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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5.18항쟁③ 전두환과 '불의(不義)'의 고착화…왜곡 이유

[마부작침] 5.18항쟁③ 전두환과 '불의(不義)'의 고착화…왜곡 이유

권지윤 기자 legend8169@sbs.co.kr

작성 2016.05.18 13:56 수정 2016.05.18 16:28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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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마부작침] 5.18항쟁③ 전두환과 불의(不義)의 고착화…왜곡 이유
ABOUT "카메라 기자들은 내 사진을 비뚤어지게 찍더라. 인상 나쁘게...젊은 사람들이 나한테 감정이 안 좋은가봐...나한테 당해 보지도 않고"

2008년 총선 투표를 끝내고 나온 전직 대통령 전두환 씨가 내뱉은 말이다. 전 씨가 투표를 하는 순간에도 5.18 시민학살, 의문사, 고문, 투옥, 공작정치 등 전두환 정권의 수많은 피해자들이 질곡의 세월 속에 고통을 부여잡고 있었다. ‘내란범’이자 ‘살인범’ 전 씨는 어떻게 이런 농담 같지 않은 농담을 서슴없이 할 수 있었을까. 이는 <5·18항쟁① 왜곡의 실체>, < 5.18항쟁② "北 특수군개입"..교활한 왜곡> 기사에서 연속 보도했듯 5.18 항쟁에 대한 반복된 왜곡이 가능한 현실과 맥락을 같이 한다. 잘못을 저질러도 단죄(斷罪)가 내려지지 않은 불의(不義)가 지속됐던 현실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장기 방치된 불의(不義)는 정의(正義)처럼 여겨지게 되고, ‘불의’를 통해 이득을 본 세력은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정의’를 왜곡해야만 하는 악순환이었다. 

그래도 전직 대통령인데 법정에 선 것만으로 정의가 세워졌다가 생각하는가? SBS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은 전두환 씨를 두고 벌어진 부정의(不正義)의 고착화, 5.18 왜곡 이유에 대해 심층 분석했다.

●진상규명까지 6,179일…전두환 사면까지 250일

<5·18항쟁① 왜곡의 실체><5.18항쟁② "北 특수군개입"..교활한 왜곡> 기사에서 보도했듯 5.18 학살 주범인 전두환 씨는 법정에 섰고, 1997년 4월17일 대법원에서 최종 유죄가 확정됐다. 전 씨를 두고 ‘살인범 또는 내란범’이라고 불러도 법적으로, 사회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는 이유다. 그러나 전 씨는 그해 12월22일 사면을 받았다. 확정 판결 250일 만이다. ‘1980년 5월 광주의 진실’이 법원에서 사실로 인정되기까지 6,179일, 무려 17년이 걸렸지만, 전 씨가 사면받기까진 9개월도 걸리지 않은 것이다.


당시 김영삼 정부는 ‘지역화합, 국민대화합’을 특별사면 이유라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3권 분립을 무력화하는 제왕적 권한이라고 비판받는 사면. 법적으로 대통령의 권한이지만, 살인 피해자는 여전히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형벌권은 국가에 위임됐지만, 용서는 피해자의 고유 권한이고, 무엇보다 가해자의 반성도 없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김용민 변호사는 “진실 규명엔 17년이 걸렸는데 사면은 속전속결이었다”며 “성급한 사면이 또 다른 왜곡과 사회 불화의 시작이 됐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국가의 형벌권은 사적 복수를 법테두리에서 대신해주기 위해 존재하는 건데, 수천 명의 피해자가 존재하는 사건에서 정의를 제대로 실현시키지 못한 국가 형벌권의 포기였다”고 주장했다.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면이 또 다른 부정의의 시작이 됐다"며 "최대한 제한적으로 사용될 사면이 대통령의 통치행위라는 이름으로 남용된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 살인범 1년 경호비 '6억7천만 원' VS 피해자 보상비 5천200만 원

5.18 왜곡세력은 전 씨가 사면을 받자 '전두환 씨는 정치적 피해자였다는 게 드러난 것'이라고 호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사면은 어디까지나 형의 선고가 면제되는 것일 뿐이다. 전 씨가 저지른 5.18 학살, 즉 내란 목적 살인죄 등 그의 죄는 그대로다. 법적으로 범죄행위는 사라지지 않고, 유죄를 선고한 법적 판단은 유효하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전 씨는 '전직 대통령 예우법(이하 예우법)'에 따른 예우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점에선 이견이 없다.

