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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실세' 왕자가 산유국 합의 무산시킨 사정은

새벽에 전화로 대표단에 철수명령…"석유정책보다 정치 우선시"

사우디 '실세' 왕자가 산유국 합의 무산시킨 사정은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산유국 회의가 생산량 동결 합의 없이 끝나자 모하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자의 막강한 영향력이 관심을 받고 있다.

살만 국왕의 총애를 받는 아들로 왕위 계승 서열 2위인 그는 도하에서 회의가 시작되기 몇 시간 전인 지난 17일(이하 현지시간) 오전 3시에 사우디 대표단에 전화해 철수를 명령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8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대표단은 결국 남았지만, 회담은 사실상 끝난 것이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날 회의에는 전 세계 원유 생산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18개국의 대표단이 모였다.

다른 나라 대표들은 사우디가 생산량 동결에 합의할 준비가 된 줄 알았다고 말했다.

회의 참석자들이 회람한 합의안 초안에는 사우디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석자는 "거의 모두가 한 시간이면 합의안이 타결될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고 말했다.

사우디의 가까운 동맹국인 쿠웨이트조차 이날 오전 합의에 대해 "낙관적"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내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말이 퍼졌다.

사우디와 러시아, 카타르, 베네수엘라 등 지난 2월에 처음으로 생산량 동결을 지지했던 핵심 그룹이 따로 모여 협상을 벌였다.

사우디 대표단은 초안 변경을 밀어붙였다.

오후가 되자 합의 불발의 위기감이 높아졌다.

핵심 열쇠인 이란이 불참한 회의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내놓기는 힘들었다.

한 참석자는 "심지어 회의가 끝나기 전에 떠나버린 사람들도 있다"면서 "논의가 계속 돌고 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회의는 오후 8시에야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났다.

모하마드 왕자는 회의 전날 보도된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이란을 포함한 모든 산유국이 동참하지 않으면 산유량을 동결할 뜻이 없다는 뜻을 재차 강조한 바 있다.

사우디의 걸프 지역 동맹국들조차 사우디가 산유량을 경제제재 이전 수준으로 늘리겠다는 이란의 입장을 잘 알면서도 회의를 연 이유를 모르겠다며 짜증을 냈다.

걸프 이외 지역 국가의 한 참석자는 "내 생각에 순전히 정치적인 것이었다"면서 "어떻게 토요일에는 모든 것에 합의했다가 일요일에는 모든 것을 뒤집을 수 있나"고 말했다.

석유업계에서는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향해가는 것처럼 보이는 시점에서 모하마드 왕자가 사우디의 시장 점유율 유지 정책을 다른 차원으로 시도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페트로매트릭스의 애널리스트 올리비에 제이컵은 "도하 회의의 주된 결론 가운데 하나는 사우디 정권이 매우 예상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FT는 점점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모하마드 빈살만 왕자가 외국인들에게는 이름의 이니셜을 딴 'MbS'로 불린다면서 그가 가격에 바탕을 둔 석유정책보다 정치를 우선시한다고 지적했다.

걸프에서 라이벌인 이란을 상대하는 것이 정치적 우선순위라는 것이다.

한편 사우디 경제개발위원장을 맡은 모하마드 왕자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사우디가 시행한 보조금 삭감이 시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우디 정부가 보조금에 의존한 저소득층과 중산층에 현금을 지급하는 시스템을 고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적인 전기료가 1천리얄인데 50리얄만 내왔다고 가정할 때 정부는 1천리얄을 지급하고 전기료를 올린다"면서 "소비자는 1천리얄을 전기료로 내든가 전기 사용을 줄이고 다른 곳에 돈을 쓰는 2가지 선택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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