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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애플, "옛날이 그립구나"…영원한 1위는 없다

[취재파일] 애플, "옛날이 그립구나"…영원한 1위는 없다
지난달 말 애플의 13년 성장 신화가 막을 내렸다는 소식은 많은 사람에게 충격을 주었습니다. 특히 저와 같이 전자제품을 좋아하는 마니아에게는 큰 뉴스였습니다. 매년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전 세계를 놀라게 하고 또 기록적인 판매실적을 올리면서 꺾일 줄 모르는 성장을 기록했던 기업이었기 때문입니다. 

애플의 2016 회계연도 2분기 매출은 1년 전보다 12.8% 감소한 58조 원을 기록했습니다. 사실 저의 경우 애플이란 기업 이름을 기사에 쓰면서 [감소]라는 단어를 썼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만큼 애플이 꾸준히 성장해왔다는 뜻이겠죠. 

● 어떻게 하다가 이런 일이?

많은 언론은 중화권 시장이 과거 같지 않기 때문에 애플의 실적이 떨어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애플의 중화권 매출은 앞선 4개 분기에 연속으로 1년 전보다 70% 이상 성장했습니다. 대단한 기록이었습니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는 분위기가 크게 바뀌면서 중화권 매출이 26%나 감소했습니다.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상태에 달했다는 주장도 있기는 하지만 애플이 과거 같지 않다는 분석이 적지 않습니다. 

저는 최근 경기도에 있는 한 애플 매장을 방문했습니다. 그런데 매장 안에는 직원 4명, 손님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1년 전까지만 해도 애플 매장에서 아이폰을 한번 만져보려면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려야 했는데 지금은 사정이 크게 바뀌었습니다. 원하는 제품을 직원 눈치 보지 않고도 마음껏 눌러 보면서 즐길 수 있었습니다.

애플 매장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있는 삼성전자 매장은 사정이 크게 달랐습니다.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노트북, 액세서리를 구경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애플이 신제품을 출시한 지 오래됐다는 점을 고려한다 해도 과거와 비교할 때 분위기가 크게 변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애플 하면, 매년 새롭고 놀라운 기능을 출시하면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는 기업으로 잘 알려져 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애플의 제품을 보면 과거 같지 않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애플의 최신 제품인 아이폰 SE를 볼까요. SE 국내 출시를 눈앞에 두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기대가 예전 같지 않은 상황입니다. 3년 넘도록 아이폰5를 쓰고 있는 저 역시 SE를 구입하고 싶다는 생각이 그다지 크지 않습니다. 
각국에서 출시된 뒤 3주간의 아이폰SE의 시장 점유율 보고서를 보면, 중국 0.2%, 일본 0.3%, 프랑스와 영국 1.0%, 독일은 0.5%입니다. 아이폰SE의 판매 속도가 전체적으로 보면 아이폰6와 아이폰6S, 아이폰5s, 아이폰5c 보다 느리다고 한 시장조사업체가 밝혔습니다. 

교체 시기를 맞은 아이폰5s와 5c 이용자들이 SE 구매를 서두르지 않고 있다는 것도 눈에 띄는 변화입니다.
SE에 대한 실망감을 갖고 있는 사람은 또 있습니다. 중국의 투자자이자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러스왕의 최고경영자인 자웨팅 회장은 한 인터뷰에서 애플이 모바일 인터넷에서 뒤처지고 있고, 애플이 중국에서 매출 둔화를 보이는 것은 혁신 속도가 느려졌기 때문이며 이번에 출시된 아이폰SE는 기술적으로 수준이 낮다고 평가했습니다. 기대를 모았던 SE가 중국에서 출시되자마자 최악의 평가를 받았습니다. 

블룸버그의 오바이드 칼럼니스트는 아이폰 외에 다시 애플의 성장세를 책임질 동력이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한때 인기를 끌던 아이패드나 애플워치는 아이폰의 명성을 이어갈 ‘파워’를 갖고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최근 20만 원대의 저가형 태블릿PC와 10만 원대의 스마트워치가 국내외에서 잇따라 출시되면서 고가의 애플워치나 아이패드에 등을 돌리는 소비자가 적지 않습니다. 

한때 엄청난 관심을 끌었던 애플워치는 40만 원 이상의 비싼 가격에도 많은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었습니다. 그러나 그 인기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최근에는 월 사용료 1만 원만 내면 단말기를 공짜로 얻어 쓸 수 있는 스마트폰까지 등장하면서 비싼 스마트폰을 구입할 이유가 사라졌습니다. 애플워치를 사용하려면 아이폰만을 이용해야 한다는 점도 또 다른 불편입니다. 

반면 최근 경쟁사 스마트워치는 저렴한 가격에 안드로이드뿐만 아니라 iOS까지 함께 지원하면서 애플 사용자들을 끌어모으고 있습니다. 

● 그럼 누가 1위인가?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을 보면 애플이 21%, 삼성전자가 19%, 화웨이가 7%, LG가 3%를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올해 3월 순위가 크게 바뀌었습니다. 1위는 25%를 기록한 삼성. 2위는 11%의 애플, 4위는 7%를 기록한 중국의 화웨이. 5위는 5%의 LG로 나타났습니다. 1위와 2위 차이는 매우 큽니다. 

다급해진 애플은 이제 인도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인도 시내 거리를 걷다 보면, 스마트폰을 쓰고 있는 많은 시민들을 볼 수 있습니다. 시장조사에서 나타난 결과를 보면, 1년 전 인도에서 판매된 아이폰은 2백만 대, 올해는 3백만 대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왔습니다. 고가폰 보다는 중저가폰의 인기를 끌 것이라는 예상도 나와 있습니다. 

국내 기업도 발 빠르게 움직일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 시장에 너무 집중하는 전략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새로운 판매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또 시장 상황에 맞는 단말기 개발도 필요합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와 2위 싸움은 매우 치열합니다. 1위와 2위 순위는 하룻밤 사이에 바뀔 수 있습니다. 일단 2위로 밀리면 3위로 밀리기 쉽습니다. 그러나 1위로 다시 올라서는 것은 어렵습니다. 

세계 스마트폰과 통신 시장의 흐름을 읽고 이에 맞는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애플과 같이 1위에서 2위로 밀려나는 것은 매우 쉽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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