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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범죄율 높은 중구…혹시 술집 많은 게 원인?

[취재파일] 범죄율 높은 중구…혹시 술집 많은 게 원인?

● 범죄자 28% '술 취한 사람'

검찰이 작년에 발표한 2014년 범죄분석 통계에서 ‘범죄자의 상태’ 항목을 보면, 범죄자 149만 2,974명 가운데 28%인 41만 7,868명이 범행 당시 <주취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물론 정상인 사람도 전체의 40.6%인 60만 5,530명 이었습니다. 나머지 0.4%는 정신 장애, 31%는 정상 여부를 정확히 판단하지 못했습니다.

일단 범죄자의 28%가 술에 취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건데, 특히 폭행 범죄자의 32.4%와 살인 범죄자의 31.4%가 취한 상태로 다른 범죄에 비해 술과 관련이 깊었습니다.

술을 마시는 것만이 범죄의 이유는 아니지만 술을 떼어놓고 범죄를 생각하긴 어렵습니다. 수사기관들이 가장 먼저 하는 말 중에 하나가 '음주여부를 확인 중이다'는 말입니다.

● 술집 많은 곳, 범죄율도 높아

필요악인 ‘술’, 저도 참 좋아하지만 대한보건협회에서 발간하는 학술지 '대한보건연구'에 게재된 삼육대학교 연구팀의 연구 결과는 흥미롭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술집이 많은 곳에서 범죄율이 높다는 것인데 당연한 결과 같지만 논의해볼 필요가 보입니다.

음주운전만 하더라도 술집이 많으면 범죄가 늘어날 것이라고 쉽게 유추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절대적인 수뿐만 아니라 상대적인 술집 밀도도 범죄율과 연관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는 주류 판매업소를 대상으로만 진행됐습니다. 편의점이나 가게, 대형 마트처럼 술을 살 수 있지만 그 자리에서 술을 마실 수 없는 곳은 제외했고, 주점과 술을 파는 음식점을 '술집'으로 정의했습니다. 인구 1천명 당 존재하는 술집의 수를 <술집 밀도>로 정의하고, 1천명 당 발생하는 폭행과 강간, 기타 폭력의 건수를 묶어서 <범죄율>로 정의해 두 변수에 어떤 상관성이 있는지 분석했습니다.

연구는 서울시 25개 구를 대상으로 진행됐는데, 평균적으로 인구 1천명 당 10곳의 술집이 있었고, 6 건의 범죄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구역별로는 서울 중구가 술집 밀도가 가장 높고, 범죄도 가장 많이 발생하는 지역으로 나타났습니다. 인구 1천  명 당 술집이 평균의 3배가 넘는 34.5곳이 존재했고, 범죄율도 평균의 3배나 높은 18.4건으로 나타났습니다. 2위는 종로구였는데 29.4곳의 술집이 존재했고, 범죄율 역시 14.1건으로 2위를 차지했습니다. 강남구는 술집 밀도가 3번째로 높았고, 범죄율은 4위로 상위권이었습니다.

범죄율이 가장 낮은 곳(25위)은 도봉구였습니다. 1천명 당 발생 범죄가 3.979건으로 중구와 비교하면 1/4 수준입니다. 도봉구의 술집 밀도 또한 23위로 서울의 25개 구 가운데 하위권을 기록했습니다. 가장 술집 밀도가 낮은 지역은 노원구로 1천명 당 술집이 5.8곳에 불과했고, 범죄율도 4.2건으로 하위권(21위)을 나타냈습니다.

물론 예외도 있었습니다. 서대문구는 술집밀도가 11위였는데, 범죄율은 3위로 높았습니다. 지역의 인구 연령이나 소득, 상업지와 주거지 비율에 따라서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에, 술집밀도가 범죄율을 결정짓는 주원인으로 볼 수는 없겠습니다. 그럼에도 연구팀은 술집밀도가 증가하면 범죄율이 증가한다는 결론을 냈습니다. 술집 밀도와 범죄율의 상관계수가 0.92 정도로 매우 크다는 분석입니다. 

미국 공중보건 저널에 실린 'The risk of assaultive violence and alcohol availability in Los Angeles county : LA의 주류 접근성과 범죄 위험, (1995)'에서도 술집 밀도가 1% 오를 때마다 폭행률이 0.62%씩 상승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인구 1,000명 당 술집의 수와 1천명 당 범죄 발생 건 수를 나타낸 자료. 서울 25개 구에 대한 통계로 술집 밀도는 높은 순서부터 정리되어 있고, 범죄율은 검은색 상자에 순위가 쓰여있다.

● 금요일, 토요일 범죄율 가장 높아…불금·불토가 원인?

연구 결과들을 바탕으로 보면 술집 밀도를 줄이는 것이 범죄율을 낮출 수 있다는 잠정적인 결론이 나옵니다. 인구대비 술집 밀도가 너무 높은 곳은 술집을 줄이는 게 범죄 감소에도 도움이 될 듯 합니다. 그러나 자영업을 하는 시민들의 생계와 직결된 부분이라 실현은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역시 ‘술을 적당히 마시는 문화 확산’이겠습니다.

앞서 언급한 검찰의 '2015 범죄분석'에 따르면 일주일가운데 가장 범죄가 많이 발생하는 날은 토요일이었고, 그 다음은 금요일이었습니다. 1년 동안 발생한 범죄 120만 4,049건 가운데 토요일에 18만 8,144건(15.6%)이 발생했고 금요일 18만 1,581건(15.1%)이 발생했습니다. 월요일엔 15만 8,675건(13.2%)으로 범죄 발생이 가장 적었습니다.

술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금요일과 토요일에 빈번한 술자리와도 연관성이 있어 보입니다. 불타는 금요일일인 오늘 지인들과 즐겁게 일주일을 마무리 하시되 술은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드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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