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옷값폭탄' 의류회사와 7년 싸움 점주 "재판기회 달라"

'옷값폭탄' 의류회사와 7년 싸움 점주 "재판기회 달라"
"옷을 받은 사람도, 입고된 증거도, 옷을 보냈다는 증빙도 없는데, 받지도 않은 옷값 4천800여만원을 물어내라니요. 이런 판결에 어떻게 승복할 수 있습니까?"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간 안산의 N 백화점에서 의류매장 점주 겸 매니저로 일했던 박경애(54) 씨는 매장에 옷을 납품하던 D의류회사와의 민사소송에서 3심까지 졌고,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법에 호소하기 위해 최근 고등법원에 재정신청을 냈다.

2014년 9월 민사소송 1심에서 패소한 뒤 의류회사를 '소송 사기'로 고소한 형사사건을 정식으로 기소해 달라고 법원에 요청한 것이다.

박 씨는 21일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라도 할 것"이라며 지난 7년간 벌어진 긴 이야기를 풀어놨다.

그가 안산의 N 백화점 의류매장에 입점해 점주 겸 판매원으로 일을 시작한건 2009년 9월.

회사와의 분쟁은 몇달 뒤인 2010년 초 D사가 박 씨에게 옷 297점, 669만여원 상당의 물품이 없어졌다는 내용의 '로스확인서'를 보내면서 비롯됐다.

박 씨는 즉각 재고 실사를 요청했지만 회사 측은 박 씨가 2013년 3월 매장 일을 그만둘 때까지 실사에 응하지 않았다.

실사 문제로 회사와 옥신각신 하는 중에 회사 측은 박 씨 몰래 매장의 전산 자료를 모두 삭제하기도 했다.

그런 상태로 3년여의 시간이 흘렀고 박 씨가 매장일을 그만 두고 정산을 요청하자 D사는 없어진 물품 대금 4천800여만원을 물어낼 것을 요구했다.

박 씨가 매장 일을 시작하기 전, 두 달 동안 매니저 없이 매장이 사실상 방치돼 있던 기간에 그 액수에 해당하는 옷을 보냈다는 것이었다.

입점할 때 회사에 낸 보증금 1천만원과 매니저 수당 등 받아야 할 돈이 1천300여만원이나 됐지만, 회사 측은 이 돈을 내주지 않았다.

박 씨는 "2013년 5월 경 정산을 위해 본사를 방문했을 때, 회사 관계자들이 카드 할부로 낼 수 있도록 해 주겠다고 회유했다"며 "회사 관계자가 '다른 매니저들도 다 그렇게 돈을 갚고 있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더 놀랐다"고 말했다.

박 씨는 이때부터 회사가 약자를 상대로 사기를 친다고 믿게 됐다.

몇 달이 지난 어느 날 박 씨에게 회사 측이 제기한 민·형사 소송 관련 서류가 날아왔고, 이후 약 6개월 동안 힘든 조사를 받은 끝에 형사 건에 대해서는 2013년 9월 17일 수원지방검찰청으로부터 무혐의 판결을 받았다.

그는 민사소송도 당연히 이길 줄 알았다.

회사 측 출고 담당자가 경찰 조사에서 "물건을 보낸 기억이 없다"고 답변하는 등 박 씨가 횡령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었다.

D사는 물품을 보내올 때 늘 이용하는 H 택배회사의 물품 송달 내역서도 제출하지 않았다.

그런데 서울 남부지방법원에서 진행된 민사소송에서 회사 측은 2013년 11월 19일 출력한 '매장 일자별 전표현황'를 제출하며, 박 씨의 횡령 혐의를 계속 주장했다.

이 자료의 '대상 기간'인 2009년 7월 27일부터 그 해 9월 14일까지는 전 매니저가 D사와의 합의 하에 매장 일을 그만두고, 박 씨가 입점하기 전까지 약 두 달간이었다.

점주없이 매장이 비어있던 기간에 1천486점의 의류가 입고됐다고 회사 측은 주장한 것이다.

박 씨가 보기에는 분명 조작된 자료임에 틀림없었고, 회사 측은 이 전산자료 외에 의류 납품에 관한 어떤 증거도 제시하지 못했지만 결국 1심에서 지고 말았다.

그래서 그는 회사가 법원을 기망한 사실을 들어 회사를 소송사기로 형사 고소했지만 지난해 10월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고, 거의 자동적으로 2심도 패소했고, 대법원 항소는 기각됐다.

이후 박 씨는 자신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사기 건에 대한 항고와 재항고 절차를 거쳐 재정신청을 하기에 이른 것이다.

법무법인 광교 관계자는 "회사 측이 옷을 보냈다는 기간은 박 씨가 매니저 계약을 체결하기 전이고, 그 전에 매니저로 일한 J씨가 회사 측과 협의 하에 매장 일을 그만 둔 뒤였다"며 "매장 주인과 매니저가 없는 기간에 물건을 보냈다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광교 관계자는 또 "박 씨가 확보한 자료만으로도 회사 측이 물건을 보냈다는 주장을 충분히 반박할 수 있었다"면서 "그러나 박 씨가 회사 측이 제기한 민사소송 중에 형사소송을 제기하고, 두 건 모두 변호사 없이 혼자 서류를 작성해 제출하는 등 경찰과 검찰의 사건 처리 과정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것 같다"고 밝혔다.

박 씨가 형사 고소한 D사 및 관계회사 임직원 여섯 명 중 한 명인 K 상무는 "이미 대법원까지 갔던 사건이고, 회사 측에서 충분히 소명 자료를 낸 바 있다"며 "고등법원이 박씨의 재정신청을 받아들여 재판이 다시 열릴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평촌의 N 백화점에서 2009년부터 2010년 사이 약 1년간 역시 D사 의류를 납품받아 매장을 운영하던 J씨도 "매장을 접은 뒤 의류 1천여점이 없어졌다는 회사의 주장에 따라 1천만원 가량을 물어내야 했고, 계약금 500만원도 돌려받지 못했다"며 "D사가 악의적으로 매니저들을 갈취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댓글

    방금 달린 댓글
    댓글 작성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300

    댓글 ∙ 답글 수 0
    • 최신순
    • 공감순
    • 비공감순
    매너봇 이미지
    매너봇이 작동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