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A씨는 감정을 정리하기로 하고 자신의 애인을 고소했습니다. 알고 보니 남자친구는 유부남이었고, 자신과 비슷한 수법으로 피해를 입은 여성들도 더 있었습니다.
● M&A 회사 대표라더니…
A씨가 42살 김 모 씨를 처음 만난 건 지난 2014년 4월이었습니다. 스마트폰 소개팅 어플리케이션이 둘을 맺어줬습니다. 김 씨는 자신을 M&A(인수·합병)회사 사장이라고 소개했습니다. 김 씨는 늘 BMW와 벤츠 같은 고급 승용차를 몰고 나오며 재력을 과시했습니다.
조선족인 A씨는 10년 넘는 외로운 타국 생활에 많이 지쳐있었다고 합니다. 멀끔한 외모와 다정다감한 성격, 게다가 전문직에 종사하는 김 씨에게 호감을 느낀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겠죠. 둘은 금세 가까워졌고 연인사이로 발전했습니다. 자연스럽게 결혼도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연애를 시작한지 2년 가까이 되었을 무렵부터 이상한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어느 날, A씨에게 법원의 국제금융처리과 직원이란 사람이 전화를 걸어 왔습니다. 김 씨의 벌금을 내라는 전화였습니다.
김 씨의 회사 직원이란 사람으로부터도 연락이 왔습니다. "사장님의 휴대전화 요금이 납부되지 않아 통화를 할 수 없으니 대신 돈을 내달라"는 부탁이었습니다. 두 사람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만 해도 수십 통에 달했습니다. A씨는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한국은 이런 일도 있구나"라고 생각해 돈을 줬습니다. 물론 사랑하는 사이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비슷한 시기, 김 씨도 여러 가지 이유를 대며 돈을 받아갔습니다. 회사 법인카드를 잃어버렸다며 50만 원을 빌려달라고 한 것을 시작으로 "거래처에 수수료를 내야 한다", "회사 돈이 국고로 들어가지 않으려면 벌금을 내야한다"며 돈을 요구했습니다. 적게는 몇 십 만원, 많게는 수 백 만원이 계속 건네졌습니다.
그렇게 돈을 받아가는 횟수는 점점 늘어났습니다. A씨가 확인해보니 김 씨는 모두 143번에 걸쳐 6천4백만 원을 받아갔다고 합니다. 결국 A씨는 자신이 사랑을 받은 게 아니라 사기를 당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길로 곧장 경찰서로 향했습니다.
김 씨의 실체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낱낱이 드러났습니다. 우선 M&A 회사 사장이 아니었습니다. 김 씨는 외국인을 상대로 운전을 하는 일을 해왔습니다. 당연히 A씨와의 관계도 사기였습니다. 비슷한 전과도 있었습니다.
김 씨는 서류상으로 이혼한 전력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경찰이 집을 찾았을 땐 이혼한 것으로 되어 있는 전 부인과 함께 살고 있었다고 합니다. 자녀도 있었습니다. 김 씨는 A씨로부터 챙긴 돈을 대부분 생활비로 썼다고 진술했습니다.
김 씨는 A씨가 한국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는 점을 노려 법원과 회사 직원인 것처럼 '1인 3역'을 했다고도 말했습니다. 목젖을 누르거나 한쪽 콧구멍을 막고 말하는 것만으로 A씨가 쉽게 속았다는 겁니다. A씨는 김 씨가 이런 식으로 자신을 속인 데 대해 큰 배신감을 느꼈다고 합니다.
이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김 씨가 A씨 말고도 다른 여성들로부터 돈을 받은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김 씨는 결국 사기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경찰은 김 씨가 다른 여성들을 상대로 벌인 범행에 대해서도 조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김 씨는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요. 단순 비교는 불가능하겠지만 변호사를 사칭해 사귄 여성의 카드로 2천만 원을 쓴 한 유부남은 최근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 받았습니다. 김 씨가 쓴 돈의 1/3 수준 밖에 안됩니다.
당시 재판부는 "금액도 금액이지만, 사랑을 미끼로 여성들에게 접근해 금품을 편취한 것은 죄질이 불량하다"고 밝혔습니다. A씨를 울린 김 씨도 같은 취지의 판결을 피하긴 어려워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