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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경유차 878만 대…우리는 왜 경유차를 선택했을까?

[취재파일] 경유차 878만 대…우리는 왜 경유차를 선택했을까?
● 유해 기체 '질소산화물' 배출량 1위는 '경유차'

우리나라에 공기를 더럽히는 골칫거리 3 대장이 있습니다. 첫째가 미세먼지고, 둘째는 질소산화물, 셋째가 오존입니다. 셋 모두 인체에 위협을 주는 유해 물질인데, 대기환경기준을 넘어선 고농도가 나타나고 있고 개선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환경부가 미세먼지 고농도 사례의 60~80%가 중국의 영향이라고 밝힌 만큼, 미세먼지는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그런데 질소산화물은 우리나라 자체 배출도 굉장히 많습니다.

환경부의 가장 최근 통계(2013)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년에 약 1,090,613톤(ton)의 질소산화물을 배출합니다. 이 가운데 26%가 '경유차'에서 배출이 됩니다. 다른 자동차의 배출량은 5% 수준입니다. 중장비나 농기계, 선박 등에서 23%가 배출되고, 공장 같은 제조업에서 16%, 석탄발전소 같은 에너지산업에서도 16%가 배출됩니다.

질소산화물(NOx)은 질소(N)가 산소(O)와 만나서 산화된 물질들을 말하는데, 흔히 기체상태로 존재합니다. 일산화질소(NO)와 이산화질소(NO2) 모두 질소산화물의 일종입니다. 질소산화물은 자동차 내연기관처럼 고온의 연소과정에서 주로 발생합니다.

이 가운데 특히 이산화질소가 악질입니다. 이산화질소는 다른 오염물질인 초미세먼지와 오존의 생성을 도울 뿐만 아니라, 산성비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이산화질소를 사람이 흡입할 경우 기도를 자극하여 눈과 목에 자극을 주고 고농도에서는 두통과 구역질, 호흡곤란 등을 유발합니다.
● 차량의 41%가 경유차…질소산화물 농도 여전히 '나쁨'

환경부는 수도권의 대기환경 개선을 위해 지난 10년 동안 3조 원의 세금을 투입했습니다. 그러나 질소산화물인 이산화질소 농도는 목표치 근처에도 가지 못했습니다. 환경부는 2006년 36ppb였던 이산화질소 농도를 2014년까지 22ppb로 줄일 계획이었지만, 실제 농도는 고작 2ppb 감소한 34ppb에 머물렀습니다.

경유차가 급증하면서 목표치 달성이 어려웠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16년 사이 휘발유차는 26%가 증가한 반면 경유차는 55% 증가했습니다.

2005년 565만 대이던 경유차는 2010까지 5년 동안 약 83만 대 증가한 648만 대가 됐습니다. 그런데 2010년부터 2015년 사이에는 무려 197만 대가 증가해 862만 대까지 늘었습니다. 2016년에는 878만 대까지 늘어 현재 전체 운행차량의 41%가 경유차입니다.

● 배출량 제대로 확인 안 하고 경유차 환경부담금부터 면제 

그런데 경유차 소유자는 환경개선부담금이라는 일종의 세금을 1년에 2번씩 납부해야 합니다. 승용차 중에는 경유차만 이 환경개선부담금을 납부하고 있습니다. 오염물질이 휘발유나 LPG 차량보다 많이 나온다는 게 이유인데, 2009년부터 이 제도가 점차 완화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나온 신형 경유차들을 구매하면(유로4 기준) 환경 부담금을 5년간 면제해주겠다는 제도가 생긴 겁니다.

부담금은 차종과 지역마다 다른데, 구매한 지 5년 된 2,000cc 경유차라면 대략 1년에 15만 원 정도입니다. 대부분의 경유차가 10만 원에서 30만 원 정도의 부담금을 매년 납부합니다. 게다가 요즘 자동차 대리점에 방문해보면 더 이상 경유차가 환경부담금을 납부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합니다. 현재는 유로 5나 유로6 기준을 만족하는 신차를 구매하면 환경 부담금이 영구 면제됩니다.

