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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초치기' 평창 조직위 "더 이상 안된다"

[취재파일] '초치기' 평창 조직위 "더 이상 안된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위원장 후보로 추천된 이희범 전 산업자원부 장관이 오는 12일 열리는 위원총회에서 새 위원장으로 공식 선출될 예정입니다. 이후 이희범 씨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의 승인을 얻은 뒤 오는 16일부터 조직위원회 사무실로 출근할 계획입니다.  

이희범 씨의 경력을 보면 한 사람이 했다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화려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경북 안동 출신으로 서울대 공대 전자공학과를 다녔고, 1972년 행정고시에 수석 합격하며 공직에 발을 들여놨습니다. 당시 이공계 출신 첫 행시 수석 합격자로 화제를 모았던 이 씨는 상공자원부 사무관을 시작으로 경제 관료로 성장했습니다.

공직에서 물러난 뒤에는 한국생산성본부 회장(2002∼2003년), 서울산업대학교 총장(2003년), 산업자원부 장관(2003∼2006년), 한국무역협회 회장(2006∼2009년),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2010∼2014년)을 역임하기도 했습니다. 또 2009~2013년까지 STX에너지ㆍSTX중공업 총괄 회장을 역임했고, 2014년 LG상사 대표이사 부회장(CEO)에 취임한 뒤 현재 LG상사 고문을 맡고 있습니다.

관운이 따르긴 했지만 이희범 씨가 이처럼 각계 요직을 두로 거쳤던 배경에는 그의 뛰어난 학습 능력과 친화력이 있었습니다. 평창 조직위도 그의 이런 자질에 큰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시간입니다.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이 1년 9개월 밖에 남지 않았고, 그의 데뷔 무대라 할 수 있는 리우 올림픽이 8월 초에 열리는 점을 고려하면 3개월 안에 조직위 주요 업무를 숙지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습니다.

평창 조직위원회의 최대 현안이자 고민인 현금 부족 사태도 하루빨리 해결해야 합니다. 조직위 사람들의 원성은 오래전부터 재정 담당자에게 쏠리고 있습니다. 무슨 일을 하려고 계획안을 올려도 예산이 다 잘린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재정 담당자는 “돈이 있어야 돈을 줄 것 아니냐?”며 반박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현재 평창 조직위가 확보한 마케팅 수입은 목표액 8천5백억 원의 70%선인 약 6천억 원입니다. 이 가운데 35%인 약 2천억 원만 현금이고 나머지는 현물입니다. 올림픽이란 대사를  치르기에는 돈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개회식과 폐회식을 치르는 데 소요되는 비용만 1천억 원이 넘습니다.

조직위 관계자들은 지금부터 1년 동안에 필요한 현금만 대략 2천억 원 이상이라고 합니다. 이 금액을 이희범 씨가 앞장서 가급적 올해 안에 마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희범 신임 평창 조직위원장/사진 제공=연합 뉴스
신임 평창 조직위원장 내정자인 이희범 씨의 아킬레스건은 외국 언론도 표현했듯이 ‘올림픽 초보자’라는 한계입니다. 평창 조직위원장은 업무의 성격상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및 각 국제연맹 관계자와 친분이 두터워야 하고 동계 스포츠에 대한 지식이 풍부해야 합니다. 바로 이 대목이 올림픽이나 스포츠 경력이 거의 없는 이희범 씨로서는 결코 넘기 쉽지 않은 산입니다.

이희범 씨 앞에 놓인 숙제는 첩첩산중입니다. 설상가상으로 시간이 너무 촉박합니다. 한마디로 모든 면에서 ‘초치기’가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출근 첫 날인 16일과 그 다음 날인 17일 이틀 동안 그는 강원도 평창을 직접 방문해 올림픽 준비 상황을 점검합니다. 그리고 평창 조직위 간부로부터 현황 보고를 받게 됩니다. 얼마나 빨리 조직위 현안을 파악하느냐가 성공의 관건이기 때문입니다.

평창 동계올림픽 첫 테스트이벤트였던 지난 2월 알파인 스키 월드컵을 제대로 치르기 위해 휴일 없이 24시간 야간공사가 강행된 게 얼마 되지 않은 일입니다. 문제는 ‘초치기 공사’의 추억이 과거가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입니다.

강릉에 지어지고 있는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도 공정률이 40%밖에 되지 않아 내년 2월 테스트 이벤트(종목별 세계 스피드스케이팅 선수권)의 정상 개최를 위해서는 조만간 야간공사에 돌입할 예정입니다. 올림픽 이후 보존이냐 철거냐를 놓고 방침이 여러 번 바뀌는 바람에 설계가 자주 변경돼 공사가 많이 지체된 것입니다.   

이처럼 지구촌 축제를 ‘초치기’로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은 3대 주체인 문화체육관광부, 평창 조직위, 그리고 강원도가 자초한 일입니다. 대한민국이 2018년 동계올림픽을 ‘초치기’로 준비한다는 것은 이미 국제 스포츠계도 다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이희범 신임 위원장 부임을 계기로 더 이상 평창 올림픽이 우리 국민의 조롱거리나 걱정거리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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