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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아파트 주차장, 10년 전 기준에 맞췄으니 문제없다?

[취재파일] 아파트 주차장, 10년 전 기준에 맞췄으니 문제없다?
여름 비수기를 앞두고 신규 아파트 분양업계가 바쁩니다.

지난 주에만 전국에서 15곳의 모델하우스가 문을 여는 등 치솟는 전세값에 지쳐 내집 마련의 꿈을 서두르는 사람들을 위해 다양한 아파트 단지들이 선보이고 있습니다. '역세권이다', '대형도로 인근이다' 하면서 분양업체들은 너도나도 교통이 편리하다는 점을 강조하는데 실제로 구매자들에겐 상당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문제는 대중교통 수단이 신통치 않은 곳에 지어지는 단지들에 있습니다. 이런 곳에 새 집을 마련하는 사람들은 미국이나 호주에서처럼 자가용이 생활에 필수적입니다. 만일 부부가 한 대씩 차를 사용하는 집들이 많다면 아파트의 주차공간도 더 필요할 것입니다.
지난해 말 분양을 마친 용인 수지구 동천동의 한 브랜드 아파트는 주차 공간 문제로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시끄럽습니다. 

36층 아파트 10개동에 1,437세대가 2018년 입주예정인데, 주차가능 규모가 상가를 포함해 1,800대로 세대당 1.25대 정도입니다. 370세대 정도만 두 대의 차를 보유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곳은 대중교통 접근도가 상당히 떨어지는 지역으로 차가 없이는 장보러 가기도 힘든 곳입니다. 현재 터파기 공사가 한창인데 입주예정자들은 시행사와 건설사가 분양 당시 제대로 안내를 해주지 않았다며, 지하 2층까지 예정된 주차장을 3층까지 파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제27조 제1항
하지만 다가구주택 면적과 관련한 현행 주차장 건축법상 세대당 1.2대 이상이면 문제가 없기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입니다. 시행사 측에서는 분양공고에 명시됐기 때문에 계약자 본인이 확인하지 못한 부분이라는 입장이지만, 입주자들은 이렇게 외딴곳에 주차장이 좁다는 설명을 한번이라도 해주는 게 당연하지 않냐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곳에 입주할 680세대가 현재 보유한 차량 대수를 조사해보니 1,038대로 세대당 1.52대 꼴이었습니다. 이대로라면 입주후 주차대란이 벌어져 일렬주차는 물론 한밤중엔 길거리에 차들이 나오게 될 것이란 겁니다.

해당 건설사가 최근 분양을 마친 단지들의 주차장 계획을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어떤 단지들은 사통팔달의 교통요지에 있는데도 주차대수가 법정기준보다 훨씬 넉넉하고, 어떤 단지는 차가 없으면 불편한 곳에 있는데도 그렇지 못합니다. 왜 그럴까요?

주택건설기준등에 관한 현행 주차장 기준은 2004년에 만들어진 것인데, 10여년 사이 국내 차량 대수는 두 배 가까이 늘어 이제는 맞지 않는 상황이 왔습니다.

주차장을 깊게 파고 넓게 만드는 것은 건설사 입장에서는 상당한 추가 비용이 들어가는 것이 사실입니다만, 고급아파트를 만들겠다면서 입주자들에게 주자장 면적조차 적극적으로 설명하지 않은 채 법적 기준을 채웠으니 문제가 없다며 버티는 모습이 어울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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