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밥벌이 위협에 경쟁자에게 칼을 휘둘러 구속된 70대 칼 장수가 2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됐습니다.
서울고법 형사5부는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은 74살 박 모 씨에 대해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습니다.
박씨는 지난 2014년 6월 10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한 시장에서 68살 여성 A 씨를 흉기로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치고 주먹으로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1942년 전남에서 태어난 그는 전쟁통에 글도 배우지 못했고 20대부터 같은 시장에서 상인들에게 칼을 갈아주고 판매하는 일을 했습니다.
최근까지 5만 원 남짓한 하루 수입으로 아내와 함께 90대 노모를 부양하며 살았습니다.
넉넉치 않지만 그럭저럭 유지되던 박씨의 생활은 지난 2010년쯤 A 씨가 나타나면서 흔들렸습니다.
A 씨는 같은 시장에 3천만 원짜리 첨단 칼갈이 기계를 놓고 영업을 했습니다.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에 박씨 수입은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범행 당일 술에 취한 박 씨는 '5일간 무료로 칼 갈아 드립니다'라는 입간판을 보고 순간 화가 나 흉기를 휘둘렀습니다.
마침 주변 상인들이 박 씨를 말려 큰 불상사는 없었습니다.
검찰은 박 씨가 살인을 저지를 의도가 있었고 범행이 계획적이었다면서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하고 징역 7년을 구형했습니다.
지난 1월 서울북부지법은 "A 씨도 피고처럼 고령인데다 역시 영세상인에 불과한데 상대적 박탈감에 휩싸인 박 씨가 위험한 범행을 저질렀다"면서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1심 선고 후 박 씨 사연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일부 시민은 그의 가족을 돕고자 돈을 보냈고, 법무법인 우성의 이인재 변호사는 무료로 항소심 변론을 맡았습니다.
항소심 재판에서 박 씨는 "앞으로 술을 마시지 않을 것이고 다시는 칼을 만지지 않을 것이며, 피해자가 있는 시장 근처에 가지 않겠다"는 세 가지 약속을 했습니다.
피해자 A 씨는 이러한 박 씨의 다짐을 박씨 자녀로부터 전해 듣고서 선고가 나기 며칠 전 합의서를 써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와 합의에 이르렀고, 피고인이 고령인 데다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하면 원심이 선고한 형은 피고의 책임 정도에 비해 다소 무겁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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