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배우 쿠니무라 준이 영화 '곡성'에 출연해 제대로 고생했다고 한다.
그는 "이렇게 힘든 촬영현장은 처음"이라고 했다.
연기 경력이 30년이 넘는 일본의 대표적인 베테랑 배우인 그를 연합뉴스가 만나 영화에 얽힌 이야기를 들었다.
쿠니무라 준과의 인터뷰는 10일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진행됐다.
'곡성'은 평온한 농촌 마을에 외지인이 나타나고서 연이어 발생한 괴이한 살인사건을 다룬 영화다.
마을 사람들이 이 모든 사건은 외지인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고 수군대는데, 쿠니무라 준이 이 외지인을 연기했다.
그는 '기생수 파트 1,2',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갈증', '지옥이 뭐가 나빠', '아웃레이지' 등 다양한 작품에서 강렬한 캐릭터와 부드러운 이미지를 오가는 연기를 선보였다.
출연한 영화가 70편이 넘고 TV 드라마 4편에도 출연했지만 '곡성'을 최고로 힘든 현장으로 꼽았다.
배역의 설정상 거의 알몸으로 나오고 험한 산속 촬영이 많은 탓도 있지만 '곡성'이 나홍진 감독의 영화라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타협을 모르는 철두철미함 때문에 나 감독의 촬영 현장은 힘들기로 유명하다.
쿠니무라 준은 "촬영하면서 한국의 현장은 힘들구나 생각했는데 나 감독의 현장이 그렇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며 웃었다.
그는 촬영 기간 육체적으로 한계점에 다다르는 경험을 했다고 전했다.
그럴 때면 나 감독에게 못 하겠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그 일례로 고라니를 먹는 장면을 들었다.
그는 "육회를 좋아하지만 계속 먹다 보니 속이 안 좋아 못 먹겠다고 했다"며 "그렇게 이야기했는데도 나 감독은 2번만 더 가자고 하더라"고 말했다.
쿠니무라 준이 분한 외지인은 영화가 주는 긴장감의 '8할'을 차지할 정도 극중 존재감이 크다.
또한 외지인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영화가 관객에게 던지는 주요 수수께끼이기도 하다.
그는 표현하기 쉽지 않은 역할을 강렬한 인상을 주는 연기로 소화했다.
"전체 시나리오상의 이미지도 중요하지만 순간순간 관객들에게 어떤 존재로 인식될까도 고민했다. 외지인에 대한 소문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여지를 주는 장면에서는 그런 느낌을 강하게 넣어 연기했습니다." 자신의 연기에 대한 평가는 어떨까.
쿠리무라 준은 "내가 아닌 타인으로 느껴지는 장면은 '잘했구나'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같이 호흡을 맞춘 한국 배우들에 대해서 "맡은 배역에 대한 준비가 철저하고 기초가 탄탄하다"고 평가했다.
극중에서 자주 맞부딪치는 배우 곽도원은 "현장의 요구대로 변화가 가능한 배우"라며 "곽도원의 연기가 현장에서 변하면 제 연기도 변할 수밖에 없는데 그런 '캐치볼' 과정이 굉장히 즐거웠다"고 말했다.
'곡성'이 칸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됨에 따라 그 역시 칸 영화제의 레드카펫을 밟게 됐다.
그는 첫 칸 방문에 "기대하고 있다"며 설레는 마음을 전했다.
한국영화 재출연 여부를 묻는 물음에 "한국영화 작업이 즐거웠다"며 "섭외만 들어온다면 다시 해보고 싶다"고 답했다.
단, '일본인은 나쁜 편'이라는 판에 박힌 역할이 아니라 중립적이면서 다양하게 변하는 역할이기를 바란다는 말을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