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세월호 학번', 이들이 나선 이유

[취재파일] '세월호 학번', 이들이 나선 이유
지난 8일 저녁, 한국외대 서울캠퍼스를 찾았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인 단원고 고 유예은 양의 아버지이자 4.16 유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유경근 씨가 대학생들과 만나는 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세월호 참사 2주기를 앞두고 사전취재를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대학생들이 세월호 유가족에게 묻고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가 어떤 것일지 궁금했습니다.

금요일 저녁 대학 캠퍼스는 봄을 맞는 설렘이 가득했습니다. 벚꽃이 만개한 캠퍼스를 즐기는 젊음들이 있었고, MT를 떠나려는 듯 들뜬 발걸음들이 있었습니다. '과연 학생들이 많이 올까?'라는 의문을 던지며 간담회 장으로 향했습니다.

행사가 열리는 강당의 문을 여니, 100여 석 정도 되는 간담회장에 40명 정도 되는 학생들이 이미 앉아 있었습니다. 간담회가 시작된 이후 도착한 학생들도 있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그 중 대다수가 올 해 입학한 신입생, 16학번 학생들이라는 점이었습니다.

● 세월호 참사 함께 겪어낸 '16학번'…그들의 트라우마

유경근 씨도 본격적인 발언을 하기에 앞서 신입생들을 언급했습니다. 세월호 2주기를 앞두고 그전과 가장 달라진 점 중에 하나가 대학생들의 관심이 더 높아졌다는 점이고, 특히 1학년 학생들의 관심이 뜨겁다고 말했습니다. 그 배경을 유 씨는 이렇게 분석했습니다.

"16학번은 세월호 참사로 숨진 우리 아이들과 같은 또래입니다. 이 친구들은 만나보니까 좀 달라요. 다른 종류의 트라우마를 갖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당시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이 친구들은 거의 대부분 학교와 가정에서 세월호 참사에 관심을 갖는 것을 차단당했습니다. 알고 싶은 것을 알 수 없었고, 말하고 싶은 것을 말할 수 없었던 것이죠. 2년 동안 알고 싶어도 알 수 없는 시간을 보내다가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이런 제한에서 해방된 겁니다. 2년 동안 갇혀있던 욕구들이 한 순간에 터져 나오는 것 같습니다."

유 씨의 이런 의견에 어느 정도 공감이 갔던 것은 이후 이어졌던 학생들의 질문 때문이었습니다.

자신을 1학년이라고 밝힌 한 학생은 "세월호 인양 문제나 사고 원인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은데, 언론보도는 믿을 수가 없어서 전문 블로그 같은 것들을 일부러 찾아보고 있다. 혹시 유가족협의회에서 관련 내용들이 나올 때마다 직접적으로 대중에게 전달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 생각은 없나?"라고 물었습니다.

또 다른 학생은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았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잊고 있었던 예전 경험이 떠올랐다. 학창시절 나도 배를 타고 수학여행을 가다가 사고가 있어서 배가 멈췄는데, 그 때 안내방송도 '가만히 대기하라'고 나왔었다. 별 다른 일은 없었고 잊고 있던 기억이었는데 세월호 참사를 겪으며 잊었던 그 때의 기억이 다시 생각났고, 그 이후로도 '그 때 세월호처럼 배가 침몰했으면 어떻게 됐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 "청년들의 의문, 풀지 못하면 사회에 대한 불신으로"

실제 세월호 참사 2주기에는 온오프라인 모두 '세월호 학번'의 존재가 두드러졌습니다. 페이스북에는 '세월호 2주기 새내기 선언'이라는 페이지가 개설됐는데, 개설자는 16학번 신입생이었습니다. 한 학생의 제안으로 시작된 새내기 선언은 지난 16일 세월호 참사 2주기 당일 300여 명 대학생들의 육성으로 광화문 광장에 울려 퍼졌습니다.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2주기 전국대학생 대회'에서는 단원고 희생자 고 이영만 군의 친구였던 전우란(한신대 사회과학 16학번)양이 단상에 섰습니다. 전 양은 "세월호 참사는 나의 일, 우리의 일이다. 이제는 세월호가 왜 침몰했는지, 왜 학생들을 구하지 않았는지, 왜 친구들이 죽어가야했는지 알아야겠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세월호가 지겹다"고 말하는 분도 적지 않습니다. 언제까지 세월호 이야기만 할 것이냐고, 이제는 일상으로 좀 돌아가자고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지겨워도 이 이야기를 멈출 수 없는 이유는 세월호가 아직 바다 속에 있고, 그 안에 미수습자 9명이 있고, 이제 사회에 나온 '세월호 학번' 세대가 내 친구가 왜 그런 일을 당했는지 알려달라고 말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세월호 참사 2주기 관련 집회에서 만난 한 대학생은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금 청년들이 갖고 있는 의문을 어른들이, 정부가 풀어주지 못하면 이 사회를 믿지 못할 것 같아요."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