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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스쿨존인 줄 몰랐는데, 제 과태료도 돌려주나요?"

[취재파일] "스쿨존인 줄 몰랐는데, 제 과태료도 돌려주나요?"
지난 5일 8시 뉴스에 ‘스쿨존 위반 2,700건, 갑자기 과태료 모두 면제?’ 기사가 보도된 후 한 시청자가 이메일을 보내왔습니다. 수도권 지역 한 초등학교 앞 도로에서 규정 속도를 위반해 과태료를 냈는데 기사에 나온 주민들처럼 자신도 단속 사실을 몰랐으니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지, 있다면 어디에 문의하면 되는지를 묻는 내용이었습니다.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스쿨존 과태료’를 검색해도 비슷한 글들이 많습니다. ‘단속하는 줄 모르고 지나갔는데 이렇게 과태료를 내라고 하니 황당하다’는 내용입니다.

일단 글을 시작하기 전에 답부터 드리겠습니다. 경찰청에 따르면, 국고금관리법에 따라 ‘과납’ 되거나 ‘오납’된 과태료는 환급이 가능합니다. 자신이 낸 과태료가 과납이나 오납으로 판정되면 돌려받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아직 돈을 내기 전이라면 당연히 낼 필요가 없겠죠.

그렇다면 스쿨존에서 단속 사실을 모른 채 과속을 했다가 과태료를 내게 된 경우는 과납이나 오납에 포함이 될까요? 취재를 한 결과 답은 ‘글쎄요’입니다. 과태료를 면제해준 경우도 있고, 면제해달라는 요구가 거절된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 '과태료 폭탄' 맞은 주민들…"단속되는 줄 몰랐다"

우선 충남 A초등학교 스쿨존 이야기를 좀 더 해보겠습니다.

이 학교 주변에는 각각 900세대, 500세대 규모의 아파트 단지 두 곳이 인접해있습니다. 초등학교 앞에는 왕복 4차선 도로가 있고 건너편에는 호남선 KTX가 다니는 철로가 있습니다. 이 4차선 도로를 포함해 학교를 둘러싼 도로 대부분이 어린이 보호구역입니다. 학교 옆 아파트단지 정문 앞 길도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습니다.

이 일대에 무인단속카메라가 설치된 것은 지난 해 3월이었습니다. 2014년 7월, 두 아파트 단지 사이 작은 삼거리에서 A 초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3학년 학생이 달려오던 승용차에 치여 사망한 것이 계기가 됐습니다. 학부모 472명이 시청에 민원을 제기해 사고 인근 아파트 단지 앞길과 A 초등학교 앞 횡단보도에 무인단속기가 설치됐습니다.
하지만 지난 1년 간 단속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시청이 자체 예산을 들여 설치는 했지만 사실 무인단속기 운영과 단속 주체는 경찰입니다. 시청은 이 무인단속기를 경찰로 넘깁니다. 경찰은 무인단속기가 제대로 작동을 하는지 외부 기관에 의뢰해 점검을 했고, 모든 작업이 끝난 것은 올 해 3월입니다.

4월 1일부터 이 단속기는 24시간 단속을 시작했습니다. 오전 8시부터 저녁 8시까지는 스쿨존 기준으로, 저녁 8시 이후부터는 일반도로 기준으로 단속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주민 대다수는 몰랐습니다. 단속을 시작한다는 안내가 없어서 평소 다니던 것처럼 규정 속도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다녔다는 겁니다.

단속 사실을 알게 된 것은 과태료 통지서를 받은 지난 20일부터입니다. “우체통을 열어보기가 무서울 정도였다”고 말할 만큼 여러 개의 과태료 통지서가 날아들었다고 합니다. 대부분은 속도 위반, 단속 장소는 A 초등학교 횡단보도 앞 무인단속기였습니다. 이 곳에서 4월 한 달 간 단속된 사례만 2,775건(4월 27일 집계 기준)이었습니다.
스쿨존의 제한 속도는 30km/h. 지키지 않으면 최소 6만 원에서 최대 15만 원의 과태료를 내야 합니다. 내지 않으면 벌점이 최대 120점까지 부과될 수 있습니다. 50km/h로 달렸으면 과태료가 9만 원인데, 단속에 걸린 사람들이 대부분 아파트 주민이다 보니 동네를 왔다 갔다 하며 하루에도 몇 번씩 단속에 걸린 경우가 많았습니다.

