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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형의 사소하게] '표창원 뽀뽀 동영상'…인용에도 마지노선이 있다

4.13 총선 다음날.

SBS '비디오머그'팀은 총선 결과에 대한 여야 각 당의 공식 반응이 들어오는대로 영상으로 제작하려고 준비 중이었다. 아침 미팅에서 새벽에 들어온 영상을 검토하던 중 더민주당 표창원 당선인 사무실에서 일어난 작은 에피소드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딱딱한 뉴스 영상 사이에서 잠깐 숨돌리고 넘어갈 틈을 채울 흥미로운 아이템이 되겠다 싶었다. 딱 거기까지였다. 애초 우리가 바랐던 것은.

표창원 당선인이 당선 축하 꽃다발을 받은 뒤 지지자들과 차례로 진한 포옹을 나눈 뒤에야 진짜 부인이 나타났고, 두 사람이 애교 섞인 몸짓을 주고 받고는 지지자들의 요구로 가벼운 입맞춤까지 나누는 장면이었다. 비디오머그 특유의 유머와 위트로 풀어낸 이 동영상이 이렇게까지 화제가 될지 당시에는 몰랐다.   

비디오머그가 14일 오후에 SBS뉴스 홈페이지와 페이스북 계정, 네이버·다음의 비디오머그 페이지에 이 동영상을 업로드한 뒤 대충 검색해봐도 10개의 미디어가 이 영상을 가지고 기사를 썼다.

▶ 위키트리(14일) '당선 확정된 뒤 아내와 입맞춤하는 표창원 영상'
▶ 한겨레(15일) '표창원, 부인과 ‘격정 키스’ 영상 화제'
▶ 디스패치(15일) “역대급, 당선 세리모니”…표창원, 아내와 격정 키스(영상)
▶ 아시아경제(15일) '표창원, 당선 확정 직후 '박력 넘치는 키스' 나눈 이 사람은 누구?' 
▶ 국민일보(16일) 표창원 '격정 키스' 조응천 '겸손 인사' 화제의 당선 이벤트
▶ 서울신문(17일) 표창원 키스 영상 화제 “당선, 로맨틱, 성공적”  

등등...

이 가운데 아시아경제와 헤럴드경제, 위키트리 등을 빼면 대부분 비디오머그 화면을 캡처해서 2컷 이상 활용했다. 이투데이와 국민일보가 3컷씩 사용했고, 한겨레는 큼지막하게 4컷, 브릿지경제란 미디어에서는 '1컷뉴스'라는 제목으로 4컷을 한 장으로 편집해 사용했다. 'SBS 비디오머그 영상 캡처'라고 조그맣게 귀퉁이에 출처를 밝히긴 했지만 이쯤 되면 단순한 '인용'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다.
국민일보 인터넷 화면 캡처 (심지어 출처도 밝히지 않음)
국민일보와 헤럴드경제는 심지어 캡처한 화면에서 화면 좌상단에 붙어있는 '비디오머그'란 브랜드 로고를 임의로 잘라서 '디오머그'를 만들어놓기도 했다. 자신들이 만든 콘텐츠가 아니라서 자존심이 상한다면 아예 기사를 안 쓰면 되지 멋대로 남의 브랜드를 재단-그야말로 재단이다-하는 것은 도대체 어디서 배운 상도의(商道義)일까? 

가장 아쉬운 '언론사' 는 한겨레다. 한겨레는 '캡처'도 우리 말로 바꿔 '갈무리'라고 할 정도로 표현 하나 하나도 세심하게 신경쓰고, 평소 우리 사회의 약자와 정의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 온 언론사다. 그런 노력이 이 건에서도 있었어야 했다. 하지만 비디오머그를 인용한 이 기사는 그렇지 못했다. 기사는 겨우 세 문장 쓰고-그마저 한 문장은 '누리꾼들은...반응을 보였다'이다- 전체 기사의 3/4을 비디오머그 화면 '갈무리'로 마감했다. 나아가 한겨레 페이스북 계정에서는 비디오머그의 이 동영상을 '갈무리'해 허락은커녕 통보도 없이 10여초의 GIF파일로 변환한 콘텐츠를 업로드했다.
한겨레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화면
비디오머그는 많은 언론사와 미디어들이 비디오머그의 콘텐츠를 주목해준 데해 기쁘게 생각한다. 일부이긴 하지만 친절하게 링크를 걸어주거나(그 중에는 한겨레도 있다) SBS쪽 뷰어를 임베드해서 SBS와 비디오머그 계정으로 방문자를 유도해준 것도 고맙게 생각한다.

그러나 표창원 당선인 '뽀뽀 동영상'이 이렇게까지 주목을 받을 만한 사안인지는 잘 모르겠다. 또 몇 번이고 재생산(사실상의 내용 차이 없이)해야할 만큼 중요한 뉴스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더구나 기사 '어뷰징'을 본업으로 살아가는 곳도 아닌, '정치적으로 올바른' 뉴스를 만든다는 한겨레마저 남의 동영상을 GIF파일로 바꾸어 허락도 받지 않고 인터넷에 배포하는 데 할 말을 잃었다. 우리는 동업자다. 그래야만 한다. 동업자 사이에는 지켜야할 것들이 있다.       

▶ [비디오머그] 표창원 당선되자 격한 포옹…화끈했던 선거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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