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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터뷰+] "맛없는 음식, 맛없다고 해야죠" vs "배달앱 피 말린다"

[人터뷰+] "맛없는 음식, 맛없다고 해야죠" vs "배달앱 피 말린다"
성큼 다가온 모바일 시대가 골목 상권의 모습을 크게 바꾸고 있습니다. 그중 대표적인 게 바로 '스마트폰 배달 앱'입니다. 배달 앱으로 자기가 시켜먹은 음식점의 음식 맛이나 서비스를 평가하는 이용 후기를 남길 수 있죠. 그런데 이 후기 한 줄이 어떤 내용이냐에 따라 배달업체 매출이 좌우되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음식점 사장들은 맛없다고 달린 고객 후기에 굉장히 민감해하고 있습니다.

SBS 8시 뉴스 취재진은 맛없다고 후기를 올렸다가 업주로부터 위협을 당했던 피해자들을 만나봤습니다. <편집자 주>


☞ 배달앱에 '맛 없다' 후기 썼다고…욕설에 행패 [2016년 5월 15일 8시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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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어느 밤, 서울에서 자취하던 20대 여성 최 모 씨는 정체불명의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상대방은 놀랍게도 배달 앱으로 시켜먹었던 음식점의 사장이었습니다. 사장은 한밤에 전화해서는, 최 씨가 최근 배달 앱에 '맛없다'라고 달았던 후기를 당장 지워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아래는 당시 사장과 손님 간의 통화 내용 일부입니다.

(사장) 나쁘게 다신 두 개 리뷰 좀 지워 주세요. 저희도 먹고살아야죠. 

(피해 손님A) 네, 후기는 그렇게 적었지만. 다음부터는 진짜 뭐라고 하지는 마세요. 저희 주소 안다고 협박하니까 진짜 깜짝 놀랐네요.

(사장) 그런데 고객님, 리뷰를 익명으로 달아도 솔직히 이렇게 딱 찾으면 나오는데. 지금도 왜 리뷰를 하나만 지워주세요? 그 밑에 '되게 맛없어' 이거는 안 지우셨잖아요, 지금! 

(피해 손님A) 그건 그냥 내버려두면 안 돼요? 그냥 맛없으니까 맛없다고 한 건데….

(사장) 지금 이거 지워달라고, 지금 전화 드린 거지. 고객님, 안 되겠네요. 나 진짜 XX…

(피해 손님A) 욕했어요, 방금?

(사장) 진짜 안 지우면, 지금 찾아서 갈까요? 집으로? 지금 5분 내로 안 지우면 어떻게 되나 봐! (딸깍!)
▼ 비슷한 피해자는 또 있었습니다. 제작진은 배달 음식 시켜 먹고 배달앱에 후기를 남겼다 봉변을 당한 또 다른 피해자를 어렵게 만나봤습니다. 홀로 자취를 하는 남자 대학생이었는데, 앞 선 사례는 전화 협박으로 끝났지만 이번에는 업주가 정말로 집까지 찾아와 행패를 부렸습니다. 이번에는 피해자가 혈기 왕성한 남성이었지만, 배달 업체 사장의 행패가 너무 심해서 경찰이 오기까지 혼나 방 안에서 두려움에 떨어야 했던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맛없다'라고 올린 리뷰가 그런 상황을 가져오리라곤 상상도 못 했던 것이죠.

(기자) 사장이 집으로 찾아왔다면서요? 어떻게 행동하던가요?

(피해 손님B) 가게 사장이 와서 집 문을 막 두드리면서 그 새벽에 욕을 하면서 집 문에다 침을 뱉고. 옆집 사람들도 다 잠이 깰 정도로 엄청 시끄러웠었죠. 그러는 와중에 경찰 분들이 오셔서 (가게 사장을) 그냥 데리고 가신 거죠.

(기자) 정말 무서우셨겠어요.  

(피해 손님B) 아무 생각도 안 들고 너무 무서웠어요. 전화번호부에 있는 모든 사람한테 전화했는데 시간이 늦어서 받질 않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경찰이 올 때까지 기다리고 경찰한테 계속 전화했던 것 같아요.

(기자) 가게 사장이 엄청 흥분하셨던 것 같은데, 대체 뭐라고 후기를 쓰신 거예요?

