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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한국 아이스하키, 34년 만의 한일전 승리-사상 최고 성적 두 토끼 잡는다!

‘백지선호’의 도전…세계선수권 즐기기

[취재파일] 한국 아이스하키, 34년 만의 한일전 승리-사상 최고 성적 두 토끼 잡는다!
폴란드 세계선수권(디비전1 그룹A)에 출전한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내일(24일) 새벽 오스트리아와 첫 경기를 갖습니다.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역대 최다 6명의 귀화 선수를 앞세워 2013년에 기록한 성적(2승 3패)을 뛰어 넘는 역대 최고 성적(3승)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결코 만만한 상대가 없어(세계 랭킹으로는 우리나라가 최하위입니다) 매 경기 혈투가 예상됩니다.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한국 아이스하키의 현주소를 알아볼 수 있는 이번 대회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알고 보면 더욱 재미있는 관전 포인트를 짚어봅니다.
 
● 디비전1 그룹A는 뭔가요?

아이스하키는 캐나다와 미국, 스웨덴 등 전통의 강호들과 다른 팀들의 실력 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실력이 비슷한 팀들을 묶어 디비전과 그룹을 만들었습니다. 최강 16개국을 ‘톱 디비전’으로 묶고, 이후 ‘디비전1 그룹A’(D1A) 6팀 -> ‘디비전1 그룹B’(D1B) 6팀 -> ‘디비전2 그룹A’(D2A) 6팀 -> ‘디비전2 그룹B’(D2B) 6팀 -> ‘디비전3’(D3) 6팀까지 46개국이 6개의 그룹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말 그대로 실력이 비슷한 팀들끼리 싸우라는 얘깁니다.

세계 선수권도 이들 그룹별로 나뉘어 열리기 때문에 매년 6개의 세계선수권이 개최됩니다. 그렇다고 매년 같은 팀들끼리만 경쟁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톱 디비전의 세계선수권에서 최하위를 기록한 2팀은 강등돼 D1A로 떨어지고, D1A 세계선수권에서 1,2위를 차지한 팀이 톱 디비전으로 승격하게 됩니다. 다른 디비전과 그룹도 마찬가집니다. 우승팀은 승격되고 꼴찌팀은 강등되기 때문에 각 그룹마다 치열한 승격과 강등 경쟁이 펼쳐집니다. 우리 대표팀이 현재 속해 있는 D1A는 톱 디비전 바로 아래 단계로, 만약 우리가 이번 대회에서 2위 안에 든다면 내년에는 꿈의 무대인 톱 디비전에서 캐나다, 미국 등 세계 최강국들과 겨루게 되는 겁니다.

D1A 출전 국가
국가 세계 랭킹 올림픽 출전 횟수
슬로베니아 14위 1
오스트리아 16위 13
이탈리아 18위 9
일본 20위 8
폴란드 22위 13
대한민국 23위 0
아이스하키 슬로베니아 VS 오스트리아
● 슬로베니아-오스트리아, 세계적 강호 상대로 경쟁력 확인!

유고에서 분리돼 역사가 짧은 탓에 슬로베니아가 올림픽에 나선 것은 2014년 소치올림픽 때 단 한 번뿐입니다. 하지만 슬로베니아는 세계 최강 12팀만 출전하는 올림픽 첫 출전에서 연이어 승전고를 울리며 8강 진출까지 성공했습니다. 지난해 톱 디비전 세계선수권에서 예상 밖의 부진으로 강등됐지만, 객관적인 전력상 이번 D1A 대회의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입니다.

역시 지난해 톱 디비전에서 강등된 오스트리아는 올림픽에만 13차례 나선 전통의 강호로 지난 소치 올림픽에도 출전해 조별리그에서 북유럽의 복병 노르웨이를 꺾는 등 만만찮은 전력을 과시했습니다. 슬로베니아와 오스트리아는 톱 디비전과 올림픽 등 최고 무대에서도 실력을 과시한 팀들인 만큼 우리 대표팀은 이들과 맞대결을 통해 평창 올림픽 때 경쟁력을 가늠할 수 있을 전망입니다.

● 한일전 34년 한 푼다!

한국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1982년 세계선수권에서 일본과 첫 맞대결을 펼쳤습니다. 결과는 25대 0 대패... 이후 34년이 지나도록 우리 대표팀은 일본과 공식 경기에서 단 한 번도 이긴 적이 없습니다. 대표팀은 일본과 통산 전적 1무 19패로 밀리는데 그래도 최근에는 아쉬운 경기가 많았습니다. 2012년 열린 소치 올림픽 예선 때는 일본 원정 경기에서 투혼을 발휘했지만 3대 2 한 점 차로 졌고, 헝가리에서 열린 2013년 세계선수권 때도 역시 6대 5 한 점 차로 패했습니다.

