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사진으로 보는 세계 1위 노인국가 일본

지난달 28일 미국 인구조사국이 '노후화 세계(An Aging World:2015)'라는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일본의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은 26.6%로 세계 1위입니다. 2050년에는 40.1%까지 높아져 세계 1위를 유지할 전망입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13.0%였지만, 고령화 진행속도가 세계최고 수준이라서 2050년에는 35.9%로 일본에 이어 세계 2위에 오를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지난달 도쿄에 부임해 돌아다녀 보니 일본은 정말 노인국가이더군요. 일상 속에서 느낀 노인국가 일본의 모습을 전합니다.

우선 위 사진은 도쿄 하라주쿠에 있던 벽보입니다. 일본에선 노인대상 범죄가 크게 늘고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보이스 피싱'입니다. 일본에선 '오레오레 사기(나야, 나! 사기)'라고 합니다. 범죄자들이 시골 노인들에게 전화를 걸어 그 노인의 자녀인 척하고 돈을 요구하는 겁니다.

"엄마, 난데...우리 부장님이 급하게 돈이 필요하다고...", "아버지, 전데요. 제가 사채를 좀 썼어요. 돈 좀..." 이러는 겁니다. 도쿄 경시청이 강아지를 모델로 사기 방지책을 안내하는 벽보를 만들었습니다. 노인들이 범죄대상이 되는 또 다른 이유는 현금을 많이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위 사진은 일본방송 닛테레의 사건 보도 화면입니다. 젊은 여성을 집에 들였다가 거액을 잃어버린 60대 노인 이야기입니다. 노인이 일본 취재진에게 피해사실을 설명하는데, 집에서 현금 5천만 원 이상이 나오더군요. 예금금리가 0.001% 수준이라서 그냥 집에 돈을 두는 겁니다.

노인들이 피해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가해자, 즉 범죄자도 적지 않습니다. 일본 범죄백서에 따르면 2014년 기준으로 교도소 수형자 가운데 남자는 10.4%, 여성은 16.4%가 65세 이상의 노인입니다.

아래 그래프의 1도, 2도 등의 숫자는 재범 횟수입니다. 노인범죄의 유형은 절도가 압도적으로 많은데, 남자는 50.5%, 여성은 83.9%가 절도입니다. 너무 범죄 이야기만 했군요. 아래 사진은 어제 제가 찍은 도쿄 지하철 오오에도선 열차 안입니다. 노약자 석이 네 자리입니다. 좌우로 하면 여덟 석입니다. 전체 좌석 가운데 상당수가 노약자 석인 셈입니다. 모든 지하철이 이렇지는 않습니다만, 일부 노선에 일부 객차가 이렇더군요. 아래는 제가 구청에 주민등록을 하면서 찍은 겁니다. 구청 창구 자리 앞에 지팡이를 걸어놓는 걸이가 있습니다. 엘리베이터 안에는 작은 의자가 놓여 있습니다. 다리가 불편한 노인 분들이 잠시 쉴 수 있도록 한 겁니다. 공공시설이라서 이런 배려가 더욱 많은 것 같군요. 일본도 노인 문제에 대해 아직 해법을 못 찾고 있습니다. 위 사진들을 보고 있으면 몇 년 뒤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불안감도 듭니다. 통계 속 숫자가 아닌 생활 속 노인 문제. 큰 고민과 함께 사소하고 작은 실천도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