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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박성현과 3연승 합작한 '찰떡궁합' 캐디는 누구?

[취재파일] 박성현과 3연승 합작한 '찰떡궁합' 캐디는 누구?
-박성현,지난해만 캐디 6번 교체…새 캐디 장종학씨 만나고 올시즌 '3전 3승'
-홍순상·권명호·이정민 등과 호흡 맞췄던 10년 차 베테랑, "박성현은 인간적으로 감동을 주는 선수"

 
KLPGA투어 넥센 세인트나인 마스터즈 최종라운드에서 박성현은 우승을 확정 짓는 파퍼트에 성공하고 가장 먼저 캐디와 격렬하게 포옹하며 2주 연속 우승과 시즌 3승의 감격을 나눴습니다.

평소 우승 세리머니를 조용하고 얌전하게 해왔던 박성현이 주먹을 불끈 쥐고 캐디를 그렇게 끌어안는 모습은 종전에 볼 수 없었던 아주 낯설고도 신선한 장면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사연이 있었습니다.

박성현은 지난해 캐디를 6번이나 교체했습니다. 그러다가 7번째 만난 캐디가 지금의 장종학 씨입니다. 박성현은 새 캐디 장 씨와 올시즌 3전 전승, 승률 100%의 신화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박성현은 새 캐디에 대해 "정말 호흡이 잘 맞고 말씀 한 마디 한 마디로 제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시는 분"이라며 큰 만족감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박성현의 어머니도 "성현이가 새 캐디를 만나 후 정신적으로,심리적으로 안정을 찾았다. 경기가 잘 안 풀릴 때 스스럼없이 의논하고 의지할 수 있는 큰 오빠, 삼촌 같은 편한 느낌인 것 같다. 이런 안정감이 성현이에게는 아주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장종학 씨는 올해 41살로 캐디 경력 10년 차 베테랑입니다. 2006년 KPGA투어 홍순상 선수의 캐디로 시작해 2007년 X 캔버스 대회에서 그의 생애 첫 우승을 도왔고 이후 권명호 선수와 5년, KLPGA 투어의 이정민 선수와 3년간 호흡을 맞추며 경험을 쌓아왔습니다. 이정민 선수와는 2014년 2승(교촌 허니레이디스, YTN 볼빅여자오픈)을 합작했습니다.

2부 투어 시절부터 알고 지내온 박성현과는 지난해 8월 계약을 맺은 후 10월 인천 스카이72 골프장 오션코스에서 열린 미국 LPGA투어 하나외환챔피언십 공동 준우승을 합작했고, KLPGA투어 2016시즌 개막전인 현대차 중국여자오픈과 이번 달 삼천리 투게더오픈, 넥센 세인트나인 마스터즈까지 올시즌 출전한 KLPGA 3개 대회 우승컵을 모두 휩쓸며 그야말로 '찰떡호흡'을 과시했습니다.

"성현이와는 가족처럼 지냅니다. 성현이는 저를 친 오빠처럼 편하게 잘 따르고요. 저도 선수를 떠나 인간적으로 성현이를 참 좋아합니다. 성현이는 남에 대한 배려심이 아주 깊고 가끔 감동을 줘요. 제가 작년 12월 26일 오전 10시에 제주도에서 결혼식을 했는데 성현이가 예고도 없이 새벽 비행기를 타고 예식장에 나타난 거예요. 저와 와이프가 깜짝 놀랐어요.하객들에게 일일이 사인해주고 완전 감동이었죠. 그런 선수에게 어떻게 제가 인간적으로 잘 못할 수가 있겠습니까? 선수나 금전 관계 이런 걸 다 떠나서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주고 싶어요. 성현이도 그런 제 마음을 아는지 자기 속 마음을 털어놓고 아주 편하게 지내다 보니 골프 경기 중에도 긴장되는 상황이 생기면 대화를 통해서 풀고 있어요"
이번 대회 최종라운드 상황으로 잠깐 돌아가 보겠습니다.

17번 홀(파3)에서 김민선에게 2타 차로 쫓기던 박성현의 티샷이 오른쪽으로 밀려 워터해저드에 빠졌을 때 캐디 장 씨는 박성현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연장전 가면 되니까 편하게 쳐. 가볍게 올려서 투펏으로 가자"

"알았어요."

박성현의 짧은 대답이 돌아왔고, 1벌타 후 드롭 지역에서 친 그녀의 세 번째 샷은 홀 1미터에 붙어 '원펏' 보기로 막아내고 1타 차 선두를 지켰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 박성현이 부담스런 3m 오르막 파퍼트를 남겨두었을 때 캐디는 또 한번 한 마디의 말로 박성현의 긴장을 풀어주었습니다.

"못 넣어도 연장전 가서 이기면 되니까 편하게 쳐라. 오르막이니까 약하지 않게, 홀에서 25cm 지나가게 쭉 밀어!"

박성현이 고개를 끄덕인 뒤 속삭이듯 물었습니다. 

"오빠, 왼쪽 끝?"

캐디의 단호한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좋아~!"
1타 차 압박감 속에서 박성현은 까다로운 우승 퍼트를 기어이 집어 넣고 주먹을 불끈 쥐었습니다. 2주 연속 우승과 함께 3개 대회 승률 100%라는 자신의 새 기록에 대한 성취감이 어느 때보다 컸기에 세리머니가 이제까지와는 달리 격렬했노라고 박성현은 인정했습니다.

사실 박성현은 2주 전 삼천리 대회 때부터 감기 몸살에 시달렸습니다. 머리가 아프고 온몸의 마디 마디가 얻어 맞은 듯 쑤셨지만 감기약 대신 진통제로 버텼고 링거 주사를 맞아가면서 2주 연속 우승을 달성하는 투혼을 보여줬습니다.

캐디 장종학씨는 이번 넥센 세인트나인 대회 최종라운드 하루 전 저녁에 박성현과 주고 받은 문자 메시지를 소개했습니다.

"오빠, 내일 잘되면 좋겠지만 안되더라도 파이팅해요!" (박)
"그래, 우리 구호 외쳐보자. 빠샤! 빠샤! (장)
"빠샤~~~!" (박)

박성현은 여전히 '콜록콜록' 잔기침을 하면서도 괜찮냐고 물으면 지체 없이 "감기 끝물이라 아무 문제 없다"고 씩씩하게 대답합니다.
 
그녀는 휴식 없이 곧바로 이번 주 용인 써닝포인트 골프장에서 열리는 KG 이데일리 레이디스오픈에 출전해 3주 연속 우승과 시즌 4승에 도전합니다.

KLPGA투어의 역대 기록을 살펴보니 고 구옥희 프로가 1980년에 5개 대회에 나와 모두 우승하면서 승률 100%를 기록한 적이 있습니다. 한 시즌 대회가 5개 밖에 없던 시절의 기록이니 선수층이 두터워지고 대회 수가 크게 늘어난 지금의 박성현과 단순 비교할 수는 없겠지요?

박성현은 불과 1년 사이에 적수가 없을 만큼 KLPGA의 독보적인 강자로 자리 잡은 것 만은 확실합니다. 앞으로 그녀가 새로 써나갈 기록들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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