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를 1년 앞두고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논란이 된 '친기업' 노동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했다.
마뉘엘 발스 총리는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근로시간을 늘리고 해고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노동법 개정안을 헌법 예외 조항을 이용해 하원 표결 없이 통과시켰다.
중도 좌파 집권 사회당의 대표적인 노동정책이었던 '주 35시간 근로제'를 무너뜨린 것이다.
하지만 좌파 노동조합과 청년층, 우파 정당 모두 반발하고 있어 앞으로 노동법 개정안 상원 통과와 최종 시행까지는 큰 진통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 10% 넘는 고실업률 지속하자 올랑드 경제 정책 '우향우'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제2의 경제 대국인 프랑스는 영국, 독일과 달리 유독 높은 실업률과 저성장에 시달리고 있다.
실업률은 올랑드 대통령이 집권한 해인 2012년 9.8%에서 작년 3분기(7∼9월) 18년 만의 최고수준인 10.6%까지 올라갔다.
작년 11월 10.1%로 다소 내려갔으나 이는 유럽연합(EU) 평균인 9.8%는 물론이고 5.2%의 영국이나 4.2% 독일의 배가 넘는 수준이다.
좌파 사회당 출신으로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 이후 17년 만인 2012년 대통령에 당선된 올랑드는 집권 초기만 하더라도 좌파 색채의 경제 정책을 내놓았다.
부유층이 경제 위기 극복에서 더 많은 역할을 하도록 최고 세율 75%에 달하는 많은 세금을 부과한다는 내용의 부유세는 사회당을 상징하는 제도였다.
그러나 집권 2년이 넘도록 소비와 기업 투자도 늘지 않고 경기 침체만 지속하자 올랑드 대통령은 2014년부터 차츰 경제 정책에서 우파 쪽으로 기울었다.
올랑드 대통령은 2014년 기업들이 2017년까지 5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면 400억 유로(약 53조2천400억원)의 세금을 줄여주겠다는 내용의 '책임협약'을 발표했다.
또 같은 해 말 상점의 일요일 영업 제한을 완화하고 높은 진입 장벽으로 많은 보수를 받는 공증인과 같은 직업군의 진입을 완화하는 경제 개혁법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경제 개혁법안에 대해 집권당 내에서도 반대 여론이 많아 의회 통과가 불확실하자 정부는 이번 노동법 개정안처럼 헌법 제49조 3항 예외 조항에 의지해 표결 없이 발표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여전히 실업률이 떨어지지 않자 올랑드 대통령은 좌파의 성역인 '주 35시간 근로제'를 손보는 노동 개혁에 착수했다.
◇ '실업과 전쟁' 최후 수단으로 노동법 개혁 카드 꺼내
올랑드 정부가 노동계와 학생 등 주요 지지기반의 거센 반발에도 추진한 노동법 개정안은 '주 35시간 근로제'를 실질적으로 허물뿐 아니라 기업의 직원 해고 요건도 단순화했다.
프랑스는 2000년 좌우 동거정부 시절 사회당 리오넬 조스팽 총리의 주도로 노동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늘린다는 명분 아래 주 35시간 근로제를 도입했다.
임금삭감 없이 법정 근로시간을 주당 39시간에서 35시간으로 줄였다.
당시 노동부 장관인 마르틴 오브리의 이름을 따 '오브리 법'이라 불리며 사회당의 핵심 노동정책으로 15년 넘게 자리매김해 왔다.
그러나 올랑드 정부는 사측이 노조와 협상을 통해 근무 시간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하고 주당 최장 46시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노동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또 한 번 정규직으로 직원을 고용되면 사실상 해고가 어려워 기업이 신규 직원 채용을 꺼리는 점을 개선하고자 해고 요건도 완화했다.
기존에는 직원을 해고하려면 고용주가 법원에서 경기 침체 때문이라는 사실을 입증해야 했지만, 개정안에서는 기업의 수주가 감소하거나 새로운 경쟁이나 기술 변화에 직면했을 때, 영업이익이 감소했을 때도 직원을 해고할 수 있도록 했다.
올랑드 정부는 노동시장을 유연화한 노동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고용이 늘어나 실업률이 떨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이 노동법 개정안은 지지도가 13%까지 떨어진 올랑드 대통령이 대선을 1년 앞두고 던진 마지막 승부수인 셈이다.
올랑드 대통령은 "실업률이 낮아지지 않으면 내년 대선에 불출마하겠다"고 그동안 여러 차례 공언했으며 각종 여론 조사 결과 대선에 출마하더라도 1차 투표에서 3위에 그치면서 1, 2위가 겨루는 결선투표에 진출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노동법을 강행 처리하면서 올랑드의 인기는 더욱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 노동법 개정안 강행 처리에 노조 대규모 시위·파업 후폭풍
정부가 의회 표결 없이 노동법 개정안을 각료회의에서 통과시킨 데 대해 야당이 내각 불신임안을 제출해 12일 하원에서는 불신임안 표결이 벌어졌다.
발스 총리가 이끄는 내각에 대한 하원의 불신임안 투표에서 찬성이 246표로 재적 의원 과반(288표)에 못 미쳐 부결됐다.
그러나 국민의 3/4이 반대하는 노동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하면서 거센 후폭풍이 이어졌다.
정부가 노동법 개정안을 통과시킨다고 발표한 당일 수백 명의 학생과 노동자들은 파리에 있는 하원 의사당 밖에서 올랑드 대통령의 사임을 요구하면서 밤까지 시위를 벌였다.
또 하원에서 불신임안 표결이 벌어진 12일에 맞춰 파리를 비롯해 마르세유, 낭트, 렌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파리 등에서는 경찰이 최루탄을 발사해 시위대를 해산하기도 했다.
파리 일부 고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이 학교 문 앞을 쓰레기통으로 막아 수업이 취소되기도 했다.
프랑스 최대 노동조합인 노동총동맹(CGT)은 이날 파리 시위 참가자가 5만 명이라고 주장했으나 경찰은 1만2천 명으로 추산했다.
노동법 개정에 반대하는 CGT 산하 철도 기관사 노조는 오는 18일부터 매주 수·목요일 파업을 벌이겠다고 발표했다.
노동법 개정안은 앞으로 상원 등에서도 다시 논의되기 때문에 당분간 시위와 파업으로 사회 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연합뉴스)
프랑스, 노동법 개정 강행…노조·청년 반대 시위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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