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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오락가락 면세점 정책…속 타들어가는 업계

[취재파일] 오락가락 면세점 정책…속 타들어가는 업계
지난달 31일 면세점 업계가 학수고대하던 면세점 제도 개선방안 발표가 있었습니다. 면세점 특허기간을 현행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고, 결격사유가 없는 한 특허 갱신을 허용하겠다는 겁니다.

물론 면세점 특허 수수료율을 현행 매출액의 0.05%에서 매출액 규모별로 차등화해 최대 20배까지 인상하고, 매출 비중이 전체 시장의 50%를 넘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대해선 다양한 불이익을 준다는 방안들도 신설됐지만, 세간의 관심은 역시 특허기간 연장과 갱신 허용에만 몰렸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면세점을 5년 영업하면 다시 원점에서 심사를 받아야하다보니 면세점들 입장에서 마음놓고 투자를 할 수 없었고, 또 기존에 영업을 하다가 특허 심사에서 탈락할 경우 직원들의 심각한 고용 불안이 야기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면세점 특허 심사에서 탈락한 롯데 월드타워점과 SK워커힐점 2곳의 직원 1,920명은 현재 고용승계 여부가 불투명해 면세점 면허 기간이 만료되는 오는 5월과 6월에는 당장 실업자가 될 위기에 놓인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정부는 이번에 가장 뜨거운 감자라고 할 수 있는 면세점 추가 허용 여부에 대해선 결정을 이달 말로 보류했습니다.

지난해 면세점 특허 심사에서 탈락한 업체들, 특히 기존 영업을 해오다 졸지에 문을 닫게된 롯데월드타워점과 SK워커힐점은 그야말로 학수고대를 하던 사안인데, 결정이 미뤄지면서 일단 이 두 업체들은 영업중단이 불가피하게 됐습니다.

만약 이달 말에 면세점 추가 허용이 결정돼 사업권을 다시 따낸다고 해도 심사에 들어가면 입찰 과정이 최소 몇 개월 걸리기 때문에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2천 명 가까이 되는 직원들의 일자리가 바람 앞에 놓인 촛불 같이 되버린 셈입니다.
면세점
사실 이런 심각한 부작용은 정부가 자초한 측면이 많습니다.

과거에는 면세점 특허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10년마다 자동 갱신되어왔습니다. 그런데 지난 2012년 관세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면세점 특허가 5년으로 대폭 줄고, 기존업체도 5년마다 신규 지원 업체들과 새로 경쟁하게끔 바뀐 겁니다.

당시 취지는 대형 면세점의 독과점을 막고 신규 업체들에게도 기회를 주자는 것이었지만, 이는 결국 면세점 산업의 경쟁력 약화 우려를 낳았습니다.

거액을 투자해 면세점 시설을 만들고 명품업체들과 계약을 맺고 수천명을 고용해 영업을 하다가도, 5년 지나 특허를 다시 못따내면  한순간에 문을 닫고 직원들을 길거리로 내몰아야하는 웃지못할 상황을 만들어버린 겁니다.

면세점이 특허만 따내면 자연히 관광객들이 알아서 몰리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잘못된 인식도 이런 규제를 만드는 데 한몫했습니다.

사실 면세점이야말로 규모의 경제가 작용하는 분야고, 엄청난 투자와 고객, 납품업체를 유치해야하는 업종인데, 면세점 특허를 특혜로만 봐 규제하려다보니 제대로된 결과가 나올 수 없었던 거죠.

어쨌든 뒤늦게나마 정부가 제도 개선에 나섰는데, 이번에는 신규 업체들까지 반발하고 있습니다.

결정이 미뤄지긴 했지만 이달 말 면세점 추가 허용이 거의 기정 사실화되는 상황이다보니, 지난해 심사에서 신규 사업권을 따낸 사업자들 입장에선 "이럴 거면 작년에 뭣하러 심사했냐"라는 말이 나올 수 밖에 없는 겁니다.

특히 면세점 사업을 새로 시작하는 사업자들의 피해가 큰데,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면세점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명품업체들이 입점을 꺼리고 있는 것입니다. 자꾸 면세점 추가 허용설이 불거지다보니 명품업체들 입장에선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보자는 관망세로 돌아선 것입니다.

실제로 한화나 신라아이파크 면세점의 경우 샤넬과 에르메스, 루이비통 등 이른바 3대 명품업체들과 입점 논의를 거의 마무리 지었지만, 면세점 추가 허용설이 돈 이후부터는 계약 성사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에 기존 사업자는 기존 사업자대로, 신규 사업자는 신규 사업자대로 피해를 보고 있는 겁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면세점을 무조건 특혜라고 보기 어려운만큼 이에 대한 규제를 대폭 낮추고, 허가제 보다는 신고제에 가깝게 바꿔야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우리 면세점업계가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에 우왕좌왕하는 사이 중국과 일본은 적극적으로 면세점을 늘리면서 관련 산업을 장려하고 있어, 위기감이 더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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