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어린 학생들이 마당이나 주차장에서 음료수나 쿠키를 만들어 파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미주리주에 사는 이 9살 소년도 지난달 집 앞에서 좌판을 벌이고 이웃들에게 레모네이드와 생수 등을 팔았는데요, 자전거나 게임기 같은 물건을 사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입양해 줄 양부모에게 필요한 입양 비용을 마련해주기 위해서였습니다. 박병일 특파원이 취재파일을 통해 전했습니다.
[도니 데이비스/트리스탄의 양모 : 이 아이는 오랫동안 우리와 함께 지냈고요, 우리는 오랫동안 하나의 가족이었습니다. 그래서 전혀 문제 될 게 없습니다.]
데이비스 부부와 함께 살고 있는 트리스탄 제이콥슨은 오래전부터 도니 데이비스와 지미 데이비스를 각각 엄마와 아빠라고 불렀는데요, 법적으로는 아직 가족이 아닙니다.
입양 절차에는 5백만 원 이상의 법정 비용이 들어가는데 집안 사정이 넉넉지 못한 데이비스 부부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금액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트리스탄은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다며 일종의 벼룩시장을 열었는데요, 무려 6백 명이 넘는 사람들이 레모네이드를 사러 몰려들었고 적지 않은 돈을 기부도 해줬습니다. 이 가족의 드라마같이 기구한 사연 때문이었습니다.
사실 트리스탄은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도니 데이비스의 전남편이 15살짜리 흑인 소녀를 임신시켜 그 소녀가 낳은 아들입니다.
그러나 트리스탄이 생후 3개월 됐을 때 그의 생부, 그러니까 전 남편은 죄를 저질러 22년형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수감됐고, 이혼 수속을 밟고 있던 아내 도니에게 갓난아기인 트리스탄과 그의 어린 생모를 잘 보살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때부터 도니는 트리스탄을 데려다가 친자식처럼 정성껏 기르게 됐고 현재의 남편을 만나 재혼도 한 겁니다.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트리스탄이 2살쯤 됐을 때, 생모가 재정적으로 아이를 키울 능력이 된다며 트리스탄을 다시 데리고 갔는데요, 불행히도 아직 10대이던 생모는 마약에 빠져 지내고 있었습니다.
트리스탄이 4살 되던 해에 그와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던 데이비스 부부가 그의 옷이 너무 작고 더럽다는 것을 보고 알게 된 사실이었습니다. 아동 보호기관에 수차례 이를 알렸지만, 별다른 조치는 취해지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1년쯤 흐른 뒤 어느 날, 트리스탄이 다시 데이비스 부부의 품으로 돌아온 건 경찰관 손에 이끌려서였습니다. 생모가 트리스탄을 지역 노숙자 보호소에 버리고는 사라져버렸던 겁니다. 그동안 심한 학대도 가해왔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때부터 빠듯한 살림에 맞벌이 부부였던 데이비스 부부는 외상 후 증후군을 앓고 있던 트리스탄이 과거의 상처를 극복할 수 있도록 장기 병가를 내면서까지 정성스럽게 트리스탄을 돌봤습니다.
[트리스탄 제이콥슨/입양아 : 저를 책임지고 돌봐주는 분이란 걸 알고 있어요. 훌륭한 엄마가 되어줄 거라 믿어요.]
부부의 정성과 희생 덕분에 아이는 지금 학교에서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며 정상적인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크라우드 펀딩도 생겨나 입양비 외에 교육비로도 쓸 수 있는 총 2천만 원이 넘는 돈까지 모금됐다는데요, 피는 섞이지 않았지만, 가슴으로 하나 된 이 가족에게 있어 그 어떤 가족도 부럽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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