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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한쪽에선 살리고, 한쪽에선 죽는' 고래 1,900여 마리

[마부작침] '한쪽에선 살리고, 한쪽에선 죽는' 고래 1,900여 마리

박원경 기자 seagull@sbs.co.kr

작성 2016.05.04 19:2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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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온 국민의 관심 속에 제주 앞바다에 방사된 돌고래 제돌이의 모습입니다. 이후 복순이, 태산이 등 불법 포획되었다가 동물원쇼에 이용되던 돌고래의 자연 방사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흐름과는 반대로 사람이 쳐 놓은 그물에 걸려 죽는 고래 숫자가 해마다 천여 마리에 달합니다. 제돌이 자연 방사가 이뤄졌던 2013년에만 1,962마리의 고래가 우리 연안에서 그물에 걸려 죽었습니다. 2012년에는 2,665마리가 잡혀 최근 5년(2011~2015) 중 가장 많았습니다. 

물론, 이렇게 붙잡힌 고래는 자세히 살펴보면 제돌이의 경우와 다른 점은 있습니다. 제돌이는 누군가가 의도를 가지고 잡았기 때문에 '포획'이라고 부릅니다. 반면, 앞서 언급한 숫자들은 다른 물고기를 잡으려고 쳐 놓은 그물에 우연히 걸렸기 때문에 '혼획(混獲)'이라고 지칭합니다. 하지만, 포획과 혼획 역시 결과적으론 큰 차이가 없습니다. 혼획돼 붙잡힌 고래의 경우 당국에 신고해 포획된 흔적이 없다고 판단되면 정식으로 유통될 수 있습니다. 포획은 불법적 유통이지만, 혼획은 합법적 유통인 겁니다. 혼획된 고래를 '바다의 로또'라고 부르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우리 연안에서 고래가 가장 많이 잡힌 곳은 서해였습니다. 최근 5년 동안 5,947마리가 잡혔습니다.우리나라 연안에서 혼획된 고래의 61.7%를 차지했습니다. 서해 다음으로 동해가 25%, 남해가 12.2%, 제주도 근처가 0.9% 순이었습니다.

종류별로는 돌고래과의 일종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상괭이'가 전체의 68%로 가장 많았습니다. 상괭이는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의해 멸종위기종으로 보호받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돌고래가 17%, 밍크고래 4% 순이었습니다.

지역별로는 서해, 종류별로는 상괭이가 가장 많이 잡힌 이유는 조업형태와 어종의 크기와 연관성이 큽니다.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에 따르면 서해에서는 소위 안강망 어선이 바다 깊숙한 곳에 어망을 쳐서 물고기를 잡는 것이 일반적인데, 서해가 주 서식지인 상괭이는 크기가 2m 정도로 어망을 피하지 못 하고 많이 걸린다는 겁니다.

2011년부터 혼획 고래 숫자가 천 마리가 넘고, 최근 2천 마리에 육박한 건 자진 신고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연구센터는 파악하고 있습니다. 국립수산과학연구원 고래연구센터는 "지난 2011년부터 혼획된 고래에 대한 신고를 적극적으로 유도했고, 최근엔 전문 고래수집상들이 적극적으로 수집한 고래를 신고하면서 과거에 비해 통계상 수치가 많이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동물보호단체 등 전문가들은 2012년에 전년 대비 혼획 건수가 이례적으로 많이 늘었고, 지난해에도 전년에 비해 혼획 건수가 두드러지게 많이 늘었다는 점에서 혼획을 가장한 포획이 상당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포획 흔적을 남기지 않는 방식으로 고래 사냥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겁니다. 

우리나라는 국제포경위원회(IWC) 가입국입니다. 국제포경위원회는 포경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2년 우리나라는 연구를 위한 포경, 소위 과학포경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가 다른 국가들의 역풍을 맞고 포기하기도 했습니다. 불법 포획을 하다 적발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sbs.co.kr)
박원경 기자 (seagull@sbs.co.kr)
분석: 한창진·안혜민(인턴)
디자인/개발: 임송이

※ 마부작침(磨斧作針) :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뜻으로, 방대한 데이터와 정보 속에서 송곳 같은 팩트를 찾는 저널리즘을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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