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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똑같은 저공해차인데 혜택은 제각각?

[취재파일] 똑같은 저공해차인데 혜택은 제각각?
신차의 계절입니다. 자동차업계 취재를 담당하는 제가 두 달여 동안 받은 신차 발표회 안내 메일만 스무 개 가까이 됐습니다. 그 가운데 4분의 1 정도는 하이브리드카를 포함한 친환경 차량이었던 것으로 기억납니다.

저유가 시대지만 친환경 차량은 자동차 업계의 화두입니다. 유가란 것이 언제까지 낮게 유지될지 모를 일입니다. 지난해 폭스바겐 사태를 겪으면서 친환경 차량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습니다. 

친환경 차량도 예전과 확실히 달라졌습니다. 연비만 좋은 게 아닙니다. 디자인을 비롯해 운전하는 재미를 위한 성능 개선도 상당부분 이뤄졌습니다. 그리고 자동차 제조사들 입장에서도 엄격해지는 환경 규제에 맞추려면 친환경 차를 만들 수 밖에 없습니다.

제조사들은 신차를 발표하면서 성능과 각종 혜택을 강조합니다. 정부는 친환경차 소비자에게 구매 보조금과 함께 개별소비세와 취·등록세 등 세금 감경 혜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친환경차 산업을 미래 신산업으로 육성하고 국제적인 온실가스 감축 이슈에 대응하기 위한 것입니다.

하이브리드카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 전기차의 취·등록세는 140만 원 한도로 면제되며, 개별소비세도 최대 200만 원까지 깎아줍니다. 정부의 구입보조금도 있는데 하이브리드카가 100만 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는 500만 원, 전기차는 1,200만 원이 지원됩니다. 여기에 전기차는 지자체 지원금도 있습니다.

그리고 소소한 혜택이 또 있습니다. ‘저공해자동차’ 혜택입니다. 저공해자동차란 대기오염물질 배출이 없거나 일반 자동차보다 오염물질을 적게 배출하는 자동차를 말합니다. 저공해자동차는 오염물질 배출 정도에 따라 1종, 2종, 3종으로 구분됩니다. 전기자동차, 하이브리드 자동차 상당수가 저공해자동차에 해당됩니다.

친환경차 말고도 일부 가솔린과 디젤차로 인정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는 일산화탄소, 질소산화물, 탄화수소 등을 얼마나 적게 배출하느냐를 기준으로 하고 있기 때문인입니다. 성능이 개선된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단 대형 수입차량들이 저공해자동차로 지정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큰 문제가 됐던 폭스바겐 디젤 차량들도 한때 저공해자동차로 인증 받기도 했습니다.

여하튼 저공해자동차로 등록을 하면 주차장 할인, 혼잡 통행료 면제 등 혜택이 있습니다. 서울시를 보면, 1종, 2종 저공해자동차는 혼잡 구간 통행료가 면제되고, 3종은 50% 할인을 받습니다. 다만 디젤 차량은 대상은 아니라고 합니다. 또 공영주차장을 이용할 때는 50%, 지하철 환승 주차장은 이용 요금의 80%를 감면 받습니다. 인천시는 50%, 경기도는 지역에 따라 50~60% 감면됩니다.

그런데 아산에 사는 운전자로부터 제보를 받았습니다. 중고 하이브리드 차량을 구매했는데, 저공해 자동차 등록을 못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현재 저공해자동차로 인증 받을 수 있는 차종인데도 말입니다. 자초지종을 알아보니, 자동차 등록일이 문제였습니다.

이 하이브리드 차량이 처음 등록된 것은 2011년입니다. 그런데 아산의 경우는 2013년 5월 24일 이후 등록 차량만 가능했습니다. 관련법 개정이 그 때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반면, 수도권에서는 2005년부터 관련법이 시행됐기 때문에 서울에 살던 전 차주는 저공해자동차 혜택을 누렸다고 합니다. 문제를 제기했던 운전자는 “법 시행일이 있다고는 하지만 저공해자동차 제도라는 게 지역마다 차별적으로 적용되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일괄적으로 적용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습니다.

이런 차이는 등록일 뿐만이 아닙니다. 혜택이 지방자치단체마다 다르거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서울시 혼잡통행료는 경기도나 지방에서 등록한 하이브리드 또는 전기차는 면제를 받을 수 없습니다. 서울에 등록된 차량에 한해서만 제공되는 혜택이기 때문입니다. 수도권 이외 지역 가운데 공영주차장 할인 등을 시행하지 않는 지자체도 있고, 할인율 또한 다른 경우도 많습니다.

이는 저공해자동차 제도를 만든 곳은 환경부지만, 운영은 지자체가 하기 때문입니다. 제도를 도입할지, 혜택은 얼마나 할지를 지자체가 결정합니다. 지자체의 자체 판단과, 재정자립도에 따라 차이가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제도를 만든 곳과 운영하는 주체가 다르다 보니 저공해자동차 현황도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해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으로 문제가 된 폭스바겐 디젤 차량에 대해 전국적으로 얼마나 많은 차량이 저공해차량 스티커를 발급 받아 혜택을 받고 있는지 알아보려 했지만 ‘어렵다’라는 게 정부의 대답이었습니다. 환경부 관계자는 “현재는 지자체들이 각자 저공해자동차를 관리하고 있는데, 일부 지자체는 엑셀 같이 자체적으로 단순한 시스템으로 관리하고 있다. 저공해차량에 대한 자세한 사항을 알 수 있도록 만들어진 통합된 전산 시스템이 없다 보니 알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정부도 통일된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은 인정하고 있습니다만 운영은 지자체 소관이다 보니 어찌할 도리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합니다. 하지만 비싼 차 값과 상대적으로 적게 받는 중고차 값에도 불구하고 친환경 차를 선택해 타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지자체마다 제각각인 혜택을 쉽사리 받아들이기가 어렵습니다. 환경 보호를 위해 정부와 지자체 모두 나서야 되는 현 상황을 생각한다면, 어느 정도 동일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의 정비가 필요할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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