9만 원 짜리 과태료 통지서 11장을 받은 주민도 있었습니다. 한 주민은 “50만 원, 80만 원 내는 사람이 수두룩하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주민들은 시청, 경찰청에 민원을 제기했고 국민권익위원회에 진정도 넣었습니다. 단속 카메라가 4월부터 운영된다는 안내가 전혀 없었다는 이유입니다. 경찰도 인정했습니다. 관할청인 충남지방경찰청은 “단속 카메라 운영에 대한 홍보나 계도가 부족했다”며 과태료를 면제하고, 이미 낸 과태료도 돌려주기로 결정했습니다.

충남청 관계자는 “카메라 설치의 목적은 과태료가 아닌 안전운전 유도”라며 “예상 외로 너무 많은 단속이 이뤄진 만큼 지금까지 과태료를 없던 일로 하고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계도와 홍보를 충분히 한 후 6월부터 다시 단속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과태료 면제, 법적 근거는 있을까?

경찰이 이번 스쿨존 위반 무효화의 근거로 내세운 것은 국고금관리법입니다. 국고금관리법 제15조는 ‘과오납된 수입금이 있는 경우에는 세출예산 또는 기금운용계획에 관계없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반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스쿨존 규정을 위반하긴 했지만 계도기간이 충분하지 않은 단속이었기 때문에 이에 따른 과태료는 ‘과오납된 수입금’으로 봐야한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그렇다면 ‘충분하지 않은 계도기간’이 과태료 면제의 근거가 될 수 있을까요? 도로교통법을 살펴보면, 스쿨존이 운영되는 아침 8시부터 저녁 8시까지 신호, 제한속도, 주정차 금지 위반을 범칙행위로 규정하는데 계도 기간에 단속된 경우는 제외한다거나 계도 기간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범칙금을 부과하지 않는다는 ‘예외조항’은 없습니다.

‘계도기간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것도 객관적 판단이 어렵습니다. A초등학교 앞에 무인단속기가 설치된 것은 1년 전입니다. 단속이 되진 않았지만 카메라는 1년 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계도기간’을 지난 2~3월 두 달로 보고 있습니다. 시청이 설치한 단속카메라를 경찰이 넘겨받아 기능 점검을 거친 기간은 포함시키지 않은 겁니다.

● '오락가락' 판단…스쿨존 규정 혼란 줄 수도

취재를 하면서, 경기도 광명시에서도 2년 전 유사한 논란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경기 광명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광명시 B초등학교와 C고등학교 앞 도로에 설치된 과속단속 카메라가 1년 넘게 작동하지 않다가 점검을 끝내고 단속을 시작했는데 주민들이 이 사실을 모르고 평소처럼 다니다가 2~3개월 만에 수백 건 넘는 속도위반이 단속된 겁니다.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했고, 일부 주민들은 과태료 처분이 부당하다는 취지의 소송을 냈습니다. 하지만 모두 패소했다고 합니다. 광명경찰서 관계자는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제한속도 30km/h가 너무 낮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안다. 비송사건이었는데 전원 패소했고 과태료도 모두 부과됐다”고 말했습니다. 충남 A 초등학교 스쿨존 과태료 논란과 비슷한 경우였지만 결과는 정반대인 셈입니다.

충남경찰청의 해명처럼, 스쿨존 무인단속카메라의 목적은 안전 운전입니다. 어린이를 포함한 보행자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운전자가 좀 더 신경 써서 운전을 하도록 유도하기 위함입니다. 도로교통법이 규정한 스쿨존 운영 시간이 학생들 하교 시간이 한참 지난 저녁 8시까지인 이유도 설령 학교가 끝났을지라도 어린이 보행자가 언제든 이용할 수 있는 곳이니 주의를 기울이라는 의미일 것입니다.

계도나 홍보가 중요한 것도 맞습니다. 지난 해 국정감사에서도 단속을 위한 단속을 막기 위해 무인 단속 설치 구간의 경우 충분한 계도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스쿨존은 카메라가 있든 없든 제한속도를 지키고 신호와 주정차 금지 규정을 준수해야하는 곳입니다. 한 곳에서 한 달 만에 수천 건의 속도위반이 단속됐다면 과태료 면제보다 우선돼야 할 조치는 과속방지턱 설치 등 과속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참고로, A 초등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 도로에는 논란이 불거진 후 단속 사실을 알리는 안내 현수막은 여러 장 걸렸지만 과속방지턱은 한 곳도 설치되지 않았습니다.

▶ 스쿨존 위반 2,700건, 갑자기 과태료 모두 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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