해당 법 7조는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전직 대통령은 연금, 치료, 사무실 제공 등 예우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돼 있다. 전 씨는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 이후 연금 지급도, 비서관 지원 등 다른 전직 대통령에게 지급되는 혜택이 중단됐다. 물론, 전 씨가 내란으로 권력을 장악했고, 민주적 정당성, 투명성이 담보되지 않은 간선제로 대통령이 됐기 때문에 대통령 행위 자체를 무효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애당초 대통령 예우대상이 아니었다는 뜻이다.

전 씨의 대통령 재임의 원천 무효 여부에 대해선 의견이 나뉘지만, 그가 더 이상 예우대상이 아니라는 건 명백하다. 하지만, 국민 세금은 여전히 전 씨를 위해 사용되고 있다. 전직 대통령예우법상 "예우 대상에서 제외되더라도 필요한 기간의 경호와 경비는 할 수 있다"는 규정 때문이다. 국적을 상실하든, 탄핵을 당하든, 외국에 망명하든 '경호와 경비'는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법조계 일각에선 조항의 마지막 구절인 '할 수 있다'는 건 '해야 된다'가 아니기 때문에 법적으로 경호를 중단해도 된다는 의견도 있다. 논란 속에 경찰청은 예외조항을 근거로 계속 경호를 하고 있다. 전 씨가 2천억 원이 넘는 추징금을 미납하고, 지방세 양도세 등 세금을 체납하고 있을 때도 경호는 이뤄졌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전두환 씨 경호에 사용된 비용은 6억 5,990만 원이다. 경호대 경찰관, 의경, 시설 유지비, 차량유지비 등이 포함된 액수다. 올해 4월까지 2억 3,485만 원이 사용되는 등 2011년부터 5년간 평균 6억 7천만 원의 세금이 매년 전 씨 경호비로 쓰였다. 반면, 5.18 민주화 운동 유공자들이 국가로부터 받은 평균 보상비는 5천2백60만 원. 13배 규모의 세금이 매년 가해자인 전두환 씨에게 지급되고 있다. 민변 소속 김용민 변호사는 "피해자의 고통은 대물림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회 정의에 부합되지 않는 것"이라며 "경호가 필요하다면 전 씨 사비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위해를 당할 우려가 있어 전 씨 경호가 필요할 수 있다. 또 전두환 씨가 아닌 그가 지닌 국가기밀을 보호하는 측면에서 최소한의 경호는 필요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논란이 발생하게 된 배경이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연된 진상규명과 부족한 단죄, 결국 부정의(不正義)가 바탕이 돼 현재가 만들어지면서 부정의를 교정하는 비용이 많이 들게 된 상황이 됐다"며 "전 씨가 사면받지 않고 계속 수감돼 있었다면 애당초 이런 문제조차 생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 정당성 확보를 위한 반복된 부정의(不正義)

전두환 씨를 두고 벌어진 '부정의(不正義)', 그리고 부정의한 현실과 타협하면서 생긴 또 다른 '부정의(不正義)'. 반복된 '부정의'는 정당성을 확보해야만 했다. 전문가들은 극우세력이 5.18항쟁을 두고 공세적인 왜곡을 하는 이유를 이런 맥락에서 찾고 있다. 

오승용 전남대 연구교수는 5.18 왜곡담론을 생산, 유통하는 사람들이 극우세력이라는 점에 주목하면서, “진보세력의 정당성 뿌리가 5.18민주화운동”이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5·18항쟁 ① 왜곡의 실체>에서 보도했듯, 5.18에 대한 왜곡 담론은 2000년 이후 소위 진보 정권이 들어서면서 증가하기 시작하는데, 진보 세력의 집권에 위기감을 느낀 극우세력이 진보세력의 존재 기반인 5.18을 공격하고 있다는 것이다.

