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회 총선만 놓고 볼 때는 점차 투표율이 상승하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앞서 [커지는 컵 줄어드는 물..투표율 ]기사에서 보도했듯 1948년 1대 총선부터 보면 대세 하락하고 있다. 특히 이번 총선은 사상 처음으로 국민 전체 중 80% 이상이 투표권을 가졌고, 다방면에서 투표율 제고를 위한 노력이 있었지만 정치에 대한 기대감이 낮은 시민의 마음을 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광역지자체별로 투표율이 가장 높은 곳은 전남(63.7%)으로 집계됐다.
전남에 이어 세종시가 63.5%, 전북이 62.9%, 광주가 61.6%로 집계돼 호남 3개 지역과 세종시에서만 총선에 있어 '마의 벽'인 60%를 넘었다. 호남지역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경쟁, 세종시는 무소속으로 출마한 이해찬 의원과 새누리당 박종준 후보의 치열한 경쟁이 투표율을 상승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야당 성향이 짙은 호남과 비견되는 보수 성향의 대구와 경북의 저조한 투표율은 집권여당에서 드러난 권력다툼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정한울 고려대 평화와 민주주의연구소 교수는 "새누리당 공천 과정에서 나타난 친박과 비박 간의 갈등이 TK 지역과 PK 지역의 투표율을 끌어내렸다"고 진단했다.
정 교수는 이어 "각종 여론 조사와 선관위의 투표 의향 조사 결과를 보면 공천 이후 보수층과 새누리당의 지지기반인 50~60대에서 적극적 투표 의사가 약해지고 있었던 것으로 분석됐다"며 "새누리당 지지기반인 TK와 PK 지역의 저조한 투표율은 공천에 실망한 새누리당 지지층이 투표를 포기한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국적인 관심을 받는 선거구나 접전지는 대체적으로 투표율이 평균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권 주자인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이 출마한 서울 노원병이 위치한 노원구는 64.1%의 투표율로 서울에서 가장 높은 투표율을 보였고, 서울시장 출신으로 대권 주자로 꼽히는 새누리당 오세훈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의원이 맞붙은 서울 종로구도 투표율 62.9%로 서울 평균보다 높게 나타났다. 소위 '낙동강 벨트'로 불린 선거구가 위치한 부산 북구와 강서구, 사상구도 부산 전체 평균보다 높은 60.5%와 58%, 57.7%로 나타났다.
기초자치단체별로 가장 높은 투표율을 보인 곳은 경남 하동군(71.4%), 가장 낮은 투표율을 보인 곳은 경남 고성군(34.8%)으로 집계됐다. 최고 최저 투표율이 모두 경남에서 나온 것이다. 경남 고성군과 같은 선거구로 묶인 경남 통영시에선 새누리당 이군현 의원이 단독 출마해 무투표로 당선되면서 정당 투표만 이뤄졌는데, 경남 통영시의 투표율도 37.2%를 기록해 고성군(34.8%)과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경남 통영시와 고성군을 제외하면 경북 칠곡군의 투표율이 46.9%로 가장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런 경향성에 대해 정한울 교수는 "접전지나 관심 선거구는 자신의 한 표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주는 투표 효능감이 높기 때문에 투표율이 높게 나타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정 교수는 또, 58%를 기록한 전국 투표율에 대해선 "이번 총선은 선거구 획정이 늦어지고, 여야 모두 공천에서 실망감을 안긴 점을 감안하면 높은 투표율을 기대하기 힘들었다"며 "수도권 격전지를 중심으로 투표율이 상승한 결과 지난 19대 총선보다 3.8%포인트 높은 58%의 투표율을 기록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sbs.co.kr)
박원경 기자 (seagull@sbs.co.kr)
분석: 한창진·안혜민(인턴)
디자인/개발: 임송이
※ 마부작침(磨斧作針) :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뜻으로, 방대한 데이터와 정보 속에서 송곳 같은 팩트를 찾는 저널리즘을 지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