(피해 손님B) 그날 정확히 밥이 질다고 썼죠. 이런 식이면 다시 여기서 안 시켜먹고 다른 데서 시켜먹겠다, 뭐 그런 식으로 썼던 것으로 기억해요. 원래 시켜먹던 집이었고 맛이 변하거나 개선점을 말씀드린 건데, 사장님이 잘못 받아들이신 거죠.  

(기자) 원래 배달 앱으로 후기를 종종 쓰시나요?

(피해 손님B) 그전부터 많은 후기를 남기고 있었죠. 사실 나쁘게 쓴 것도 굉장히 많았어요. 제가 느낀 바를 솔직하게. 그런데 그 가게에서만 그렇게 찾아온 거죠.

(기자) 그럼 지금은 어떠신가요?(피해 손님B) 익명성이 보장 안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 그 앱은 아예 안 쓰고요. 다른 앱은 쓰긴 하는데 후기 자체를 아예 안 남기게 되더라고요.


▼ 그렇다면, 음식점 자영업을 하시는 사장님들은 배달 앱 후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현재 배달 앱 사용자 수는 월평균 500만 명이나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후기 한 줄이 미치는 영향은 엄청납니다. 사장님들도 리뷰를 지워달라며 고객 집에 찾아가서 행패를 부리는 행동은 잘못됐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도 후기 한 줄에 신경이 곤두서는 현실은 이해가 간다고 말합니다. 취재진은 서울 강동구의 치킨 가게 사장님에게서 배달 앱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기자) 배달 앱에서 가게 평점이 갑자기 확 떨어졌다면서요?

(사장) 저희 집이 강동구에서는 거의 배달 앱 평점이 1위였어요. 그러다가 한 손님이 평점 최하인 별 하나를 달아서 갑자기 1위에서 7위까지 떨어졌죠. 상위권에서 벗어나자 평점 순으로 눌렀을 때 저희 집이 노출이 안 됐죠.

(기자) 손님은 왜 그런 평가를?

(사장) 저희 배달 직원이 실수해서 쿠폰을 안 넣고 보낸 거죠. 그랬더니 어, 쿠폰도 안 넣으면서 장사하냐. 쿠폰 한 장이 우습냐. 그런 식으로 후기를 올리셨죠.

(기자) 배달 앱과 관련한 다른 에피소드는요?

(사장) 비가 진짜 억수같이 내리는 밤 10시가 가장 배달이 몰릴 때예요. 그러면 저도 빨리 달리고 싶어도 정말 무서울 때가 많아요. 미끄럽기 때문에. 한 시간 걸려서 가면 그 앞에서 엄청 화를 내세요. 한 시간 만에 왔다고.

(기자) 손님들은 그런 사정을 알 수가 없죠.

(사장) 네, 어쨌든 저희는 비 맞은 생쥐, 흠뻑 젖어서 들어가도 왜 이제 왔냐. 이따위로 할 거면 돈을 못 낸다고, 돈을 안 주세요, 실제로. 그럼 저는 안 받고 돌아오는데, 다음날 비 온다고 늦게 와도 되냐. 이 장사를 왜 하냐는 식으로 후기를 다세요.

(기자) 돈을 안 받았는데도요?

(사장) 네, 안 받았는데도 그렇게 쓰세요.

(기자) 억울한 후기에 하소연할 방법 있나요?

(사장) 그나마 □□ 같은 경우는 밑에 댓글을 달 수 있으니까 의견 전달이 되는데, △△ 같은 데는 달 수가 없어요. 그러면 거기서 끝인 거예요.

(기자) 왜 그렇게 배달 앱 평점이나 후기에 신경을 쓰세요?

(사장) 매출 차이가 엄청나니까요. 평점이 좋으면 상위노출 되고 좋은 글 많으면 그만큼 잘 되고 좋다는 거죠. 안 좋은 글 하나가 매출을 크게 떨어뜨리거든요.

(기자) 배달 앱 사용이 늘면서 힘드신 점이 뭐예요?

(사장) 수많은 배달업체 사장님들이 제일 힘든 거는 저희 가게 이미지도 이미지지만 그 이상을 뛰어넘어서 저희 부모, 자식욕까지 올리는 분들도 있어요. 그런 건 좀 자제해 주세요. 그리고 음식 장사인데, 음식으로 장난친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물론 잘못된 것은 고쳐야 하는 게 맞죠. 그러나 열심히 하는 분들도 많다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취재: 김종원 기자 / 구성 : 임태우 기자 / 그래픽 디자인 : 정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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