5.18 왜곡 양상에서도 이런 공격 성향은 선명하게 드러났다. 극우세력은 "5.18은 정당한 공권력에 시민들이 폭력을 행사한 폭동"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진보 세력이 5.18 민주화운동을 통해 독점하는 ‘민주화’라는 상징적 권력을 부정하기 위해서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5.18을 폭력 진압한 전두환 씨가 정당한 권력자로 자리매김해야 하고, 5.18 왜곡과 전두환 미화는 필연적일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이런 행태는 5.18 북한 특수군 개입 주장으로 이어졌다. 극우세력은 5.18을 민주화운동이라고 기념하는 진보세력에 빨간 딱지를 붙이기 위해 우리 사회에서 통용되는 '레드 콤플렉스'를 이용한 것이다. 왜곡은 보수 세력이 위기에 처할수록, 5.18이 민주화운동이라는 평가가 굳어지는 이른바 제도화가 진행될수록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5·18항쟁 ① 왜곡의 실체>에서 보도했듯 2009년 용산 참사 촛불 시위로 이명박 정부가 위기에 처했을 때, 5.18 항쟁 기록물이 유네스코에 등재될 때 왜곡 담론 유포가 이전보다 증가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극우세력이 5.18 왜곡을 신념처럼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아래의 글은 5.18에 북한 특수군이 개입되었다고 생각하는 한 네티즌의 글이다.

“5.18세력과 전두환 등 군부세력이 5.18 북한군 개입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저항하거나 거부한다면 그들 모두는 북한 김일성 악마집단을 편드는 반 대한민국 역적의 대열에 같이 서게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할 것이다.”

네티즌의 비판대상엔 5.18 시민 학살의 주범 전두환까지 올랐다. 자신들이 주장하고 있는 5.18 북한 특수군 개입설에 전두환을 비롯한 신군부 인사들이 적극적으로 동의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5.18은 폭동이다"라는 주장을 합리화하기 위해 정당한 공권력의 상징으로 추앙했던 전두환 씨마저 비판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들에게 있어 ‘5.18 북한 특수군이 개입’은 신념이 됐다. 때문에 주장의 주된 근거로 삼은 탈북자 특히, 임천용 자유북한군인연합 대표가 5.18 당시 광주에 왔다는 북한 특수군의 숫자, 침투 방법을 두고 말을 바꿔도 신뢰성에 의문을 가지지 않는다. 자신들의 신념에 부합하기만 하면 그만인 것이다. <5.18항쟁② "北 특수군 개입"..교활한 왜곡> 기사에서 보도했듯 5.18 당시 사진에 등장하는 광주 시민을 북한군이라고 주장한 지만원 씨가 기소되자, "검찰이 사실을 왜곡했다"며 기소한 검사들을 비난하고 있는 것도 신념화 된 극우세력의 단면이다.

5.18 왜곡이 보수 세력의 집권 전략이라는 의견도 있다. 5.18은 ‘광주(호남)’만의 문제로 국한시키고, 그들의 행위를 공격하는 소위 '두 개의 국민(two nations) 전략'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 사회의 고질병인 지역감정과 유권자 분리 전략이 결합한 형태다. '5.18은 민주화운동이 아닌 북한군이 개입한 폭동'이라는 조작을 통해 광주(호남)를 고립시키고, 보수적 유권자들을 자신의 지지기반으로 만들기 위한 전략이라는 말이다. 실제 일간베스트 저장소 등 극우성향사이트의 게시글을 보면, 5.18항쟁 폄훼와 왜곡은 광주(호남)에 대한 비하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5.18 왜곡이 광주(호남) 비하라는 변형된 지역주의로 소비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보수 정당은 1990년 신군부, 즉 전두환 씨의 민주정의당을 포함한 3당 합당의 결과물이다. 5.18이 민주화 운동이 되면서 현재의 보수 정당은 민주화 운동을 무력 진압한 주체와 손을 잡은 '조력자 또는 계승자'가 된 것이다. 이들 정당을 지지하는 극우세력이 끊임없이 5.18 왜곡 담론을 생산, 유포하는 이유다. 왜곡해야만 부정적 정체성을 희석할 수 있고,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sbs.co.kr)
박원경 기자 (seagull@sbs.co.kr)
분석: 한창진·안혜민(인턴)
디자인/개발: 임송이

※ 마부작침(磨斧作針) :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뜻으로, 방대한 데이터와 정보 속에서 송곳 같은 팩트를 찾는 저널리즘을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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