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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법원 이민개혁 찬반 팽팽…오바마 행정명령 중단 위기

6월말 '4대4 동수판결시' 하급심 준용해 시행 전면 중단

불법 이민자 추방 유예를 골자로 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이민개혁 행정명령'이 전면 중단될 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18일(현지시간) 실시한 첫 90분간의 구두 변론에서 찬반양론이 진보와 보수의 구성비율대로 4대4로 팽팽하게 갈린 데 따른 것이다.

'보수파의 거두'로 불려온 앤터닌 스캘리아 전 대법관의 급작스러운 사망 이후 대법관의 이념적 구성이 4대4로 양분된 상황에서 만약 최종적으로 동수판결이 날 경우 하급심이 그대로 적용되는 원칙에 따라 이민개혁 행정명령은 전면 중단될 수밖에 없게 된다.

이날 첫 구두변론에서 보수 성향의 대법관들은 원고 측인 텍사스 주(州) 정부를, 진보 성향의 대법관들은 오바마 행정부를 각각 두둔했다.

보수 성향의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은 "이민자 그룹 중 누가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느냐를 결정하는 것은 입법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이지 행정명령을 통해 푸는 과제가 아니다"면서 "지금은 마치 대통령이 정책을 규정하고 의회가 이를 집행하는 식으로 돼 있는데 이는 거꾸로 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는 이민개혁 행정명령은 오바마 대통령의 권한남용이자 불법체류자들을 대사면 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원고 측의 주장에 힘을 싣는 것이다.

또 보수 진영에 속하면서도 그동안 5대4로 보수우위 구도의 대법원에서 캐스팅보트를 행사하며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와 동성결혼 합법화처럼 잇단 진보적 판결을 끌어냈던 존 로버츠 대법원장 역시 오바마 행정부 대신 공화당 주 정부의 손을 들어주는 분위기다.

소송을 주도하는 텍사스 주 정부 측은 이날 변론에서 "불법체류자들에게 운전면허증을 발급하면 수백만 달러(수십억 원)의 비용이 추가로 드는 것을 비롯해 건강보험, 교육 등 여러 분야에서 막대한 재정부담이 예상된다"고 주장했으며, 이에 대해 로버츠 대법원장은 "텍사스 주 정부가 운전면허증을 발급하지 않으면 연방정부로부터 소송을 당할 텐데 그렇다고 주 정부가 운전면허 정책과 관련해 연방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없는 처지이고 이는 정말로 난감한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첫 히스패닉계 대법관이자 쿠바계 후손인 진보 진영의 소니아 소토마요르는 이번 행정명령은 대통령의 합법적인 권한일 뿐 아니라 미국의 무너진 이민정책을 손질하는 것은 물론 미국 경제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오바마 행정부의 주장을 지지했다.

소토마요르는 "연방정부를 상대로 한 이번 텍사스 주 정부의 소송이 받아들여진다면 앞으로 다른 주 정부가 자신들이 반대하는 연방정부의 여러 규제와 관련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빗장을 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법원이 오는 6월 말 최종 판결을 내릴 예정인 가운데 지금처럼 4대4의 찬반 흐름이 그대로 반영된다면 이행 중단을 명령한 하급심에 따라 이민개혁 행정명령은 시행이 중단되게 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앞서 2014년 11월 470만 명의 불법 이민자에 대한 추방을 유예하는 것을 골자로 한 이민개혁 행정명령을 발동했고, 이에 맞서 텍사스 주(州)를 비롯한 공화당이 장악한 22개 주 정부는 대통령 권한 남용이라며 이민개혁 행정명령의 중단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지난해 2월 텍사스 주 연방지방법원이 이민개혁 행정명령 이행의 일시 중단을 명령한 데 이어 같은 해 5월 제2 연방 순회항소법원 역시 1심 판결의 손을 들어준 상태다.

이번 판결은 현재 진행 중인 미 대선판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합법 결정 시 민주당 후보 진영에, 위법 판결 시 공화당 후보 진영에 각각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이민개혁에 대해 민주당 유력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찬성, 공화당 선두주자인 도널드 트럼프는 반대 입장을 각각 취하고 있다.

한편, 이날 대법원의 첫 심리가 진행되는 동안 건물 밖에서는 이민개혁 행정명령 지지자 수백 명이 모여 '가족들을 함께 살게 하자'는 등의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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