다.
블라디미르 코진 러 전략연구소 소장 고문도 북핵 문제 해결 방안으로 완전한 비핵화가 아닌 북-미 간 핵불사용 합의를 끌어내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미국 대선이 끝나고 새로운 미국 대통령이 선출되면 남북한과 미국 3국이 이 같은 협상을 추진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정태익 전 주러 한국대사는 "북핵 해결을 위한 협상으로 6자회담이 재개되더라도 새로운 합의를 끌어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회의론을 제기하면서 "9.19 공동성명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가장 좋은 해법이긴 하나 북한이 공동성명의 합의를 어기고 계속 핵실험을 하며 문제를 일으킨 것이 안보리의 추가 대북 제재로까지 이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대사는 "북한이 최근 열린 제7차 노동당대회에서도 핵보유국 지위에 대해 분명히 못을 박은 상황에서 6자회담 재개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면서 "9.19 공동성명 합의의 이행을 양자적 차원에서 요구하는 것이 효과적이며 러시아가 북한에 대해 그러한 역할을 맡아달라"고 호소했다.
엄구호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도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주장하고 핵 감축을 의제로 들고나올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6자회담 재개는 사실상 어렵다"면서 "한국은 6자회담의 사전 과정으로 북한을 제외한 국가 간의 5자회담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이바셴초프 전 대사는 5자가 단합해 북한을 압박하는 것은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건설적이지 못한 방안이라고 반대 견해를 밝혔다.
이바셴초프는 또 현재 미국과 한국이 북한 핵미사일 위협을 명분으로 검토하고 있는 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의 한국 배치도 러시아와 중국 등 관련국들의 대응을 초래해 오히려 한반도 안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한국-러시아 전문가 북핵 문제 해결 방안 두고 격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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