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남성 A(53)씨는 지난해 초 잔뜩 화가 난 얼굴로 씩씩거리며 인천 강화경찰서를 찾았다.
투자금 2억2천여만원을 돌려받지 못했다며 인삼 씨앗 유통업자 B(68)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하려는 참이었다.
A씨는 이후 고소장을 접수했고 경찰에 출석해 조사도 받았다.
그는 경찰 수사관에게 "'국내산 인삼 씨앗을 대량으로 사서 팔면 많은 돈을 챙길 수 있다'는 B씨의 말을 믿고 투자했는데 투자금을 돌려주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은 계좌를 확인한 결과 A씨가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 2억여원이 그의 투자금이 아니라는 사실을 파악하고 '무혐의'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인천지검은 B씨를 피고소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는 과정에서 A씨가 자신의 돈이라고 주장한 2억2천만원 중 1억5천만원 가량이 중국인에게서 넘어온 사실을 확인했다.
B씨는 검찰 조사에서 "국내산 인삼 씨앗을 중국으로 보내주고 현지 업자로부터 위안화 현금으로 받아 A씨 계좌에 잠시 넣어뒀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해당 중국인도 국내로 불러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고, 같은 사실을 재차 확인했다.
검찰은 고소 사건을 무혐의로 종결하고 즉각 내사를 시작했다.
이들이 세관 당국에 정상적으로 수출신고까지 하고 중국으로 유통한 국내산 인삼 씨앗이 농촌진흥청의 국외반출승인을 받아야 하는 품목이라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를 어기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또 반출된 농산물은 전부 몰수 조치된다.
검찰은 농림축산식품부 소속 담당 공무원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한 결과 인삼 씨앗이 승인대상에 포함된 2012년 11월 이후 농축산식품부의 허가를 받아 해외로 나간 사례가 단 한 건도 없다는 내용도 파악했다.
조사결과 A씨는 B씨와 짜고 2013년 8월 국내산 인삼 씨앗 5천400㎏가량을 2차례 농림축산식품부의 승인 없이 중국으로 반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김포의 한 창고에서 국내산 인삼 씨앗을 말린 뒤 30㎏짜리 포대에 담아 항공편으로 중국 현지 업자들에게 전달했다.
그러나 관세청은 당시 인삼 씨앗이 농촌진흥청 고시에 따른 국외반출승인대상이라는 사실을 파악하지 못한 채 수출 허가를 해준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지검 형사2부(변창범 부장검사)는 최근 농수산생명자원의 보존·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A씨와 B씨 등 총 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 중에는 인삼 씨앗 수출신고 등 통관 업무를 대행해 주고 B씨로부터 1천600여만원을 받아 챙긴 모 관세법인 사무장(43)도 포함됐다.
검찰은 이들이 중국인 3명으로부터 5억4천만원을 받고 강원도 영월과 화천 등지에 있는 인삼재배 농가로부터 6t가량의 인삼 씨앗을 사들여 중국으로 무단 반출한 것으로 봤다.
그러나 확보된 증거를 통해 혐의가 드러난 인삼 씨앗 3t(1억8천만원 상당)을 이들의 범죄사실로 공소장에 기재해 재판에 넘겼다.
검찰 관계자는 3일 "인삼 씨앗은 보통 세관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보따리상을 통해 중국으로 밀반출되는 경우가 많다"면서도 "이번 사건은 수출신고 등 정식 통관절차를 거쳐 항공기로 반출됐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내 인삼 종자가 부족해 상대적으로 값이 싼 한국산 인삼 씨앗이 현지에서 인기"라며 "국산 종자로 중국에서 재배된 인삼이 역으로 밀수되면 국내 유통시장에 큰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연합뉴스)
제 발로 경찰 찾았다가 인삼씨앗 中 무단 반출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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