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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강도보다 더 무거운 박태환의 죄?

[취재파일] 강도보다 더 무거운 박태환의 죄?
수영 스타 박태환 선수와 스승 노민상 감독이 무릎을 꿇고 리우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게 해달라며 선처를 호소해도 대한체육회는 "절대로 규정을 바꿀 수 없다"며 요지부동입니다. 그럼 금지약물을 복용한 선수는 도대체 어느 정도의 잘못을 저지른 것일까요?

대한체육회의 국가대표 선발 규정에 따르면 도핑 테스트에서 양성 반응을 보인 선수는 강도죄를 저지르고 실형을 선고받은 선수보다 사실상 더 무거운 제재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좀처럼 납득이 되지 않지만 규정을 그대로 적용하면 그럴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국가대표 선발 규정 제5조는 다음과 같은 선수나 지도자는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1.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된 후 2년이 경과하지 아니한 자

4. 체육회 및 경기단체에서 폭력 행위를 한 선수 또는 지도자 중에서 3년 미만의 자격정지를 받고 징계가 만료된 날로부터 3년이 경과하지 아니한 자 

5. 체육회 및 경기단체에서 성추행, 성희롱 등 성과 관련된 범죄행위를 한 선수 또는 지도자 중 자격정지를 받고 징계가 만료된 날로부터 3년이 경과되지 아니한 자

6. 체육회 및 경기단체에서 금지약물을 복용, 약물사용 허용 또는 부추기는 행위로 징계처분을 받고 징계가 만료된 날로부터 징계 기간이 끝나고 3년이 경과하지 아니한 자


이 규정에 따르면 강도죄를 저지른 선수는 제1항에, 박태환은 제6항에 각각 해당합니다. 대한민국 <양형위원회>에서 정한 형량 기준을 보면 일반 강도의 경우 기본이 2년에서 4년입니다. 만약 A라는 국가대표 선수가 강도죄를 범해 2년을 복역했다고 가정하면 출소 이후 2년이 지나면 국가대표에 도전할 자격을 얻게 됩니다. 즉 복역을 하기 시작한 때로부터 이론적으로 4년 뒤에는 실력만 되면 태극마크를 다시 달 수 있는 것입니다.
박태환은 금지약물 복용으로 18개월의 자격 정지 징계를 당했습니다. 그런데 제6항의 규정 때문에 징계가 만료된 지난 3월에서 3년이 더 지난 2019년 3월이 돼야 국가대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박태환이 실제적으로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당한 기간은 4년 6개월이나 됩니다. 국가대표 박탈은 선수에게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한국적 현실에서 박태환은 강도죄를 저지른 A선수보다 더 큰 손해를 보게 돼 있는 것입니다.  

박태환을 비롯해 금지약물을 복용한 선수들이 유독 가혹한 처벌을 받는 이유는 출전 정지와 자격 정지에 관계없이 단 1일의 징계를 받아도 3년 동안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제4항과 제5항을 보면 폭력이나 성추행으로 자격 정지를 받은 선수는 징계 만료 이후 3년이 지나야 국가대표가 될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만약 어떤 선수가 폭력으로, 자격 정지가 아니라 출전 정지를 당한 경우에는 그 징계 기간만 끝나면 국가대표가 되는데 아무런 장애가 없습니다. 쉽게 말해 빠져나갈 구멍이 있는 셈입니다. 그런데 유독 도핑의 경우만 자격 정지란 표현 없이 그냥 '징계처분'으로 돼 있습니다. 징계의 종류나 기간에 관계없이 징계만 받으면 징계 만료 이후에도 3년간 국가대표가 될 수 없는 것입니다.

대한체육회 산하 스포츠공정위원회 규정과 국가대표 선발 규정을 보면 이렇게 형평성을 상실한 대목이나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꽤 있습니다. 내일(18일)은  대한체육회 행정의 이중성과 함께 국제 스포츠계의 규정과 상식을 완전히 무시한 행태를 집중적으로 짚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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