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조제 토막 살인사건의 피의자입니다. 지난주 토요일 영장이 나온 날 방송을 통해 전국으로 얼굴이 노출됐고 이름도 조 모 씨라는 익명에서 조성호라는 실명 세 글자로 바뀌었습니다. 음성변조나 모자이크 처리 같은 것도 전혀 없었죠.
경찰이 관련법을 기초로 심의 위원회를 열고 그의 신상 정보를 공개하기로 했기 때문인데요, 원칙이 애매하다는 논란과 함께 신상 공개가 곧장 신상털기로 변질되는 문제가 뒤따랐습니다. 박하정 기자의 취재파일 보시죠.
[김민지/인근 주민 : 슈퍼에서 한 2주 전쯤인가 마주쳤었거든요. 그런데 알고 보니까 잡힐 때 입었던 옷이랑 여기 사진 찍힌 거 보니까 그분이더라고요. 더 소름 끼치죠.]
특정 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이죠. 일명 특강법에 따르면 검사와 사법경찰관은 다음의 4가지 요건을 갖췄을 경우 피의자의 신상에 관한 정보를 공개할 수 있습니다.
첫째, 범행 수법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했을 것, 둘째, 피의자가 그 죄를 범하였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것, 셋째,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할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청소년에 해당하지 않을 것 이렇게 4가지입니다.
조성호는 이 모든 요건을 충족한다고 판단돼 신상 정보가 공개된 건데요, 다만, 구속영장이 발부되기 전과 후 언제여야 한다는 조건은 명문화돼 있지 않아서 이번에도 얼굴만 먼저 방송에 나간 뒤 이름은 영장 발부가 확정될 때까지 약 한 시간 반가량 공개가 늦춰지는 약간의 혼란이 빚어졌습니다.
또, 이 같은 공개 방침을 두고 찬반 여론이 나뉘기도 했습니다. 피의자 스스로의 재범 방지와 나머지 사회 구성원들의 보호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로서 필요하단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범죄자들과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었고, 피의자가 재기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마저 박탈하고 피의자 본인뿐 아니라 주변인들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으니 지나친 인권 침해라는 의견도 있었던 겁니다.
게다가 이렇게 공개 시점이나 대상, 공개 수준 등에 대해 명확한 기준이 없다 보니 신상털기도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습니다.
일반 네티즌들은 물론, 기자들까지 공개된 정보를 조합해 그의 SNS에 접근해서는 과거에 올라온 개인적인 사진들을 퍼 나르고 프로필란에 적힌 출신 학교나 운영했던 업체, 블로그 등을 낱낱이 뒤지는가 하면, 여자친구로 추정되는 사람의 사진까지 인터넷에 유포시키기도 했습니다.
결국, 그의 SNS 계정은 폐쇄됐고, 경찰이 명예훼손이나 모욕죄 등의 혐의로 수사에 착수할 수 있다고 경고하긴 했지만, 이미 이런 신상털기로 인해 가족이나 지인들까지 비난을 받으며 한바탕 홍역을 치른 뒤였습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흉악범들의 신상 정보 공개에 대한 구체적인 매뉴얼을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매뉴얼에 앞서 정말 필요한 건 우리가 무엇을 위해 신상을 공개하는지, 형벌의 본질적인 목적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입니다.
엄정한 수사와 재판, 처벌은 분명히 이뤄져야겠지만, 관계 당국이나 시민 모두 신상 공개와 신상털기는 다르다는 점을 꼭 기억해야겠습니다.
▶ [취재파일] 신상 공개와 신상 털기, 그 종이 한 장 차이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