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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김재열 회장 빙상연맹 떠난다

[취재파일] 김재열 회장 빙상연맹 떠난다
지난 2011년부터 대한빙상경기연맹을 이끌어온 김재열 회장이 5년 만에 연맹 회장직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국내 빙상계의 한 관계자는 “오는 6월 6일부터 10일까지 지중해 연안의 관광지로 유명한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니크에서 제56차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총회가 열리는데, 김 회장이 이때 집행위원에 출마한다. ISU 규정상 집행위원이 되면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을 할 수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제56차 ISU 총회에서는 신임 회장과 함께 집행위원 10명을 선출하게 돼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1994년부터 무려 22년이나 국제빙상 수장 자리를 지켜온 이탈리아 출신 오타비오 친콴타 회장이 드디어 권좌에서 내려오는데, 현재 3명의 인사가 회장 출마를 선언한 상태입니다. 또 집행위원도 대거 새로 뽑히게 돼 ISU 수뇌부가 이번 총회를 통해 한꺼번에 전면적으로 물갈이될 전망입니다.

김재열 회장이 ISU 집행위원에 출마한 것은 조만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 되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풀이됩니다. 김 회장은 지난 2월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조정위원회 위원으로 선임될 만큼 국제무대에서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습니다. 조정위원은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전반적인 준비 상황을 점검하고 실사하는 중책입니다.

국내 빙상계와 해외 관계자의 의견을 종합하면 김재열 회장이 이번에 ISU 집행위원이 될 가능성이 무척 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과정에서 ISU 관계자는 물론 각국 빙상연맹 고위 인사와의 친분을 두텁게 쌓는 등 표밭을 단단히 다져 놓았기 때문에 이변이 없는 한 집행위원에 당선될 것이란 전망입니다.   

김 회장의 대한빙상연맹 회장 임기는 내년 1월까지입니다. 그런데 예상대로 집행위원에 선출되면 규정에 따라 불가피하게 회장 자리에서 물러나야 합니다. 이렇게 될 경우 후임 회장 구도는 어떻게 될까요? 이 문제와 관련해 현재 빙상계에서는 3가지 예측이 나돌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현재 가장 유력한 예측은 삼성그룹 출신의 인사가 계속 회장직을 맡는다는 것입니다. 대한빙상연맹은 1997년 박성인 전 회장부터 지금까지 줄곧 삼성그룹 출신이 이끌어 온 데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얼마 남겨놓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입니다.

국내 빙상 지도자 A 씨는 SBS와의 통화에서 “김재열 회장의 목표는 IOC 위원이다. 그런데 아직 IOC 위원이 되지도 않았고, 평창 올림픽도 열리지도 않은 시점에서 대한빙상연맹 회장 자리를 삼성그룹이 포기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삼성그룹이 김 회장의 집행위원 당선을 전제로 벌써부터 전무급이나 부사장급 인사 가운데 회장을 맡을 만한 인사를 물색하고 있다고 들었다”고 밝혔습니다.

가능성이 다소 낮기는 하지만 이와 다른 예측을 내놓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대한빙상연맹 내부 사정에 정통한 국내 체육계 인사 B 씨는 “김 회장이 물러나게 되면 경기인 출신이 직접 회장을 맡든지, 아니면 다른 그룹의 기업인을 영입할 가능성이 있다. 과거 빙상연맹의 1년 예산이 50억일 때는 삼성에서 지원하는 15억, 20억이 큰돈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예산이 120억이 넘는 상황에서 15억은 그리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즉 굳이 삼성그룹 인사가 빙상연맹을 맡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고 말했습니다. 

김재열 회장이 내년 1월까지 연맹을 그대로 이끌지, 아니면 중도에 그만두게 돼 후임 회장을 선출해야 하는 상황이 올지는 이제 두 달 뒤면 가려집니다. 김 회장의 집행위원 당선 여부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한국 빙상의 잘못된 문화를 바로잡고 도덕 불감증을 바로잡는 것입니다.

지난해 9월 남자 쇼트트랙 에이스 신다운의 폭행 사건을 시작으로 17살 국가대표 음주 추태에 이어 최근에는 불법 도박과 고교생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상비군의 집단 음주까지,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각종 불미스런 사고로 현재 대한빙상연맹은 한마디로 만신창이가 된 상태입니다. 외국에서 알까 두려운 한국 빙상의 각종 병폐를 과감하게 또 조속하게 해결하지 않는 한 김 회장의 ISU 집행위원 출마의 의미는 퇴색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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