그리고 가장 최근의 맞대결인 2014년 고양 세계선수권에서는 초반 긴장한 탓에 4골을 먼저 내줬다가 뒤늦게 따라붙었지만 끝내 4대 2로 무릎을 꿇었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우리 선수들이 가장 벼르고 있는 상대는 바로 일본으로, 한일전의 승리는 우리 대표팀의 가장 큰 목표 중 하나입니다. (현재 우리 대표팀은 일본의 실업팀들을 꺾고 아시아리그 통합 우승을 차지한 안양 한라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습니다. 아시아리그에서는 숱하게 일본팀들을 꺾어봤기 때문에 자신감은 충만합니다.)
 
● 필승 상대, 이탈리아와 폴란드

세계 18위 이탈리아와 22위 폴란드는 우리의 목표인 3승을 위해 반드시 꺾어야 할 상대입니다. 이탈리아는 우리처럼 미국과 캐나다 귀화 선수들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고, 폴란드는 홈 팀이라는 점이 껄끄럽기는 하지만, 우리 대표팀은 이탈리아를 상대로 2014년 유로 챌린지 대회에서 승리를 거둔 경험이 있고, 폴란드에게도 세계선수권과 유로 챌린지에서 이겼던 좋은 기억이 있습니다. 만약 대표팀이 이탈리아와 폴란드의 벽을 넘지 못한다면 D1B로 강등되는 아픔을 겪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백지선 감독, 박용수 코치
● ‘아이스하키의 히딩크’ 백지선-박용수의 마법 이어지나?

1991년과 1992년 NHL 피츠버그 펭귄스의 2년 연속 우승에 힘을 보탠 수비수와 NHL 통산 100골을 돌파하고 미국 국가대표팀 주장까지 지낸 공격수.. 현재 우리 대표팀 감독과 코치의 이력은 톱 디비전 국가들에 비해서도 전혀 밀릴 게 없습니다. NHL 최초의 한국계 선수인 캐나다 교포 지미 팩(Jimmy Paek), 백지선 감독은 2014년 대한 아이스하키 협회의 요청을 받자마자 달려와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습니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항상 “너의 뿌리는 한국이다.” 라는 것을 강조하셨다며, 한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어떻게든 힘을 보태겠다는 일념으로 도전에 나선 겁니다.

그리고 백지선 감독과 형, 동생처럼 지내던 미국 대표팀 출신의 박용수 코치(리차드 박(Richard Park))도 백 감독을 따라 한국을 찾았습니다. 한국에 오기 전까지 선수 생활을 하던 박 코치가 만약 한국을 찾지 않고 유럽 리그로 진출해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면 대표팀 코치 연봉보다 몇 배는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었지만, 평창 올림픽을 위해 모국에 봉사한다는 생각으로 한국행을 택한 겁니다. 세계 최고의 리그에서 최고의 커리어를 쌓은 이들은 대표팀에 와서 선수들의 정신 자세부터 바꾸는 데 주력했습니다. 패배주의에 젖은 선수들에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었고 대표 선수로서의 자긍심과 태극마크의 의미를 강조했습니다.

지저분하던 대표팀 라커룸부터 정돈하고 태극기를 걸어 놓았고, 선수들이 장비를 챙기고 짐을 싸는데 뺏기던 시간을 훈련에 쏟을 수 있도록 장비 정리 등은 지원 스태프에게 일임했습니다. 예전에는 출신 학교 등의 안배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던 대표 선수 선발도 오직 실력으로, 객관적으로 처리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백 감독과 박 코치의 부임 후 처음 나선 세계선수권(D1B)에서 대표팀은 정상에 올라 D1A로 승격했습니다. 결과를 떠나 네덜란드전이나 리투아니아전 등에서 보여준 대표팀의 경기력이 이전과는 차원이 달라 지켜보던 협회 관계자가 깜짝 놀라는 등 내용도 좋았습니다. NHL 출신 코칭 스태프의 매직이 이번에도 이어질 지 관심입니다. 
새로운 귀화 선수 리건(左) 달튼(右)
● 푸른 눈의 태극 전사들의 활약은?

6명의 귀화 선수들은 아시아리그에서 맹활약을 바탕으로 태극마크를 달았습니다. 한국에서 8년 이상 활약 중인 귀화선수 1호 브락 라던스키를 필두로 올 시즌 아시아리그 득점왕이자 MVP에 오른 마이크 테스트위드, 2년 연속 ‘포인트 왕’ 마이클 스위프트, 공격형 수비수 브라이언 영에 이어 맷 달튼과 에릭 리건이 새롭게 가세해 대표팀의 전력은 급상승했습니다. 새로운 귀화 선수이자 안양 한라의 수비수인 리건은 아시아리그에서 2년 연속 최우수 수비수에 뽑힐 정도로 탄탄한 수비력을 뽐내는 데다 올 시즌에는 역습 상황에서 만만찮은 공격력도 뽐냈습니다.

또 골리(골키퍼)인 맷 달튼은 아시아리그 플레이오프에서 93.98%의 세이브 성공률로 골문을 지켜 소속팀 안양 한라의 통합 우승과 플레이오프 MVP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절정의 기량을 과시했습니다. 새로운 역사에 도전하는 한국 아이스하키 대표팀에서 파란 눈의 태극 전사들이 어떤 활약을 펼칠지 지켜보는 것도 이번 대회의 보는 재미를 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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