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신'으로 불리는 김성근 감독은 1942년 12월에 태어났습니다. 올해 74살입니다. 현역 지도자 가운데 국내 최고령인 것은 물론 현재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야구를 통틀어 가장 나이가 많은 감독입니다.
전임 김응용 감독은 74살에 그라운드를 떠났습니다. 2013년 시즌부터 한화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은 2014년 시즌을 끝으로 은퇴했습니다. 이유는 성적 부진이었습니다.
김응용 감독은 호적상 1941년 9월 생으로 돼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1940년 3월(음력)이어서 74살에 물러났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전무후무한 한국시리즈 10회 우승에 빛나는 천하의 김응룡 감독도 74살에 야구 인생을 사실상 마감한 것입니다.
공교롭게도 일본 프로야구의 최고 명장인 노무라 가쓰야 감독도 74살이던 2009년에 그라운드와 작별했습니다. 82년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 프로야구에서 노무라 감독은 선수와 지도자로 전설적인 기록을 남긴 인물로 유명합니다.
먼저 선수로는 총 3,017경기에 출전해 600홈런을 돌파하며 MVP를 다섯 차례나 차지했습니다. 지도자로 변신한 뒤에는 이른바 'ID 야구'라는 현미경 야구 스타일을 내세워 야쿠르트와 한신, 라쿠텐을 거치며 모두 1,565승을 거뒀습니다. 하지만 일본 야구가 낳은 최고 인물 노무라도 74살이란 벽에 걸렸습니다.
메이저리그에서 나이가 가장 많았던 감독은 '전설의 명장' 코니 맥입니다. 맥 감독은 피츠버그 파이리츠를 거쳐 1901년부터 1950년까지 무려 50년 동안 필라델피아 애슬레틱스 지휘봉을 잡다가 87살의 나이로 은퇴를 했습니다. 코니 맥 감독은 메이저리그 통산 최다승인 3,731승을 쌓았습니다.
코니 맥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10년 전만 해도 일본은 물론 메이저리그에서도 60살이 넘은 노장 감독들이 즐비했습니다. 뉴욕 양키스의 조 토레,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토니 라 루사, 70대 고령이었던 플로리다 말린스의 잭 매키언 등 하나같이 쟁쟁한 지도자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추세가 바뀌어 노장 감독들이 점점 자취를 감췄습니다.
국내 프로야구에서도 '젊은 피'가 대거 나와 40대와 50대의 젊은 감독들로 채워지기 시작했습니다. 74살에 직접 '펑고'를 하는 김성근 감독은 아주 예외적인 경우가 된 것입니다. 지난 시즌부터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은 특유의 '지옥 훈련'을 통해 선수들에게 근성을 불러일으키며 한화를 최고 인기 구단으로 만들었습니다.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야신' 김성근 감독이 아시아 지도자들에게 일종의 징크스가 되고 있는 '74살'이란 벽에 주저앉을지, 아니면 특유의 승부사 기질로 난관을 돌파할 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