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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김연아 울린 피겨 익명 채점제 폐지되나?

[취재파일] 김연아 울린 피겨 익명 채점제 폐지되나?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은 오는 6월 6일부터 10일까지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니크에서 제56차 총회를 개최합니다. 지중해에 위치한 두브로브니크는 아름다운 경치를 갖고 있는 관광지로 유명한 곳입니다. 

이 총회에 참석하는 주요 인사들은 절경을 감상할 마음의 여유가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 ISU를 이끌고 갈 신임 회장과 집행위원, 각 종목별 기술위원을 모두 이 총회에서 선출하기 때문입니다.

ISU는 1994년부터 무려 22년 동안 오타비오 친콴타 현 회장 ‘1인 체제’로 운영돼 왔습니다. 이탈리아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 출신인 친콴타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까지 겸하며 막강한 권력을 행사했습니다.

이제 한 달 뒤면 친콴타의 뒤를 이을 새 회장이 선출됩니다. 지난 주 마감된 후보 명단을 보면 프랑스의 디디에 가이아게, 네덜란드의 얀 디케마, 헝가리의 조지 살락, 그리고 영국의 크리스토퍼 부캐넌 등 총 4명의 후보가 회장직에 도전장을 던졌습니다.  
이 가운데 가장 유력한 후보이자 맨 먼저 대권 도전 의사를 밝힌 인물이 올해 63살인 디디에 가이아게 프랑스 빙상연맹 회장입니다. 피겨 스케이팅 선수 출신인 그는 2002년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 스캔들에 연루된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당시 러시아 페어 선수들에게 점수를 더 많이 주라는 압력을 심판들에게 넣어 금메달을 따게 했는데, 나중에 이 사실이 발각돼 캐나다 선수들이 공동 금메달을 받는 황당한 일이 생겼습니다. 이 사건으로 그는 3년간 자격정지를 당하며 모든 공직에서 물러났습니다.

이번에 신임 회장 후보로 출마한 4명 가운데 가이아게는 누구보다 피겨 스케이팅을 잘 아는 인물입니다. 그가 내건 공약도 파격적입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게 자신이 당선되면 피겨 채점 제도를 현 익명제에서 실명제로 바꾸겠다는 것입니다. 지금은 점수가 나와도 어느 심판이 어느 선수에게 몇 점을 줬는지 알 수 없습니다. 앞으로는 심판 이름을 내걸고 점수를 매기게 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어느 심판이 어떻게 채점했는지가 만천하에 공개됩니다. 

지난 2014년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피겨 여왕’ 김연아 선수는 러시아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에 뒤져 2회 연속 우승에 실패했습니다. 김연아는 쇼트 프로그램에서 74.92점으로 소트니코바보다 0.28점 앞섰습니다. 그런데 프리 스케이팅에서 납득할 수 없는 점수가 나왔습니다. 김연아는 ‘클린 연기’를 펼치고도 144.19점에 그친 반면, 소트니코바는 한 차례 점프 실수를 하고도 이보다 5점 이상 많은 149.95점을 얻어 금메달을 차지했습니다.

전 세계 팬들이나 전문가들이 보기에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채점이었지만, 어느 심판이 소트니코바에게 얼마나 많은 점수를 퍼부어 줬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었습니다. 피겨 스케이팅의 채점은 심판의 고유 권한이기 때문에 나중에 ‘뇌물 수수’ 같은 결정적 증거나 자백이 나오지 않는 한 번복되기가 쉽지 않습니다. 피겨 심판들이 ‘익명제’라는 허점을 이용해 얼마든지 ‘점수 장난’을 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피겨 스케이팅의 내부 비리를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는 가이아게가 채점 실명제를 들고 나온 것은 투명한 채점으로 점차 시들어가는 피겨 스케이팅의 인기를 되살리겠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가이아게는 또 빙상 경기를 재미있는 이벤트로 만들겠다는 공약을 제시했습니다.

피겨는 물론, 스피드 스케이팅과 쇼트트랙 경기를 하나의 축제 형식으로 꾸며 청소년들의 관심을 이끌겠다는 복안입니다. 그는 선거 캐치 프레이즈로 '변화당하기 전에 변화해라(Change before you get Changed)'를 내걸었습니다. 이와 함께 TV 중계권료 인상, 스폰서 확대 등 활발한 마케팅을 통해 전 회원국에게 지급되는 지원금을 2배로 늘리겠다는 달콤한 청사진도 제시했습니다.  

가이아게를 견제할 만한 후보로는 현재 ISU 스피드스케이팅 부회장직을 맡고 있는 네덜란드의 얀 디케마, 헝가리 빙상연맹 사무총장인 조지 살락이 꼽히고 있습니다. 이번 ISU 총회에서는 신임 회장과 함께 10명의 집행위원과 각 종목 기술위원도 선출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김재열 현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이 스피드스케이팅 집행위원에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현재 출마한 후보는 모두 9명인데 이 가운데 5명의 집행위원이 선출됩니다. 만약 예상대로 김 회장이 당선되면 규정에 따라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직에서 물러나야 합니다. 이렇게 될 경우 신임회장 선거는 오는 9월에 열리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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