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종일 / KDI 교수
제가 학생들한테 나름대로 지혜를 전한다고 하는 얘기는 운칠기삼 얘기예요. 왜 운칠기삼이냐, 우리가 고스톱 칠 때 하는 얘기인데, 중국에 옛날에 선비가 있었는데 평생 과거에 낙방해서 쫄딱 망했어요. 그래서 너무 억울해가지고 옥황상제를 찾아가서 항의를 한 거예요. 나보다 실력이 모자란 사람들도 잘만 붙는데 나는 어떻게 이렇게 번번이 떨어지느냐, 불공평하지 않느냐.
옥황상제가 재밌어요. 정의의 신과 운명의 신을 불러서 술 대결을 시킨 거예요. 정의의 신이 3잔을 마시고 술이 좀 약했나 봐요. 떨어지고 운명의 신은 7잔을 마셨죠. 그래서 운칠기삼이다. 세상은 원래 운명의 장난이 많이 작용하는 거다. 하지만 정의도 3할이 있지 않느냐, 그러니 너무 불평하지 말고 노력을 더 해 봐라 이런 얘기거든요. 제가 생각할 때 아마도 이런 이야기를 지어낸 것은 당시 사람들이 많은 어떤 직관적 경험과 관찰을 통해서 나름 통계적 추론이 아니었을까.
그건 옛날 중국 얘기고 현대사회는 어떨까? 우연히 읽었던 뉴타임지의 기사를 보고 이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된 건데요. 미국 학자들이 연구를 했어요. 온라인으로 상품을 출시해서 판매할 때 판매 전에 전문가들한테 여러 가지로 평가를 받아서 평가가 아주 높았던 상품들, 아주 형편없었던 상품들, 중간이었던 상품들, 어떤 상품들이 성공하는 가 봤더니 놀랍게도 거의 다 운이더라.
물론 평가가 좋았던 상품이 성공할 확률은 좀 더 많기는 하지만 그게 기사의 한 파트고 그러나 운으로 결정되는 것이 훨씬 더 많더라. 왜 그런 가 따져보니 처음 만난 최초의 몇몇 소비자들의 반응이 굉장히 중요한 거예요. 사람들이 거기에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에. 그 많은 부분은 운이 작용하잖아요? 그래서 제가 그렇구나, 운칠기삼이 여러 분야에서 맞구나 해서 관련된 여러 가지 과학적 자료들을 찾아봤더니 무엇보다 스포츠 분야에서 그런 거예요. 이변이 많이 있잖아요.
객관적 전략에서 훨씬 앞서는 팀인 것 같은데 이기기도 하고 사실 이변이 없고 랭킹대로 결과가 나온다 하면 무슨 재미가 있겠습니까. 종목에 따라서 축구나 야구는 이변이 많고 농구는 상대적으로 적고 이런 것들이 나오더라고요. 주식 투자에 관한 연구는 90%이상이, 심지어 98% 이상이 운이다 그런 연구결과가 많이 있고.
▷ 제정임 / 진행자
그런 얘기도 많이 들었죠.
▶ 유종일 / KDI 교수
간단한 사례를 하나 들면 캐나다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게 아이스하키인데 아이스하키의 프로 선수가 되면 최고 아닙니까? 그 선수들의 생일을 봤더니 너무 묘하게 1,2,3월에 집중되어 있는 거예요. 이건 확률적으로 봤을 때 말이 안 되는 거거든요. 그래서 왜 그런가 곰곰이 따져봤더니 아이들도 어렸을 때부터 5~6살 때부터 스틱 잡고 아이스하키를 시작하는 거예요. 그러니 그때는 몇 달이라도 신체 조건이 훨씬 낫거든요. 그러니까 1월생부터 12월까지 끊어서 하는데 대부분 그 중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애들은 1,2,3월생들인 거예요.
그러다보니까 얘네들이 지역 대표로 뽑히고, 학교 대표로 뽑히고 하면서 합숙훈련도 가고 많은 기회가 주어지고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것이 거기 나오는 거예요. 누구나 1만 시간 한다고 되는 게 아니고 그렇게 기회를 받은 사람들이 계속해서 1만 시간에 투자를 하게 되고 최고의 전문가가 되고 그렇게 한다고 해서 사실은 행운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얘기를 하거든요.
제가 이 말을 왜 하냐면 정말 중요한 교훈이 있다는 겁니다. 제가 학생들에게 얘기하듯이 첫째, 잘 나갈 때 뭐라 그랬죠? 내가 잘나서 내가 열심히 했기 때문에만 잘 나가는 건 아니다, 많은 부분이 내가 운이 좋아서 혜택을 받은 것이다. 자만하지 말고 감사하고 겸손해야 한다. 그리고 나눌 줄 알았으면 좋겠다. 우리 사회를 보면 잘 나가는 분들, 재산이 많고 권력을 가진 분들이 이런 자세가 좀 아쉬운 것 같아요. 돈 있는 사람들의 온갖 갑질, 횡포 이런 뉴스가 끊임없이 나오잖습니까?
가진 사람들이 좀 겸손해지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나눌 줄 알고 그것이 노블리스 오블리주다. 권력을 가진 사람들, 자기가 잘나서 권력을 누리고 행사하는 게 아니거든요. 국민한테 위임받은 거예요. 그래서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항상 국민들을 섬기고 그런 사명에 헌신하는 그런 자세가 되어야겠다.
☞ '제정임의 문답쇼 힘' 유종일 KDI 교수편 다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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