환경부는 예전보다 경유차의 오염물질 배출량이 크게 개선됐기 때문에 부담금 면제 제도를 만들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가장 깨끗하다는 유로6 경유차도 질소산화물 배출량은 휘발유차의 4배입니다. 유로6 기준이란 경유 자동차가 1km 갈 때마다 질소산화물이 0.080g 이하로 배출해야 한다는 겁니다. 휘발유차의 기준은 1km당 0.019g입니다. 최신 기준인 유로6를 적용해도 경유차는 휘발유차의 4배가 넘는 질소산화물을 배출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정말 경유차의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휘발유차의 4배 밖에 안될까요? 국립환경과학원이 국내에서 운행되고 있는 유로6 경유차 16종을 대상으로 실제 도로에서 질소산화물을 얼마나 배출하는지 측정해봤습니다. 현대, 기아, 한국GM, 르노삼성, 쌍용, 벤츠, BMW, 포르셰, 볼보, 푸조, 닛산, 마세라티 등 유명 제조사가 모두 포함됐습니다.

결과적으로 단 1종을 제외하고 모든 차량이 실험실의 3~10배나 되는 질소산화물을 내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실험실 기준만 봐도 휘발유의 4배인데, 실제 도로에선 이보다 훨씬 많은 질소산화물을 배출한다는 겁니다.

결국 환경부는 정책수립 당시, 경유차의 실제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정확히 확인하지 않고 환경부담금을 면제해주는 제도부터 마련한 겁니다.

저공해차량 인증제도도 역시 디젤차에 유리하게 되어있습니다. 저공해 인증을 받으면 공영주차장의 요금을 50% 할인 받을 수 있습니다. 저공해라면 오염물질을 적게 내뿜는 차량에 대해서 혜택을 줘야하는데, 디젤차는 휘발유차의 3배에 달하는 질소산화물을 배출해도 똑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경자동차, 소형승용차, 중형승용차를 기준으로 휘발유차의 경우 질소산화물을 0.019g/km 이하로 배출되면 저공해 인증을 받을 수가 있는데, 경유차의 경우에는 0.060g/km까지 배출해도 저공해인증을 받을 수가 있습니다. 

● 경유 세금 632원 < 휘발유 세금 871원

연비까지 좋다보니 소비자들의 선택은 경유차로 몰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같은 1L의 연료라 하더라도 휘발유보다는 디젤차의 연비가 30% 정도 좋습니다. 연료비도 경유가 더 저렴합니다. 현재 휘발유 1리터의 가격은 1,375원이고, 경유는 1,138원입니다. 휘발유는 871원이 세금인 데 비해 경유의 세금은 632원입니다. 휘발유와 경유의 원가가 비슷한데도 1리터 당 세금은 200원 넘게 차이가 납니다. 

기획재정부에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차이 나는 원인을 물어봤습니다. 2004년도에 경유 승용차가 늘어날 것을 고려해 '2차 에너지 세제 개편'이 있었다고 합니다. 당시만 해도 경유가 산업용 장비나 화물차, 운수사업 등 공익적인 목적에 주로 쓰였다고 합니다.

앞으로 경유 승용차가 늘 것으로는 예상했지만 대다수는 역시 생계형 노동자나 산업계이기 때문에 휘발유와 경유, LPG의 시판 가격을 100:85:50 수준으로 조율하자는 논의가 있었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서 휘발유와 경유의 원가가 비슷한데도 세금이 다르게 매겨진 겁니다.

결국 값싼 연료비에 환경부담금도 점차 줄었고, 휘발유보다 오염물질을 더 배출해도 같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경유차는 인기를 끌 수밖에 없었습니다.

● 1차원적 해법 "안돼"…사회적 합의 절실

디젤차의 고향이라고도 불리는 유럽은 디젤차를 점차 퇴출하는 분위기입니다. 전문가들도 우리나라의 디젤차 비중을 줄이는 쪽으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려스러운 목소리가 있습니다. 담뱃값인상처럼 단순히 담배사용을 줄이기 위해 담배에 엄청난 세금을 매기는 것과 같은 1차원적인 정책시행이 이뤄질지도 모른다는 겁니다. 쉽게 말해 경유에 세금을 높여 경유차를 줄이고자 하는 정책이 시행될 수도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자동차의 증가는 막을 수 없던 상황에서, 기름의 세금을 조정하고 환경부담금을 줄이는 등 혜택을 부과해 경유차 소비를 증가시키는 구조를 만든 건 다름 아닌 정부입니다. 경유차의 선택은 개인의 몫이었지만 개인이 경유차를 선택하도록 사회적 구조를 만든 건 정부입니다.

정부가 만든 구조 속에서 세금인상을 통한 경유차 감소정책을 시행한다면 피해를 보는 건 일반 시민들일 겁니다. 따라서 정부가 독단적으로 세금인상과 같은 1차원 적인 해법으로 경유차 문제를 접근하면 안 된다고 봅니다. 후손들에게 깨끗한 하늘을 물려주기 위해 지금 당장 전 사회 구성원 간의 긴밀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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