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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단독] 승진시켰다 강등시켰다…장난 친 대한체육회

[취재파일][단독] 승진시켰다 강등시켰다…장난 친 대한체육회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이하 국생체)를 하나로 합친 통합 대한체육회가 또다시 '코미디 인사'로 망신을 당하고 있습니다.

대한체육회는 지난해 11월 승진시킨 직원들을 4개월 만에 다시 강등시킨 것으로 SBS 취재결과 확인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문화체육관광부의 위세 앞에 쩔쩔 매는 대한체육회의 한심한 위상이 또 한 번 드러나 씁쓸한 뒷맛을 남기고 있습니다.     

대한체육회는 국생체와 통합이 한창 추진되던 지난해 11월 자체 인사 발령을 냈습니다. 한 예로 3급이던 직원은 2급으로, 4급이던 직원은 3급으로 승급시켰습니다. 인사권자는 당연히 대한체육회 김정행 회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승진의 기쁨도 잠시, 어제(25일) 4월 급여 명세표를 받아 본 간부급 직원들은 깜짝 놀랐습니다. 월급이 40만원 이상 줄어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직급도 원래대로 돌아갔습니다. 3급에서 2급으로 승진했던 직원은 다시 3급으로, 4급에서 3급으로 승진했던 직원은 다시 4급이 된 것입니다.

이들은 황당함을 넘어 극심한 좌절감을 느꼈습니다. 아무 잘못한 것이 없는데 4개월 만에 집단적으로 강등이 됐기 때문입니다. 더욱 이상한 것은 하위 직급이거나 보직이 없는 직원들은 아무 변동이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주로 고위 간부와 상급 직원들이 ‘강등’이라는 수모를 당했습니다. 왜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한 것일까요?      

대한체육회 고위 관계자와 노동조합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이렇습니다. “체육단체 통합을 추진하고 있던 지난해 6월 문화체육관광부가 통합 체육회 출범이 확정될 때까지 승진이나 승급 인사를 하지 말라고 대한체육회에 통보했다고 한다. 이 사실을 김정행 회장이 당시 알고 있었는지 여부는 확인이 안 된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김정행 회장은 직원들의 승진 인사 발령을 냈다. 이것이 문체부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것 같다. 이후 대한체육회는 통합을 앞둔 지난달에 승진 인사 취소를 요구 받았다. 쉽게 말해 ‘없던 일’로 하라는 것이었다. 대한체육회도 이 요구가 무리하다고 판단했지만, 예산권을 갖고 있는 문체부의 막강한 힘에 눌려 수용하고 말았다. 모든 것이 대한체육회의 힘이 부족해서 벌어진 일이다.”

어떤 법률이나 규정을 뒤져봐도 정부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가 대한체육회 일반 직원의 승진을 시켜라 하거나 반대로 승진시키지 말라고 할 권한이 전혀 없습니다. 한마디로 월권인 셈입니다.

그런데도 대한체육회는 그 요구를 수용해 자체 승진시킨 직원들을 4개월 만에 다시 자신들의 손으로 강등시키는 한심한 행태를 보였습니다. 억울하게 강등을 당한 직원들은 현재 법적 소송도 검토하고 있지만 그럴 경우 관리 감독 기관인 문체부에 밉보일까봐 고민하고 있습니다.

통합 대한체육회의 코미디 인사는 이번뿐만이 아닙니다. 출범 첫날인 지난달 21일에는 사무차장을 비롯한 주요 간부에 대한 인사 발령을 냈다가 하루 만에 취소하기도 했습니다. 백성일 현 평창조직위 경기국장을 대한체육회 사무차장으로 선임했다가 평창조직위가 강력히 반발하자 바로 취소해버린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주요 보직 간부의 자리가 하루 만에 뒤죽박죽 바뀌는 해프닝이 일어났습니다.

연이은 코미디 인사에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된 대한체육회 노동조합은 오늘(26일) 공식 성명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현 통합 대한체육회 수뇌부의 무책임하고 무능력한 행태를 낱낱이 고발한다고 합니다.

현재 대한체육회는 사분오열돼 있습니다. 통합 이전 대한체육회와 국생체 직원들의 직급이 통합 이후에도 제대로 조정되지 않아 첨예한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려운 공채 시험을 통과하고 15년을 근무한 대한체육회 직원이 경력이 그보다 못한 국생체 직원보다 서열이 낮아지게 되니 그 누가 불만을 품지 않겠습니까?

통합 대한체육회는 내일(27일) 서울 태릉선수촌에서 리우 올림픽 D-100일 ‘미디어 데이’ 행사를 펼칩니다. 김정행-강영중 두 공동 회장과 정몽규 한국선수단장, 주요 국가대표 선수와 지도자가 총출동해 출사표를 밝힐 예정입니다.

남미 대륙 최초의 리우 올림픽은 우리에게는 최악의 대회로 평가됩니다. 항공기로 24시간이나 걸리는 이동 거리와 낮과 밤이 정반대인 시차, 여기에 지카 바이러스 여파까지 겹쳐 메달 획득 전선에 난항이 예상됩니다. 똘똘 뭉쳐도 힘든 상황에서 직원들의 불만과 원성으로 만신창이가 된 대한체육회가 무슨 역할을 해낼지, 체육계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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