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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박태환은 정말로 유망주들의 기회를 막고 있나?

박태환의 리우행의 좌절 될 경우 '제 2의 박태환' 이호준의 출전 가능성은?

[취재파일] 박태환은 정말로 유망주들의 기회를 막고 있나?
대한체육회가 박태환 선수를 위한 대표 선발 규정 개정은 없다고 못 박으면서 박태환의 운신의 폭은 더욱 좁아졌습니다.

박태환은 문체부나 대한체육회와 마찰을 피하기 위해 언론 인터뷰를 자제하면서 대한체육회장과 면담을 신청하는 등 어떻게든 국내에서 문제를 풀어보려고 하고 있지만, 체육회가 다시 입장을 바꿀 명분이 없는 상황이어서 박태환이 리우행을 노리기 위해서는 국제스포츠 중재재판소 CAS에 제소하는 것 외에 별다른 방법이 없어 보입니다.

이런 와중에 박태환이 리우 올림픽에 출전할 경우 ‘제 2의 박태환’으로 불리는 15살의 유망주 이호준을 비롯한 4명의 선수가 올림픽 출전 기회를 잃게 된다는 기사가 몇몇 매체에 실리면서 박태환의 출전 명분도 조금은 색이 바래는 분위기입니다.

그렇다면 정말로 박태환이 올림픽에 나가지 않는다면 4명의 유망주가 리우 땅을 밟을 수 있을까요? 박태환의 올림픽 출전에 대한 윤리와 규정 문제는 일단 제쳐두고, 박태환이 유망주들의 앞길을 막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 한 번 따져봤습니다.

● 올림픽 출전권 획득 방법은?

수영은 각 종목마다 올림픽 출전 ‘A 기준기록’과 ‘B 기준기록’이 있고 한 나라에서 각 종목별 A 기준기록 통과 선수가 2명 이상일 때는 2명, 1명일 경우에는 1명의 A 기준기록 선수에게 출전권이 배정됩니다. 그리고 A 기준기록 통과자가 단 한 명도 없을 경우에만 A 기준기록보다 처지는 B 기준기록 통과자에게도 기회가 올 수 있습니다. 박태환이 유망주들의 앞길을 막는다는 얘기는 바로 여기서 나왔습니다.

박태환은 자유형 100m와 200m, 400m, 1,500m 4종목에서 모두 A 기준기록을 통과했는데, 공교롭게도 이 4종목에서 B 기준 기록을 통과한 선수가 종목별로 1명씩 총 4명(양재훈-100m, 양준혁-200m, 이호준-400m, 박석현-1,500m)이 나왔습니다. (참고로 리우 올림픽 기준기록은 2015년 3월 1일부터 2016년 7월 3일에 세운 기록만 인정합니다.)

● 2012년부터 바뀐 규정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까지라면 A 기준기록 선수인 박태환이 올림픽에 나가지 못할 경우 B 기준기록을 가진 이들 4명의 선수가 올림픽 티켓을 얻게 되는 게 맞습니다. 2008년까지는 국가별로  A 기준기록 통과자가 1명도 없는 종목에는 B 기준기록 선수 1명에게 무조건 출전권을 줬습니다.

하지만 지난 2012년 런던 올림픽 때부터 이 규정이 바뀌었습니다. 국제수영연맹 FINA는 너무 많은 선수가 올림픽에 출전하지 않도록 수영 경영 종목 출전 선수를 전체 900명으로 제한했습니다. 이 때문에 A 기준기록 선수들에게는 이전대로 출전권을 배정한 뒤, A 기준기록 출전 선수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종목에만 B 기준기록 통과자 중 상위 기록의 선수들(A 기준기록 통과자가 없는 국가에 한해)부터 올림픽 출전권을 배정합니다. 다시 말해 A 기준기록 선수가 한 명도 없는 종목이더라도 B 기준기록 선수가 무조건 올림픽에 출전할 수는 없게 된 것입니다.
'제 2의 박태환' 15살의 유망주 이호준
● ‘제 2의 박태환’ 이호준, 출전 가능성은?

박태환은 지난 동아 수영대회 자유형 400m에서 3분 44초 26을 기록해 리우 올림픽 출전 A 기준기록(3분 50초 44)을 가볍게 통과했습니다. (2015년 3월 1일 이후 세계 5위 기록입니다.) 그리고 이호준은 같은 대회에서 3분 51초 52로 B 기준기록(3분 58초 51)을 넘어섰습니다.

중학교 3학년인 이호준은 박태환이 자신의 나이 때 세운 기록보다 더 좋은 기록을 세우며 선전하긴 했지만, 올림픽 출전권을 위한 전체 랭킹(2016년 5월 10일 기준)으로는 117위에 불과합니다. 현재 이 종목의 A 기준기록 통과자는 박태환을 제외하고도 80명으로 규정에 따라 A 기준기록 통과자에게 국가별 최대 2명까지 올림픽 티켓을 나눠준다고 할 때 벌써 47명의 선수가 출전권을 획득했습니다. (호주, 미국 등 18개국 A 기록 보유자 2명 이상, 튀니지 등 11개국 A 기준기록 보유자 1명)

그리고 A 기준기록 선수가 없는 국가에서 이호준보다 B기준기록이 좋은 선수도 5개국에서 1명씩 5명이 있습니다. 벌써 이호준보다 올림픽 출전 우선순위 선수가 52명(A기록 47명+B기록 5명)이나 된다는 얘기인데, 아직 국가별 대표 선발전 등 모든 대회가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감안하면 기준기록 결과 마감일인 7월 3일까지 이호준의 랭킹은 더욱 하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호준은 7월 3일 이전에 더 이상 기준 기록을 높일 수 있는 대회 출전 계획이 없습니다.)

더구나 자유형 400m는 지난 런던 올림픽에서는 출전 선수가 28명에 불과했던 종목입니다. 출전권을 확보한 47명의 A 기준기록 선수 중 불참하는 선수가 몇 명 나오더라도 런던 올림픽에 비해서 출전 선수가 훌쩍 많아 세계수영연맹이 고민인 상황입니다.

그렇다고 비교적 체력 소모가 많은 400m에서 출전 선수를 대폭 늘려 예선과 준결승, 결승까지 3번의 레이스를 치르게 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런던 올림픽 때는 예선을 치른 뒤 바로 8명을 추려 결승전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결국 현재 53번째 순위인 B 기준기록 보유자 이호준은 박태환이 리우에 가지 못하더라도 올림픽 출전권을 받을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다른 선수들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박태환과 종목이 겹치는 우리나라의 B 기준기록 통과 선수 가운데 현재 올림픽 출전 기록 랭킹 100위 이내인 선수는 한 명도 없습니다. 그리고 7월 3일까지 이들보다 기록이 좋은 다른 국가의 선수가 추가로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의 랭킹은 더 하락하고 올림픽 출전 순위는 더 뒤로 밀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통의 수영 강국 미국이나 호주, 아시아의 강자 중국이나 일본은 A 기준기록 출전 선수가 종목별로 10명에 달하기도 합니다. 이런 국가에서는 기록이 앞서는 노장 선수가 올림픽에 출전하지 않을 경우 상대적으로 기록이 처지는 유망주들이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노장의 희생을 강요할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남자 선수 가운데 박태환을 제외한 A 기준기록 선수가 한 명도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출전 가능성을 제대로 따져보지도 않고 박태환이 없으면 다른 선수들이 무조건 출전하는 것처럼 유망주들에게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분위기를 띄우는 것은 박태환은 물론 이들 유망주들에게도 상처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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