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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기부천사' 김해림의 우승이 특별한 이유

[취재파일] '기부천사' 김해림의 우승이 특별한 이유

기부 문화 확산에 기여…'나눔의 아이콘'
이번 주에는 수원CC에서 2주 연속 우승 도전

김영성 기자 yskim@sbs.co.kr

작성 2016.05.10 18:05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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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기부천사 김해림의 우승이 특별한 이유
KLPGA투어 교촌 허니 레이디스오픈에서 투어 데뷔 8년 만에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하고 우승상금 1억 원 전액을 기부하기로 한 김해림의 선행은 골프계뿐 아니라 스포츠계와 우리 사회 전체에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오래전부터 첫 우승 상금 전액을 기부하겠다고 약속해왔던 터라 그저 자신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겠거니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면 130경기 출전 만에 이렵게 달성한 첫 우승의 열매를 입에도 대지 않고 다른 사람들에게 전부 나눠준다는 것은 결코 쉽지는 않은 결정이었을 것입니다.

김해림의 아버지는 서울 남대문 시장에서 유통업을 하다가 큰 딸의 골프 뒷바라지에 전념하기 위해 25년 동안  해왔던 사업을 접고 2008년 충북 오창으로 이사했습니다.

당시 2부 투어를 뛰던 김해림의 상금으로는 고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니던 두 동생까지 다섯 식구의 생활비로 넉넉하지 않았기 때문에 부모는 은행에서 대출을 받았고 지금도 그 이자를 매달 내고 있습니다. 김해림은 2009년 정규투어에 데뷔해 2년간 근근이 시드를 유지하다 2011년 다시 2부 투어로 내려갔습니다.

이때 2부 투어 상금왕을 차지하면서 받은 한 시즌 상금 총액이 6천8백만 원이었는데, 이 중 10%인 680만 원을 떼어 집 근처 청원군청에 노인 복지기금으로 쾌척했습니다.

이를 시작으로 김해림은 매년 상금의 10%씩을 떼어 기부했고, 2012년 정규투어 복귀 후 지난해까지 누적 기부액이 1억 원을 훌쩍 넘어 KLPGA 회원 가운데 최초로 '아너 소사이어티' 멤버가 됐습니다.

"평소 돈에 욕심 부리지 말고 주변 사람들을 돕고 살아야 모든게 편안해지고 복이 생긴다는 부모님 말씀을 실천하다 보니 정말 좋은 일들이 많이 생기네요." 김해림은 부모님과 상의해 우승 상금 1억 원 가운데 일단 4천만 원을 '사랑의 열매'에 보내기로 했고 나머지를 어느 단체에 기부할지 검토 중입니다.

여기저기서 기부해 달라고 연락이 오는 곳은 많은데 정말 이 돈이 유익하게 쓰일 수 있는 곳을 신중하게 찾고 있습니다. 김해림은 주변에서 기부에 동참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어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처음엔 30~40명 정도 팬들이 제가 버디 할 때마다 1천 원씩 거둬서 기부금을 적립했는데, 지금은 여기에 동참하시는 분들이 100명을 넘어섰어요. 연말에 이분들이 적립한 돈에 제 시즌 상금 총액 중 10%를 따로 떼어서 함께 기부할 생각이에요. 겨울에 부산의 장애인 복지시설이나 충청북도의 아동 복지시설에서 봉사 활동도 계획하고 있는데, 많은 분들이 밴드(BAND)를 통해 동참하겠다는 뜻을 전해오셨어요. 저와의 약속으로 시작한 일인데 많은 분들이 뜻을 함께해주시니 우승한 것 이상으로 기쁘네요."  

우승 다음 날 김해림이 출연한 골프 전문채널 SBS 골프의 '골프투데이' 프로그램 제작진도 그녀가 우승할 때마다 일정액을 모아 기부에 동참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김해림은 '골프투데이'에 나와 다시 한 번 꿈 얘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이번 대회 시작하기 전에 꿈을 꿨는데 너무 기억이 생생했어요. 제가 우승컵을 들고 있는 사진에 '달걀 골퍼 김해림, 치킨 회사 대회에서 우승' 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읽은 거예요. 보통 꿈은 현실과 반대라는 데 저는 2부 투어 우승할 때도 우승하는 꿈을 꾸었던 적이 있기 때문에 이 꿈 얘기를 아버지와 지유진 코치님한테 바로 했어요. 이번 대회 느낌이 좋다고요. 그런데 정말 꿈이 이루어진 거잖아요. 너무 행복해요." 

공교롭게도 교촌 허니 레이디스오픈의 우승컵이 황금 달걀 모양이어서 '달걀 골퍼'가 황금알을 품은 사진은 더욱 화제가 됐습니다.

"요즘도 삶은 달걀 흰자위는 계속 먹고 있는데, 양은 하루 30개에서 10개로 줄였어요. 대신 육류 같은 걸로 단백질을 보충하죠. 근육 운동을 병행하니까 달걀 좀 덜 먹어도 샷 비거리는 그대로 다 나가요. 언론에서 저를 하도 '달걀 골퍼'라고 써 주시니까 오늘은 농림부 산하 '계란자조금관리위원회'에서 연락이 왔어요. 계란 홍보대사를 맡아 달라고요.(웃음)" 김해림은 겨울마다 다른 선수들이 따뜻한 곳을 찾아 해외로 전지훈련을 떠날 때 몇 년째 국내 훈련만 고집해 왔습니다.

체계적이고 강도 높은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한 시즌을 버틸 체력을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지난 겨울에도 집 근처 휘트니스 센터에서 성인 남자도 들기 힘든 110kg의 헥스 바벨을 들어 올리며 허리와 하체의 힘을 키웠고, 레슬링이나 유도 선수처럼 굵고 기다란 동아줄을 위아래로 흔들며 팔과 상체의 근력도 강화해 1년 체력 농사를 잘 지었습니다.

그 결과물이 첫 우승으로 나타났고 다른 선수들의 체력이 고갈되는 여름이 되면 체력의 우위를 바탕으로 2승, 3승도 무난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지난해 우승 없이도 상금랭킹이 9위였는데, 올해는 우승도 했으니 상금 5위 안에 드는 게 목표예요. 기부금은 10억 원을 채우고 싶어요." 김해림이 좋은 성적을 올리면 올릴수록 더 많은 기부금이 쌓이고 기부에 동참하는 사람들도 늘어날 테니 투어 전체를 위해서도, 우리 사회 전체의 건전한 나눔 문화 확산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기사를 쓰는 저도 김해림 선수가 우승할 때마다 적은 액수나마 기부에 동참하기로 했습니다.

김해림의 다음 출전 무대는 이번 주 금요일(13일) 수원CC에서 개막하는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입니다. 2주 연속 우승에 도전하는 '기부천사'에게 진심으로 응원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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