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월드리포트] 구마모토 지진 취재기 ① : 8일간 사진 일기로 보는 재해 취재

[월드리포트] 구마모토 지진 취재기 ① : 8일간 사진 일기로 보는 재해 취재
일본 남부 구마모토현에서 첫 강진이 발생한 지 12일이 지났습니다. 저는 지난 14일 밤 9시 26분 첫 강진이 발생하고, 그 다음날(15일) 지진 피해 현장에 투입됐습니다. 이후 8일간 현지 취재를 했는데요, 제가 8일간 겪은 경험들을 시청자분들과 나눠볼까 합니다. '재해 리포트는 이렇게 만들어진다' 정도가 되겠네요.

● 15일

15일 새벽 도쿄에서 출발할 당시 사실 1박 2일 정도로 끝날 단편적인 지진으로 생각했습니다. 출장 가방에는 입고 있는 걸 포함해 내의 두 벌, 양말 세 켤레 정도만 넣어갔습니다. SBS 점퍼와 안전모, 마이크, 휴대전화 보조 배터리 등을 챙겼습니다. 재해 현장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들입니다.

오전 후쿠오카 공항에 내렸습니다. 렌트카 업체에서 차를 빌렸습니다. 첫 지진의 최대 피해 지역인 '마시키마치'를 스마트폰 네비게이션에 찍었습니다. 후쿠오카부터 거리는 130km인데, 소요 시간은 4시간이 찍힙니다. 일본의 최신 네비게이션들은 통제 도로 구간을 실시간으로 반영해 주행 코스를 안내합니다. 아래는 네비게이션 화면입니다. 고속도로는 상당 부분 통제가 됐고, 국도도 통제 구간이 많았습니다.
15일 구마모토 도로 통제 상황

오후 3반 쯤 마시키마치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마을을 출입하는 왕복 2차선 도로는 주민 차량과 자위대, 경찰, 소방대 차량들로 완전히 막혀 있었습니다. 8시 뉴스 리포트를 하려면 기다릴 시간이 없습니다. 마시키마치 중심과는 3.1km 거리. 오후 4시, 결국 결단을 내렸습니다. 차를 길 옆 공터에 무작정 세운 뒤 3.1km를 뛰어서 마을로 들어갔습니다. 땀을 뻘뻘 흘리며 뛰어 들어간 마을은 처참했습니다.
15일 지진피해지 미사키마치
취재 시간이 없어 정말 뛰어다니며 촬영을 했습니다. 취재가 끝나자마자 다시 3km를 뛰어 차로 돌아온 뒤 구마모토 시내 호텔로 차를 몰았습니다. 오후 6시에 겨우 도착해 호텔 방에서 인터넷을 연결하고 기사와 취재 영상을 서울로 보냈습니다. 15일 8시 뉴스 리포트는 이렇게 나갔습니다. [클릭]

● 16일

15일 8시 뉴스 리포트가 끝난다고 쉴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다음날(16일) 아침 리포트도 만들어야 합니다. 카메라 스탭의 호텔 방에서 아침 리포트 기사와 영상을 편집해 서울로 송출했습니다.

그리고, 새벽 1시 반 제 방으로 돌아와 막 씻고 눈을 붙이려는 그 순간 두 번째 진도 7의 강진이 덮쳤습니다. 호텔 건물 전체가 흔들리면서 침대가 1미터 가까이 움직였습니다. 진동은 30초 이상 계속 됐습니다. 복도의 불은 꺼지고, 엘리베이터는 정지됐습니다. 정신없이 계단을 찾아 1층까지 내려갔습니다. 거리는 정전으로 암흑이었습니다.
16일 새벽 진도7 지진 직후 호텔 앞 거리
 
1층에 내려온 뒤에도 진도 5, 6의 여진이 왔습니다. 땅이 움직이고, 건물들이 삐거덕 대는 소리가 공포스러웠습니다. 1시간 정도 지나자 호텔에 불이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호텔 지배인은 방으로 돌아가는 것을 막았습니다. 추가 여진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호텔 로비에 손님들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아예 이불을 덮고 자는 분들까지 있습니다. 이 경험을 그대로 16일 리포트에 담았습니다. [클릭]
16일 새벽 취재진이 묵던 호텔 로비

14일 밤 3시간 잠을 자고, 15일 오전 구마모토 현지로 들어왔습니다. 15일 밤부터 16일 새벽까지도 잠을 자지 못했지만 16일 취재까지는 온 몸이 긴장해서 그런지 큰 피로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습니다. 단수와 가스 차단이 계속 되면서 모든 식당과 편의점이 문을 닫은 겁니다. 내의와 양말도 사기가 어려웠습니다. 호텔 방의 물도 떨어졌습니다. 호텔에서 아침에 나눠준 주먹밥 하나로 하루를 버텨야 했습니다. 물론 이재민들의 상황은 더욱 열악했습니다. 불평을 할 수가 없습니다.

● 17일

여진은 계속 됐습니다. 새벽 4, 5시 호텔 건물이 흔들리면 이후 다시 잠들기가 어려웠습니다. 현지에서 서로 안부를 물은 한국 기자들은 새벽 여진에 잠을 깨면 아예 주차장으로 내려와 차 안에서 잠을 청했다고 합니다. 저도 옷을 입고 잤고, 언제든지 뛰어나갈 수 있도록 짐을 거의 싸 놓고 잤습니다. 

매일 잠을 3, 4시간 정도만 자고, 낮에는 현장으로 나가는 생활이 계속 됐습니다. 지진 피해 지역 출입을 막는 통제 요원들에게 "취재 차량"이라고 말하고, 더욱 깊이 깊이 들어갑니다. 취재도 점차 위험해집니다. 아래 사진에 카메라 스탭은 어디에 있을까요?
미나미 아소 마을 지진산사태 현장
● 18일

취재 중 호텔과 렌트카도 계속 연장을 해야 합니다. 처음 예약을 1박 2일로 했기 때문입니다. 차량은 큰 문제가 없지만, 숙소는 연장이 쉽지 않습니다. 구마모토 시내에 일본 취재진은 물론 재해 복구 인력들도 대거 들어오면서 빈 방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결국 구마모토시에서 80km 떨어진 사가시 호텔로 이동합니다. 두 번째 지진 이후 통제된 도로가 더 많아져 현장을 오가려면 왕복 7시간은 잡아야 합니다. 더 큰 강진이 올 경우 도로가 끊어지고, 주유소도 파괴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기름도 채워 넣어야 합니다. 이미 현지 주민들이 문을 연 주유소마다 긴 줄을 섰습니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때와 비슷한 상황입니다.

그런데, 17일부터 일본 방송에도 조금씩 변화가 보입니다. 24시간 재난 방송을 했던 일본 방송들이 NHK를 제외하고는 예능 프로그램을 방송하기 시작한 겁니다. 위험 현장을 취재하는 기자들을 제외하고, 피난소를 취재하는 기자들의 경우 점차 안전모를 벗기 시작합니다. 아래 일본 닛테레 방송(NTV) 가운데 윗쪽 사진은 18일 피난소 중계, 아랫쪽은 19일 피난소 중계 화면입니다.
18일 일본 방송 화면(안전모 착용)
19일 일본 방송 화면(안전모 미착용)
 
19일 이후 이야기는 다음 편에 풀어봅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