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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마스터스 취재후기 오거스타 '유리알 그린'의 비밀

[취재파일] 마스터스 취재후기 오거스타 '유리알 그린'의 비밀

최고 전문가 80명이 하루 8번 잔디 깎고 '다림질'까지
코스 전체에 배수 시스템…세계 최고의 잔디 품질 유지

김영성 기자 yskim@sbs.co.kr

작성 2016.04.14 14:19 수정 2016.04.14 17:15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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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마스터스 취재후기 오거스타 유리알 그린의 비밀
조던 스피스의 아멘코너 '참사'와 대니 윌렛의 깜짝 우승이라는 대반전으로 막을 내린 제80회 마스터스 토너먼트는 드라마틱한 승부 못지 않게 코스 관리와 대회 운영적인 면에서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을 처음으로 현장 취재한 기자에게 경이로움을 안겨주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상상을 초월하는 '잔디 관리'였습니다. 오거스타 내셔널 그린의 잔디는 하루 무려 8번을 깎습니다. 오전에 첫 조 선수들이 티오프를 하기 전에 4번(좌우로 왕복, 상하로 왕복), 오후 마지막 조 선수들이 홀아웃 하고 난 뒤에 4번을 깎고, 깎은 후에는 잔디를 눌러주며 펴는 롤링(일종의 다림질)으로 이른바 '유리알 그린'을 만들어냅니다.

이번 대회 기간 오거스타 내셔널의 그린 스피드는 스팀프미터(stimpmeter:그린 스피드 측정기)로  굴렸을 때 1·2 라운드에서 3.8m, 3·4라운드에서는 4.2m로 측정됐습니다. 이 스피드 수치가 어떤 의미인지 잘 와 닿지 않으시죠?

보통 주말골퍼들이 빠르다고 느끼는 그린 스피드가 2.9~3.2m, 국내 남녀 프로대회(KLPGA, KPGA) 코스의 평균 그린 스피드가 3.2~3.4m라는 걸 비교해보면, '툭 대면 한참 미끄러져 간다'는 오거스타의 그린이 얼마나 빠른 것인지 체감이 되실 겁니다.

그린이 워낙 '유리알'처럼 빠르다보니 이번대회  3라운드 때는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리 웨스트우드가 '아멘 코너' 첫 관문인 11번 홀(파4)에서 3.5m 버디 기회를 잡았는데, 볼 마크를 집어올리고 캐디와 대화를 나누던 중 공이 바람을 타고 미끄러져 워터 해저드로 빠져버렸고, 웨스트우드는 결국 여기서 보기로 홀아웃을 해야 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유리알 그린'을 대회 기간 내내 유지하기 위해 도대체 몇 명이나 투입될까요?

마스터스 위원회는 대회 기간 6천 명의 자원봉사자를 모집해 운영하는데, 이들 가운데 코스 관리에 투입되는 인원만 80명입니다.

그런데 코스 관리에 투입되는 자원봉사자는 일반적인 자원봉사자의 개념과는 완전히 차원이 다릅니다. 코스 관리에는 잔디에 대한 전문 지식과 기술,경험이 필요하기 때문에 골프장 코스 관리 경력 20년 이상의 베테랑들이 엄격한 심사를 통해 선별됩니다.

이들은 대회 기간 새벽 5시부터 코스에 나가 해가 질 때까지 계속 그린뿐 아니라 티잉 그라운드와 페어웨이,벙커 상태를 수시로 체크하고 보수합니다. 일단 한번 마스터스의 코스 관리 요원이 되면 스스로 그만둘 때까지 계속 오거스타 내셔널의 잔디를 돌볼 수 있는데, 이게 골프계에서는 대단한 명예이고 엄청난 '스펙'이라고 합니다.

이번 대회 코스 자원봉사자 가운데 역대 최초로 아시아인이 초청돼 눈길을 끌었는데, 바로 지난해 프레지던츠컵대회의 개최지였던 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 골프클럽의 코스관리팀장인 윤경호 이사입니다.

오는 10월 초 잭니클라우스 골프클럽에서 아시아 태평양 아마추어 챔피언십이 열리는데, 이 대회를 주관하는 마스터스 위원회가 코스 관리의 노하우를 전수해 주기 위해 윤 이사를 초청한 것입니다. 윤 이사는 나인브릿지 제주, 블랙스톤 등 국내 골프장들을 두루 거치며 코스 관리 경력 23년의 베테랑인데, 오거스타에서 12일 동안 코스 관리 자원봉사를 하면서 많은 것을 보고 배웠다고 합니다.

"그린의 꼼꼼한 잔디 관리뿐 아니라  코스 전체의 배수 시스템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비가 오면 물을 빼내는 '서브 에어(sub-air) 시스템'이 국내 골프장의 경우 그린에만 설치돼 있는데, 오거스타 내셔널은 그린 뿐 아니라 티잉 그라운드와 심지어 페어웨이에도 서브 에어 시스템이 돌아갑니다. 아마 전 세계적으로 유일할 겁니다."
대회 운영적인 면에서도 왜 마스터스가 전 세계적인 골프 축제이고 최고 권위의 대회인지를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걷다가 잠시 한눈이라도 팔면 다른 사람과 부딪힐 정도로 대회 기간에 골프장 안은 '인산인해'였지만, 잔디 위에 버려진 쓰레기는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지 않습니다.

휴대 전화기와 카메라는 대회장 입구에서부터 아예 반입이 금지되고, 갤러리들이 골프장 안에 설치된 공중전화에 차분히 줄을 서서 전화를 거는 풍경도 낯설고 신선했습니다.

잘 알려진 대로 마스터스의 입장권 암표 가격은 여전히 부르는 게 값입니다. 1400달러(연습라운드)부터 최고 8천 달러(최종라운드)까지 온라인에서 거래되는데, 일부 극성 팬들은 대회장 밖에서 진을 치고 기다리다 오전에 반나절 대회를 보고 나오는 갤러리들의 뱃지(입장권)를 수 백 달러에 사서 입장하기도 합니다.

이들 중 일부는 경기 관전보다는 마스터스 기념품을 사는 것이 주목적이라고 합니다. 지인들에게 부탁받은 기념품들을 대량으로 구입해 대회장 앞에 있는 UPS로 가서 소포로 부치는 풍경도 볼 수 있었습니다.

마스터스 대회 기간 1주일 동안 방송 중계권료와 티켓 판매,기념품과 식음료 판매 등으로 발생하는 매출이 1500억 원, 여기서 제반 비용을 제외하고 순이익은 290억 원으로 추정됩니다. 이익금은 아마추어 대회 지원과 자선 사업 등에 사용됩니다.

이번 대회에는 전 세계 400여 언론사에서 취재를 왔는데, 마스터스 위원회는 취재를 원하는 매체에게 모두 취재 카드를 내주는 것은 아닙니다. 취재를 원하는 매체는 최근 몇 년간 PGA와 마스터스 기사를 얼마나 충실하게 꾸준히 써왔는지를 마스터스 위원회에 제출한 뒤 엄격한 심사를 통과해야 비로소 취재 허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취재 허가도 까다롭고 제한적이기 때문에 한 매체에서 똑같은 기자가 몇 년째 계속 출장을 가기도 합니다.

코스 관리와 대회 운영, 마케팅 등 모든 면에서 최고 퀄리티와 권위, 전통을 만들어가는 대회 마스터스.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이 골퍼라면 아니 골프 관계자라면 누구나 일생에 한 번쯤 가보고 싶어 하는 꿈의 무대인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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